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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전입·다운계약서·투기·세금탈루에다 논문표절 의혹 등이 거론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새 총리·장관 인사청문회를 조선시대 선비들이 본다면 무어라고 할까?

 

그것도 임금으로부터 여러 차례 관직을 제안 받았지만 한 번도 벼슬에 나가지 않았던 남명 조식(曺植, 1501~1572) 선생이 이번 인사청문회를 본다면 어떻게 말할 것인지 궁금하다.

 

최근 국회에서 인사청문회가 한창인 속에 "선비와 공직자의 윤리"를 주제로 한 학술대회가 마련되어 관심을 끈다. 남명학연구원과 경남발전연구원은 오는 18일 경상대 남명학관에서 학술대회를 연다.

 

남명 선생과 같은 선비의 정신을 본받자는 취지로 토론회가 열리는 것. 남명 선생은 조선 전기의 성리학자이고 영남학파의 거두였다. 명종·선조 임금이 중앙과 지방의 여러 관직을 제안했지만 남명 선생은 한번도 벼슬에 나가지 않고 제자를 기르는 데에만 힘썼다.

 

남명 선생은 1539년(38살)에 '헌릉참봉'에 임명되었지만 고사하였고, 1549년에는 '전생서주부'에 특진되었으나 고사했으며, 1556년 '종부시주부'로 다시 부름을 받았지만 역시 고사했다. 벼슬에 나가라는 이황(퇴계)의 권고도 거절했던 남명 선생은 1567년 5월 명종의 부름을 받고 찾아가 '치국의 도리'를 건의하고 돌아왔다. 죽은 뒤 그는 '대사간'과 '영의정'에 추증되었다.

 

최근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정비사업에 열을 올리는 속에, 남명 선생이 남긴 "배는 물 때문에 다닐 수 있지만 물 때문에 뒤집히기도 한다"고 한 말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학술대회를 앞두고 미리 발표 내용을 살펴보았는데, 학자들은 '요즘 공직자들은 선비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제시해 놓았다.

 

김병일 원장 "선비정신 속에 덕목 있어"

 

"남명의 선비정신은 경(敬)·의(義)로 이루어져 있다. '경'을 통한 철저한 자기 성찰과 '의'의 실천을 통한 국가에 대한 살신성인의 봉사가 바로 남명이 지향한 성학이요, 남명의 선비 정신인 것이다."

 

"조선시대 선비의 모범이라 할 수 있는 조광조(趙光祖)는 선비의 마음씀을 지적하여 '무릇 자신을 돌보지 않고 오직 나라를 위하여 도모하며, 일을 당해서는 과감히 실행하고 환난을 헤아리지 않는 것이 바로 선비의 마음씀이다'라고 하였다."

 

선비는 '독서와 수양으로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덕을 숭상하여 은거하면 자신을 지키고 출사하면 세상을 이롭게 하는 사람'을 말한다. 김병일 한국국학진흥원장은 "선비정신의 현대적 계승"이란 발제문을 통해 "선비정신 속에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생활 자세는 평생에 걸쳐 쉼없이 노력하는 자기수양의 공부에서 비롯되었기에 선비는 항상 뭇사람의 모범이 되는 삶을 살아 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일본청소년연구소에서 실시한 한국·일본·중국·미국 고등학생들의 '부에 관한 의식조사' 자료를 언급했다.

 

"물질적으로 부를 쌓는 것이 성공한 인생이라고 답변한 학생이 다른 나라는 20~30% 수준인데 비해 우리나라 학생은 50%가 넘었다. 우리 학생의 23%가 돈을 벌기 위해서는 어떤 수단도 무방하다고 답변했는데, 이는 다른 나라 학생보다 2~3배 높은 수치다. 어떤 방법으로든 돈만 모으면 된다는 물질만능주의가 다른 나라 학생들에 비해 훨씬 팽배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 원장은 "돈이 중요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이 세상에는 돈보다 더 소중한 것이 많다, 또 돈을 벌기 위한 방법은 정당해야 한다"면서 "옛 선비들은 이로움보다 의로움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행동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조선 선비들과 동일한 문화적 DNA를 물려받아 가지고 있다"면서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선비들의 정신을 잘 익혀서 이 시대에 맞는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하여야 하겠다, 그렇게 할 때 비로소 우리도 물질적인 풍요와 올바른 가치관을 모두 갖춰 선진국의 대열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선비들의 공부에 대해, 그는 "자기 자신부터 치열하게 갈고 닦는 수기(修己)를 하고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하고, 이웃과 백성을 감화시키는 치인(治人)의 단계로 나아갔다"면서 "선비정신은 조선말기 외세침략과 국권상실 시기에도 변하지 않고 이어졌으며, 나라가 가장 어려울 때 선비들은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주었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날 본받아야 할 선비정신으로, '올바른 마음과 몸가짐', '공론을 주도한 선비의 기개', '고결한 인격자가 되려고 일생동안 학문을 익히고 세상을 위해 실천하는 자세', '국가가 어려울 때를 만나면 목숨을 걸고 나가 싸우는 용기'를 소개했다.

 

선비문화수련원 건립의 필요성을 제시한 그는 "민족과 국가의 위기마다 자신을 헌신했던 선비를 서원과 향교에서 길러냈듯이, 학교에서, 회사에서, 혹은 공직에서 나보다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고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이 시대의 선비를 길러낼 것을 결의하자"고 제시했다.

 

 

예의염치는 있나? 공직윤리 실천덕목 5가지는?

 

최봉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조선시대 선비와 의리, 그리고 우리"라는 제목의 발제문을 통해 "선비들은 의리(義理)를 윤리의 핵심으로 보았다"면서 "사심이 없는 마음으로 의리를 지향하는 삶의 자세가 예의염치(禮義廉恥)다"고 설명했다.

 

"예의염치는 사심이 없는 마음과 그것에 따르는 의리의 실천을 말한다. 사람은 예의염치를 통해 체면을 차리고, 체통을 세워 한 사람의 인격체로 설 수 있게 된다. … 체통은 다른 사람이 세워준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인격의 주체로서 세울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런 관계로 사람은 예의염치를 차려서 체면을 세울 때, 다른 사람이 그것을 인정하게 되면 체통이 서게 된다. 사람은 체통이 서야 한 사람의 인격체로서 자립할 수 있게 된다."

 

최 교수는 "선비가 아무리 학문을 많이 하여도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형식, 즉 예의염치를 구비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게 된다"면서 "선비로서 염치가 없다면 그 밖에 볼 게 없다"고 밝혔다.

 

"한국인은 사람다움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다"고 한 그는 "한국인은 이러한 열망을 '사람이면 다 사람이냐, 사람이 사람다워야 사람이지'라고 말한다"면서 "제대로 된 사람이 되기 위해서 온힘을 다하여 몸과 마음을 갈고 닦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석기 경상대 교수는 "남명 조식의 왜구침입에 대한 우려와 대책"이란 글을 통해 "남명 선생은 인간의 구체적인 현실에 근거하지 않은 지식을 탐구하는 것은 실질적인 소득이 없다고 보았다"면서 "이것은 내가 지금 서 있는 여기로부터 시작하는 현실주의적 학문정신이다"고 밝혔다.

 

 

박병련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동양적 공직윤리의 사상적 기초"라는 발제문을 통해 "일반적으로 동아시아의 공직 윤리는 유교적 '수기치인'의 구도 위에서 말하고, 동아시아 사람들은 대개 이를 기준으로 공직자의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신이 제대로 안된 공직자가 정치나 행정을 온전히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는 신념이 동아시아에는 널리 공유되고 있다"고 한 박병련 교수는 공직윤리의 실천덕목 5가지를 제시했다.

 

'자기 몸 다스리기', '청렴한 마음 지니기', '집안 가지런히 하기', '청탁 물리치기', '씀씀이 절약하기', '즐겁게 베풀기'.


태그:#공직윤리, #인사청문회, #남명 조식, #남명학연구원, #경남발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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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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