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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사이버사령부(사이버사령부) 소속 군인과 군무원들이 지난해 총선과 대선 당시 트위터와 블로그를 통해 야당을 비방하는 글을 올리며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국정감사 최대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4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김광진 의원이 폭로하면서 처음 제기된 사이버사령부의 선거 불법 개입의혹은, 민주당이 연일 추가 의혹 내용을 공개하면서 파문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현재 사이버사령부 소속 요원 가운데 지난 대선에서 인터넷을 통해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비방하는 글 등을 올리며 선거개입 의혹을 받는 요원은 모두 4명으로, 이 중 3명은 군무원이고 1명은 현역군인(부사관) 신분이다.

이들은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블로그와 SNS 등을 이용해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와 야당을 비방하는 글들을 올렸고 국정원의 글들을 복사해 다른 곳에 퍼뜨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이버사령부와 국정원, 공조 가능성 높아

진성준 민주당 의원이 15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군사이버사령부 국정감사에서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 요원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트위터 글을 들어보이며 옥도경 국군사이버사령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이 15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군사이버사령부 국정감사에서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 요원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트위터 글을 들어보이며 옥도경 국군사이버사령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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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16일 "사이버사령부 소속 군인이나 군무원들이 야당을 비판하고 야당 정치인을 종북으로 모는 글들을 리트윗(재전송)했다"면서 "본인이 운영하는 개인 블로그에도 그런 글들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야당 정치인들을 비판하는 내용의 만화까지 게시했던 일들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진 의원은 또 "글을 올린 시점은 일과시간에 올린 것으로 확인됐고 퇴근시간 이후에도 그런 글을 단 것이 확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무시간에 댓글을 달았다는 점은 '개인 차원의 행위'라는 사이버사령부의 해명과는 배치되는 사실이다.

사이버사령부가 일부 사업비를 국정원에서 지원받은 내용도 확인됐다. 진 의원은 "지난해 40억원, 올해 50억원을 (국정원으로부터) 사이버사령부가 지원받았고 이 돈은 국방부 감사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진 의원에 따르면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은 국정원에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트위터 계정 12개의 글 22건을 재전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사이버사령부 530단 소속 군무원 A씨(@ekfflal)는 지난해 11월 23일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한 @taesan4의 글을 "북한정권 대변해주나? 속이 빨간 것들은"이라는 자신의 글과 함께 재전송했다. @taesan4는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과정에서 검찰이 주요 증거로 확보한 402개 국정원 직원 계정 중 핵심 계정이어서, 국정원과 댓글작업 공조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는 대목이다.

또 이들이 정치 댓글을 단 시기가 국정원 심리전단의 댓글 활동 시기와 겹친다는 점도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진 의원은 아울러, 국감에서 관련 의혹이 폭로된지 하루 만에 400여 건의 인터넷 게시글이 삭제된 사실을 지적하면서 "이미 언론에 공개된 글들은 지우지 않고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글들만 삭제를 했다"면서 사이버사령부의 은폐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민주당, 의혹의 핵심으로 연제욱 청와대 국방비서관 지목

민주당은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이 활동한 시기에 사이버사령관을 지낸 연제욱(육군 소장·육사 38기) 청와대 국방비서관을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하고 있다. 연 국방비서관은 지난 2011년 11월~2012년 10월까지 사이버사령관을 지냈다. 그의 재임기간은 민주당이 제기한 사이버사령부 소속 군무원과 군인의 댓글 작업이 집중된 시기다. 또 이 시기는 사이버사령부가 82명의 군무원을 대거 선발한 시기와도 겹친다.

그는 이후 국방부 정책기획관, 대통령직인수위 전문위원을 거쳐 국방비서관까지 고속 승진했다. 민주당은 연 비서관의 청와대 입성을 대선 승리에 기여한 '보은인사'라며 청와대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

국군사이버사령관 옥도경 준장이 15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방부 직할부대인 국군사이버사령부 소속 군인과 군무원 등 3명이 지난 총선과 대선 당시 트위터와 블로그에 "문재인 대통령 자격 안 된다" 등의 선거 관련 글 300여건을 올렸다는 의혹에 대해 집중추궁 받자,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 '대선개입' 집중추궁, 곤혹스런 국군사이버사령관 국군사이버사령관 옥도경 준장이 15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방부 직할부대인 국군사이버사령부 소속 군인과 군무원 등 3명이 지난 총선과 대선 당시 트위터와 블로그에 "문재인 대통령 자격 안 된다" 등의 선거 관련 글 300여건을 올렸다는 의혹에 대해 집중추궁 받자,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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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에서 터져나온 사이버사령부의 선거 불법개입 의혹은 그동안 동력이 소진되는 듯했던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규명 요구에 다시 한 번 힘을 실어 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말씀'이 국정원 댓글공작의 지침이 된 것처럼,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이 조직적으로 댓글작업을 벌였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그 폭발력은 예측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민주당은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의혹 사건은 국방부가 조사할 게 아니라 검찰 등 사법기관으로 넘겨 조사해야 한다"며 "사이버사령부 전반에 대해 조사할 필요가 있으므로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이버사령부 일부 요원 글 작성 사실 시인

댓글공작 의혹을 받고 있는 사이버사령부 일부 요원들이 대체로 해당 글의 작성을 시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17일 오후 "국방장관의 지시에 따라 군 검찰과 조사본부가 관련 의혹에 대해 철저히 조사 중"이라며 "의심 가는 요원들도 잘 협조하고 있고 조사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의혹 당사자들의 시인 여부에 대해서는 "시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면서 "시인했다고 하는 것은 자기 스스로 그런 내용을 올린 행위를 인정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과 SNS에 있던 글들이 일부 삭제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관련된 인원의 PC를 받아서 복원 작업을 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는 다음 주 초에 1차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태그:#사이버사령부, #전병헌, #진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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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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