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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원을 받은 손수조 후보(부산 사상)가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며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13일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원을 받은 손수조 후보(부산 사상)가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며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 남소연

스물일곱의 앳된 여성이 민주통합당의 대선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과 부산에서 맞붙었습니다. 그 여성은 요즘 인터넷 검색어에 자주 오르는 손수조 새누리당 부산 사상을 후보입니다. 문재인 고문에게 그의 인상을 물었을 때, 첫 마디는 "풋풋하다"였습니다.

문 고문의 말대로 그는 정치 새내기입니다. 그런 여성 정치인이 잘 성장한다면 우리나라 여성정치계도 많이 바뀔 수 있겠다는 기대도 갖게 했습니다.

무엇보다 그가 공천문제로 당에서 비례대표를 제안했을 때 거절하는 모양새도 상당히 쿨 했습니다. 트위터에 글을 올려 "비례대표에 관심 없다"고 야멸차게 걷어찼지요.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손수조 꽤 당차네"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연애와 결혼, 취업을 모두 포기해 '3포 세대'로 불리는 요즘 청년들에게 손수조 후보는 꽤 매력적인 정치인입니다. 그녀가 20대의 희망이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겠다 싶기도 합니다.

그런 그가 15일 한 달도 채 안 남은 4·11총선 자신의 정강정책을 담은 '부산 사상구 공천자 정강정책 방송 연설문'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이 글을 통해 "우리가 지켜보는 많은 변화는 20대에서부터 온다"며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리비아의 혁명과 미국 오바마 정권 역시 20대를 기반으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힘, 그게 바로 20대 정치의 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손수조의 20대론... 20대는 공감할까

이른바 '손수조의 20대론'입니다. 그리고 자신을 '88만원세대'로 규정했습니다. 그는 "요즘 모든 정당들이 20대 취업난을 얘기하고 공약을 내놓고 있다"며 "그러나 정작 청년들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공약만 보면 마치 붕어빵 찍듯 일자리를 찍어내서 청년 백수들에게 하나씩 나눠 줄 기세"라며 "어리다고 바보는 아니다"고 말합니다. 손 후보는 "좋은 일자리는 제한돼 있고, 원하는 사람은 많다는 것을 안다"며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공정한 기회"라고 주장했습니다.

손 후보는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지방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토익 점수가 낮다는 이유로, 면접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것은 분명 공정하지 않다"며 "300명 국회의원 중에 지금의 살인적인 청년 실업난을 온몸으로 겪은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좀 더 내실 있고 실질적인 청년 정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현역 의원들을 정조준 했습니다.

또한 그는 이 글에서 비루한 자신의 삶도 폭로했습니다. 그는 "고작 용돈 30만 원으로 생활해야 했고 옷을 사는 것은 사치였으며 난방비가 비싸 주로 전기장판만 틀었고 자고 일어나면 코끝이 시렸다"고 말했습니다.

20대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취업전쟁 이야기도 드러냅니다. 그는 "원서 쓰는 족족 떨어지는 원인이 혹시 가정환경 때문 아닐까 싶었다"며 "정말 부끄럽게도 트럭 운전수인 아버지의 직업을 운수업으로, 보험설계사인 어머니의 직업을 회사 직원으로 고쳐 썼다"고 고백했습니다. 회사에 '거짓말 이력서'를 냈다는 것이지요.

그는 "그래도 결과는 또 실패였다"며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길래 나를 받아주겠다는 곳이 한 군데도 없을까, 버림받은 기분이었다"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그렇게 살아온 그는 스스로 "나는 88만원세대"라고 외칩니다. 손 후보는 "흔히 말하는 88만원세대가 바로 저고, 제 친구들"이라며 "꿈을 꾸고 싶어도 기회조차 없는 젊은이들, 청년 실업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국가와 미래의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스웨덴과 같은 든든한 복지국가로 가느냐, 그리스와 같은 재정파탄 국가로 가느냐 우리나라가 아주 중요한 갈림길에 있다"며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복지 혜택을 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으며 더 필요한 사람에게 더 많이 주는 것이 공정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여기까지 손 후보의 얘기를 듣다보면 "그는 왜 새누리당을 택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민주통합당보다 더 왼쪽에 있는 통합진보당 후보로 뛰어야 마땅하지 않나 생각하게 됩니다. 진보정당에 가도 손색이 없을 만큼 그의 연설문은 셉니다.

'88만원세대'라면서, 반값등록금은 포퓰리즘이라고?

그런데, 그의 의정활동계획서가 제 시선을 잡아끕니다. 그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는 선거일기 중 일부입니다. 지난 2월 19일 손 후보가 블로그에 게시한 '국정현안과제'를 보면, 그는 반값등록금에 대해 허황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합니다. 88만원세대를 자임한 그의 이 같은 입장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좀 더 들어보시겠습니다.

그는 "반값등록금의 외침이 강한데, 이는 허황된 표퓰리즘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학의 등록금을 일률적으로 내리는 게 아니라 장학금 지급 대상을 확대하거나 학자금 대출 이자율을 낮추는 식으로 '맞춤형 복지' 형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어 손 후보는 "김영삼 대통령 시절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한 대학들의 선별화를 진행하는 동시에 ▲ 전문대 경쟁력 강화 ▲ 특성화 고등학교 현실화 ▲ 고졸 및 전문대졸 취업자의 임금 및 복지향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것은 학력 인플레로 인한 청년 실업의 증가를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이런 주장을 덧붙입니다. 자신이 만일 부산 사상을구를 대표해 국회의원이 된다면, 지역 내의 경남정보대와 조리고, 에너지과학고 등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이지요.

손 후보는 "부산에서 취업률 1위를 자랑하고 있는 경남정보대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기업과의 연계,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 지원 등을 늘리겠다"며 "국정활동 기간 동안 적어도 1달에 한 번 직접 만나 소통하는 자리를 가질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온통 취업 이야기입니다. 궁극적으로는 돈 얘기지요. 꿈이라는 근사한 말로 포장했지만, 그 포장을 다 걷어내고 내용을 뜯어보면 신자유주의 경쟁 강화입니다. 그래서 손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로 갔구나 이해가 됩니다.

대학이 진리의 상아탑은커녕 취업의 전쟁터가 된 지 오래지만, 그래도 풋풋한 새내기 정치인의 입에서는 무한경쟁시대의 새로운 비전과 가치가 제기될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기성 정치권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심지어는 20대 대학생들의 최대 고민인 반값등록금 주장에 대해서조차 포퓰리즘이라고 공격하니, 과연 그가 20대를 대변할 자격이 있는 것일까요?

무엇보다 저는 손 후보의 글을 읽으면서 자꾸 강용석 새누리당 의원이 오버랩 됐습니다. 어떻게든 성공해서 권력을 쥐고 싶은 욕망이 강했던 그는 하버드 법대 등의 화려한 스펙으로 국회의원 배지까지 달았지만 결국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젊은 새내기 여성 정치인의 새로운 도전이 또 하나의 취업전쟁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매듭지으려 합니다.


#손수조#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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