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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노조에 가입해서 법을 지키라고 요구한 게 잘못입니까? 조합원들이 견디다 못해 노조탈퇴서에 사인하자 회사는 그들에게 10만원짜리 상품권과 현금 10만원을 줬습니다. 노조탈퇴 상금입니다."

 

박근덕(67) 공공노조 서경지부 롯데손해보험빌딩분회 분회장은 몇 달 사이 체중이 7kg이나 빠졌다. 지난 1월 25일 노동조합을 만들 때는 빌딩에서 일하는 노동자 24명 전원이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하지만 청소용역업체 '휴콥'은 온갖 치졸한 방법으로 해고까지 일삼으며 노조를 괴롭혔고 그 결과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노조를 탈퇴했다.

 

"조합원들이 하나둘 탈퇴할 때마다 내 속이… 내한테는 탈퇴 안 한다고, 한 길로만 간다고 해놓고… 오매 성질 나는 거…."

 

노조가 없을 때는 쉬는 시간도 제대로 없이 한 달에 75만원을 받으며 살았다. 주말에도 청소를 했다. 지하상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공휴일에도 매일 출근했다. 작업복도 없어 겨울에도 여름 작업복을 입고 청소했다. 월급명세서를 본 노동청 근로감독관이 "이 사람들은 최저임금도 모르나?"라며 어이없어 했을 정도다.

 

롯데손해보험빌딩 청소노동자들 사태가 사회적 쟁점이 되자 휴콥은 법정 최저임금에 맞춰 임금을 조금 올렸다. 그러면서 "이렇게 다 해주는데 노조를 왜 하느냐"고 한다. 또 노조탈퇴를 강요하며 노조가 있으면 롯데손해보험이 용역계약을 안 해준다고 협박한다. 박근덕 분회장은 "그게 사실이라면 이 모든 일들을 롯데손해보험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용역업체 휴콥의 노조탄압은 이미 도를 넘었다. 지난 4·30대회에서 부를 노래가사바꿔부르기를 청소하며 연습했다는 이유로 휴콥의 남창식 소장이 한 조합원을 불렀다. 조합원은 가요 '남행열차'를 개사해 "비정규직 철폐는 우리의 살길~"이라며 노래한 것이 무슨 잘못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소장은 경위서 작성을 강요하며 "롯데를 욕하지 않았냐? 머리를 갈아버린다"며 입에 담아선 안 될 악담까지 퍼부었다. 이어 박근덕 분회장과 조합원들을 더 힘든 곳으로 강제배치했다.

 

박근덕 분회장은 5년 전 대우빌딩에서 청소용역업체가 노동자들을 버리고 떠났을 때도 천막농성을 벌이며 싸워 승리한 경험이 있다. 그때 박 분회장은 평조합원으로 격렬히 싸우다 경찰서에 끌려가기도 했다.

 

"노조가 싸워서 승리하면 얼매나 좋은지 난 암시롱. 나는 앙께. 근디 너무 힘들어. 언제 될랑가 싶기도 해. 그래도 우린 노조 할 거여. 끝까지 할 거여."

 

조합원을 다 뺏기고 이제 열 명도 안 남았는데 이 빌딩에서 일하며 괴롭힘 당하고 투쟁하는 게 정말 힘들지만 박 분회장은 억울해서도 이대로는 못 그만둔다고 말한다.

 

"롯데손해보험빌딩에서 노조를 끝까지 할 거여. 우리가 그만두면 다음에 오는 사람들이 똑같은 취급을 또 받을거 아녀? 끝까지 남아서 이 조직을 살려낼 거여. 우리도 사람이여. 사람 대접 받고 끝까지 투쟁할 거여. 죽기 아니면 살기여."

 

롯데손해보험빌딩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 8명이 박근덕 분회장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민주노조 깃발을 지키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노총신문 <노동과세계>에도 게재됐습니다.


#민주노총#롯데손해보험빌딩#청소노동자#민주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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