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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의 '여성도서관'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여성만 출입할 수 있는 도서관이다. 이 같은 여성전용 도서관의 운영방침에 반발해 남성들의 출입을 허용해 달라며 시민단체가 항의에 나섰다. 시민단체인 남성연대(상임대표 성재기)는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겠다며 7일 제천 여성도서관 앞에서 항의 퍼포먼스를 펼쳤다.

남성연대 "여성전용도서관 납득할 수 없다" 

충북 제천시 중앙로 2가에 위치한 '제천여성도서관' 전경
 충북 제천시 중앙로 2가에 위치한 '제천여성도서관' 전경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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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연대는 지난 6월 초 누리집에 "제천 여성도서관이 인권위의 시정권고 조치에도 남성들의 출입을 여전히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이 같은 방침을 번복시키기 위해 7월 7일 제천 여성도서관에 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남성연대는 기간 여성도서관측과 두 차례의 면담을 통해 남성들의 출입 허용을 요구한 바 있다. 특히 지난 3일 남성연대 관계자들과 여성도서관 관계자들과의 만남이 있었지만, 양측의 의견 차이만 확인된 바 있다.

지난 3일 면담 자리에서 남성연대의 남성출입 허용 요구에 대해 여성도서관측은 "여성 독지가로부터 부지 100여 평을 기증받아 시민대표 23명 가운데 남성 22명 여성 1명 여성 도서관을 짓기로 결정했다"며 "즉 여성도서관은 남성들이 결정한 것"이라고 경과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제천시에는 남성들이 이용할 수 있는 다른 도서관이 있는데 여성전용도서관을 남성차별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해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여성도서관측은 또 "전국 유일의 여성전용 도서관인데 남성들이 보호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20년 동안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지금 이러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여성도서관은 20년 동안 제천의 자랑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 세금으로 여성전용 도서관을 운영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문제점을 느끼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여성전용 도서관을 남성들에게 개방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이 같은 여성도서관측의 입장에 대해 남성연대는 "도서관 관계자는 여성전용도서관이 제천에서 여성에게 가장 안전한 공간이라고 말하는데 이런 식으로 여성은 항상 보호 받아야 할 부류로 간주하는 것은 여성의 주체성을 모욕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여성의 능력을 평가절하하는 위험성을 내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남성연대는 계속해서 "더구나 남성을 영원한 가해자로 낙인찍어 남녀의 조화로운 균형을 심각하게 해칠 뿐 아니라 헌법의 평등권을 침해하고 납세자인 남성의 권리를 침탈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인권위의 시정권고 조치마저 불응하는 여성전용 도서관에 대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아이들에게 도서관은 늘 열려 있어야 합니다"

 남성연대의 이날 퍼포먼스는 '애국가' 제창으로 막을 올렸다.
 남성연대의 이날 퍼포먼스는 '애국가' 제창으로 막을 올렸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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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연대는 지난 7일 제천 여성도서관 앞에서 남성들의 출입을 허용해 달라며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을 패러디한 퍼모먼스를 펼쳤다. 남성연대 회원 7명이 참여한 이 퍼포먼스에서 회원들은 자신들의 요구를 각 2분 동안 영어와 중국어로 이야기했다.

남성연대 회원들은 1980년대 복장을 하고 '우리의 아이들에게 도서관은 늘 열려 있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낭독했다. 남성연대는 이어서 한국어로 된 성명서를 낭독했다. 

자신들이 요구했던 '여성도서관 남성출입 허용 요구'에 대해 여성도서관이 불허 입장을 계속해서 고수하자 이를 비틀어 '말을 하면 듣기는 듣되 그 뜻은 이해를 못한다는' 의미에서 영어와 중국어로 성명서를 낭독한 후 한국어로된 성명서를 다시 한 번 낭독함으로서 여성 도서관의 '불통' 태도를 비틀어 표현했다.

남성연대가 이날 밝힌 성명서에서는 "도서관은 공부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 있는 곳이어야 한다"며 "도서관은 지식의 창고이자 내일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꿈을 실현하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렇기 때문에 나이·성별·직업을 포함해 그 어떤 차별도 있으면 안 된다. 특히나 제천 여성도서관이 제천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이기에 더욱 그래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성연대는 계속해서 "제천 시민들의 아들들도 자유롭게 도서관에서 마음껏 공부할 수 있게끔, 여성전용 도서관이 아닌 진정한 제천시민의 도서관으로 거듭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현장에서 만난 제천 시민들, 여성과 남성들 반응 엇갈려

여성도서관 내부에 걸려 있는 부지 기증자의 초상화와 약력
 여성도서관 내부에 걸려 있는 부지 기증자의 초상화와 약력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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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연대가 여성도서관 앞에서 남성들의 출입을 허용해 달라며 퍼포먼스를 펼친 것에 대해 제천 시민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남성들은 대체로 남성연대의 퍼포먼스에 부정적인데 반해, 여성들 특히 자녀를 키우는 어머니들은 남성연대의 취지에 적극적으로 공감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제천시민 이수영(남·72)씨는 "여성들만 따로 도서관을 이용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굳이 구분하는 것은 한 세상 살아가는 데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와 반해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70대 남성은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동안 "도대체 뭐하는 짓이냐"고 퍼모먼스를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또, 익명을 요구한 제천시 공무원은 "남성들이 누렸으면, 양보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며 "제천시 여성교육의 시초가 여성도서관"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야간 성범죄 예방을 위해 여성도서관이 있어야만 한다"며 "(남성연대가) 외지에서 와서 이렇게 하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남성연대의 퍼포먼스에 대해 남자들의 견해가 엇갈리면서도 대체적으로 부정적인데 반해 자식을 키우는 어머니들은 남성연대의 취지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제천 시민 조은정(여·33)씨는 "남성을 출입을 반대하는 여성도서관의 처사는 지금 현재의 여성들의 지위에 비해 과도하다는 생각"이라며 "남성연대의 취지에 적극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조정예(여·38)씨는 "제천시민들 세금으로 운영되는 여성전용 도서관의 방침은 닫힌 행정의 전형"이라며 "이제라도 여성도서관은 남성들의 출입을 허용해야 한다, 남자들은 다른 도서관에 가도 된다고 하지만 집 앞에 있는 도서관을 놔두고 왜 내 아들이 왜 제천시민도서관을 가야 하느냐? 이해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성도서관의 내부 사정에 밝은 것으로 보이지만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40대 여성 또한 "남성연대의 취지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왜 굳이 소중한 예산을 여성도서관에 투입하는가? 그 예산을 진정으로 여성을 위한 시설투자와 유지에 투입해야 한다"며 "결국 여성들의 위한 예산 몫을 여성도서관이 가져감으로서 초래되는 우리 제천 여성들 자신들의 불이익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제천시는 시대착오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지금이라도 여성만을 출입시키겠다는 조례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천시 시민단체 소속이거나 공무원으로 추정되는 이 여성의 시각은 도서관은 여성만의 시설이 아니기에 남성들의 출입을 허용하고 제천시의 한정된 예산에서 여성 몫의 예산은 '여성들 고유의 시설투자나 유지'에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던 것이다.

남성연대 성재기 대표가 남성들에게도 출입증을 발부 해달라며 자신의 주민등록증을 내밀며 도서관 내부로 들어가려고 하자 경찰이 막아서고 있다.  'Navy Seal' 이라고 새겨진 미군 군복 복장을 걸친 70대의 한 노인은 자신이 짚고 있던 목발로 남성연대 회원들을 위협하면서 '돌아가라'고 외치면서 상호간에 한동안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남성연대 성재기 대표가 남성들에게도 출입증을 발부 해달라며 자신의 주민등록증을 내밀며 도서관 내부로 들어가려고 하자 경찰이 막아서고 있다. 'Navy Seal' 이라고 새겨진 미군 군복 복장을 걸친 70대의 한 노인은 자신이 짚고 있던 목발로 남성연대 회원들을 위협하면서 '돌아가라'고 외치면서 상호간에 한동안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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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연대가 퍼포먼스를 끝낸 후 자신들 단체 현수막을 펼쳐 들고 있다.
 남성연대가 퍼포먼스를 끝낸 후 자신들 단체 현수막을 펼쳐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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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여성도서관은 어떻게 설립됐나

1994년 개관한 여성도서관은 제천경찰서 수사과장을 역임한 고 권오성씨의 부인 고 김학임(1922~1997)씨가 '지역여성들의 지적능력 개발을 위하여 사용해 달라'며 8억 원 상당에 이르는 현재의 부지를 쾌척했고, 제천시는 8억 원 상당을 투자해 여성도서관을 1994년 개관했다.

이후 시설이 노후화 되자 2007년 시비 5억7천만 원을 투입해 리모델링 한 후, 2007년 12월 26일 재개관했다. 여성도서관은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965㎡ 규모로 144석의 열람석과 함께 수유실 등을 갖추고 있다. 여성도서관 관계자는 하루 이용자가 400~50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월 7일 "공공도서관을 여성 전용으로 운영하는 것은 남성에 대한 평등권 침해"라면서 "남성이 완전히 배제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제천시에 권고했다.

이날 남성연대의 퍼포먼스가 끝난 후 여성도서관 고위 관계자는 "남성들의 출입을 허용할 생각은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남성연대의 요구가 있었지만, 우리는 남성들의 출입을 허용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여성도서관, #남성연대, #성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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