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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이 명승으로 지정 예고한 울산대왕암공원 내 대왕암. 주민들은 예로부터 이 바위를 '댕방'이라 부르고 있는데 대왕바위를 줄여 부른 것이다.
 문화재청이 명승으로 지정 예고한 울산대왕암공원 내 대왕암. 주민들은 예로부터 이 바위를 '댕방'이라 부르고 있는데 대왕바위를 줄여 부른 것이다.
ⓒ 울산동구향토사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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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동구 일산동 바닷가 일대는 문무대왕(비)의 수중릉이 있다는 대왕암을 비롯해 거북바위, 어풍대 등 기암괴석이 청정 바다와 어울려 절경을 이루는 대왕암공원이 있다.

어풍대(御風臺)가 신라 왕들이 즐겨 찾았다는 유래에서 명명됐듯 이곳은 예로부터 그 풍광을 인정받은, 예사롭지 않은 곳으로 전해진다.

문화재청은 이런 점을 감안, 지난 3월 17일 "울산대왕암공원은 제 2의 해금강"이라고 극찬하면서 이곳을 명승으로 지정 예고하고 한 달간의 지정 기간을 뒀다. 지정 시한인 4월 17일을 전후해 관할 지자체가 되레 명승지정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여 지역민들을 의아스럽게 하고 있다. 

대다수 주민과 문화계가 명승지정에 크게 고무된 반면 그동안 반대 입장을 보였던 관할 동구청과 일부 주민들은 명승 지정 예고 기간 끝무렵 강하게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문화재청을 항의하는 등 극한행동까지 취했다. 왜 그랬을까.

평생 한 번 올지도 모를 명승지정을 반대?

17일 동구청 등에 따르면 동구청은 상급단체인 울산시에 낸 의견서에서 "대왕암공원을 명승으로 지정하기 위해 예고한 구역은 수용하기 어려우니 재고해달라"고 상급단체를 통해 문화재청을 압박했다.

이 일대 상가 주민 및 지주 등으로 알려진 명승지정반대대책추진위원회(위원장 송시상) 는 4월 16일 문화재청을 항의 방문하고 주민반대서명서를 전달했다. 추진위는 주민 3000여 명의 대왕암공원 명승지정반대서명을 받기도 했다.

주목되는 점은 반대추진위원장인 송시상 울산시의원. 그는 지난 2006년 동구청이 울산대왕암공원내 교육연수원 부지에 정주영 박물관 건립을 추진할 때(MJ계 구청장 '정주영박물관' 추진에 교육계 반발) 박물관 건립을 주창한 인물.

추진위는 반대서명서에서 "문화재청은 대왕암공원 고래생태체험장 조성 개발공사에 대해선 검토를 전제로 개발전체를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며 "하지만 법적으로 전혀 뒷받침이 돼 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책임도 지지 못하는 일반적이고 형식적인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국가지정문화재로 묶여 주민들의 재산권행사는 물론 생존권까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명승지정을 강하게 반대했다.

울산, 즐비한 문화재 중 명승지정 처음

민주노동당 울산동구위원회가 지난 3월 3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직접 의뢰해 동구주민 여론조사를 해 본 결과 주민들의 71.8%는 명승 지정을 환영하고 13.9%는 반대 의견을 내 대다수 주민이 명승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여론에도 지자체와 일부 주민들이 명승지정을 극구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개발에 있다. 동구청은 지난해부터 대왕암공원에 1000억원 대의 예산을 들여 토목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대왕암 고래생태체험장을 만든다는 것인데 2018년까지 1048여억 원(시비 및 구비 각 206억7천500만 원씩, 민자634억7천500만 원)을 투입해 바닷가에 파도막이 기능을 살린 가두리양식장 개념의 부채꼴 데크 등을 설치한다는 것. 사람이 많이 찾는 바닷가 대왕암 주변에 돌고래를 가두어 두고 육지 체험장과의 사이에 수중통로를 만들어 돌고래가 드나들도록 한다는 것.

하지만 지난해부터 지역 문화계 등은 멀쩡한 바닷가, 그것도 소중한 문화가 담긴 바닷가에 토목공사를 한다는 발상 자체에 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동구청의 이같은 반대는 이곳이 명승으로 지정되면 동식물과 광물 등 모든 것이 문화재보호법으로 보호되면서 1000억대 개발공사가 제한되기 때문.

특히 지난해부터 토목공사 준비작업을 강행한 동구청은 대왕암공원 진입로에서 영업 중인 상인들에게 철거무마 조건으로 공사 후 신축 상가를 보장했는데, 이들 상인들이 상가권 불발 등을, 인근 지주들은 개발에 따른 땅값 상승이 불발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은주 동구 시의원은 "여론조사 결과에서 보듯 대다수 주민들이 명승지정을 반기면서 환영하고 있다"며 "동구민의 한 사람으로서 늦게나마 대왕암공원이 명승으로 지정된 것은 가치있고 기쁜 일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

그러면서 "타 시도에서는 명승지정을 해달라고 아우성인데 도리어 반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동구청장이 자신의 공약을 이행하려는 데서 비롯된 명승 반대는 오히려 주민을 배반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울산 동구 일산동 뿌리찾기 자료수집 때 발굴된 대왕암공원 주변 고물늘방 사진. 약수터인 이곳은 단오날 목욕을 하거나 주민들이 야유회를 즐겼다고 하나 조선소 건립으로 지금은 매몰됐다
 울산 동구 일산동 뿌리찾기 자료수집 때 발굴된 대왕암공원 주변 고물늘방 사진. 약수터인 이곳은 단오날 목욕을 하거나 주민들이 야유회를 즐겼다고 하나 조선소 건립으로 지금은 매몰됐다
ⓒ 울산동구향토사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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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의 문화자원 두 번 죽일 수 없다"

울산은 지난 1962년 박정희 정권에 의해 공업특정지구로 지정됐고 지난 50년간 국내 최대의 공업단지로 발전해 왔다. 특히 대왕암공원이 있는 울산 동구 일산동 지역엔 세계 최대의 조선소인 현대중공업이 들어서 지역의 주력산업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그 이면엔 지역 고유의 문화 손실이라는 아픔도 있었다. 지난해 동구 일산동 주민자치센터가 진행한 일산동 뿌리찾기 사업에서 수 많은 기암괴석이 조선소 건립 때 매몰된 것이 확인된 것.

일산동 주민자치센터는 지역의 문화와 전통을 보존하기 위해 지역의 옛 모습을 담은 사진과 역사물을 수집하고 2009년 9월 사진전(천혜 절경 바닷가가 세계 최대 조선소로 변모)을 열었는데 지역민과 역사학자 등으로부터 수백 장의 옛 바닷가 사진과 역사물이 발굴됐다.

당시 지역민들은 조선소 건립 전의 아름다운 지역문화가 담긴 사진전을 보면서 천혜 절경이 이미 콘크리트 속에 매몰된 점을 안타까워 했다. 이 때문에 대다수 주민은 이번 명승 지정을 일제히 환영하고 있는 것.

울산동구향토사연구회 정일호 사무국장은 "울산 동구 일산동은 우리 선조들이 태양을 쫓아오다 마지막으로 정착한 곳이라는 전언을 듣고 자라왔다"며 "이곳 바닷가 풍경은 세계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대왕암 공원이 국가로부터 명승으로 지정된 것은 이제 더 이상 훼손할 수 없다는 것으로 주민들로서는 기쁘고 환영할 일"이라며 "하지만 한 명의 주민들이라도 재산권에 침해를 받으면 안되므로 지혜를 모아 일을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울산대왕암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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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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