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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김인봉 선생님과 통화를 했습니다. 제가 학교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얼마나 외로울까 싶어서입니다.

외롭습니다. 큰 결단 앞에 설 때 누구나 외로움부터 느끼게 됩니다. 더구나 세상의 통속적 흐름을 거슬러 맞설 때는 더 그렇습니다. 자신의 판단에 따라 앞날이 얼마든지 달라지는데도 굳이 힘겨운 가시밭길을 자청 할 때의 심경을 저는 압니다.

김인봉 선생님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교육자로서 의당 선택해야 할 길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이태 선생의 아내가 쓴 글을 아고라에서 봤습니다. 징계일을 앞두고 잠꼬대를 하는 남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헛소리까지 하며 몸이 바싹바싹 말라가는 남편을 곁에서 지키는 아내의 심경이 고스란이 드러 난 그 글을 읽는 제 가슴이 소금에 저며지는 듯 했습니다.

김인봉 선생님이라고 어찌 담담하기만 하랴 싶습니다. 저는 안기부와 보안사와 대공분실로 수도 없이 끌려 다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건 도대체 면역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체포가 거의 확실할 때는 부시럭 대는 집 짐승 소리에도 수사관들의 급습인가 싶어 지붕위로 튀쳐 올라가는 일이 비일비재 했습니다.

어떤 사회적 정의감도 역사적 사명도 가파르게 치솟는 맥동수를 제어하지 못하고 터질 것 같은 심장박동을 감당하기 힘들었습니다. 그 무자비한 폭력과 고문. 당장 다른 방향으로 결정을 선회하기만 하면 이 모든 것이 다 해결된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남는 것은 결국 외로움입니다.

어제 다시 치러진 일제고사. 전국에서 유일하게 장수중학교만 시험을 거부했습니다. 김제의 원불교 재단 지평선중학교도 거부했고 전주의 체육줃학교도 일제고사를 안 치르기로 결정했지만 대안학교와 특수학교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반중학교로는 장수중학교가 유일한 것입니다.

10월 일제고사 때 학생들에게 체험학습을 허락했다는 이유로 징계에 회부되어 있는 장수중학교의 김인봉 교장 선생님이 다시 12월 23일의 일제고사를 학교차원에서 거부했다는 것은 한 인간이 양심과 소신에 따라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자기 용단이라 생각합니다.

징계를 눈 앞에 둔 공직자가 그 징계의 원인행위를 양심에 따라 거듭 되풀이 한다는 것은 섶을 지고 불길에 뛰어 드는 짓이라는 것이 명확합니다. 그 짓(?)을 김인봉선생님은 하신 것입니다. 교육자적 사명과 양심의 명령을 따른 것입니다. 어떤 사회적 지위와 명성과 체신도 버리고.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존경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학교로 지지 방문도 하고 싶습니다. 김인봉 선생님의 무거운 짐을 조금이라도 나눠 질 수 있다면 말입니다. 편지도 보내고 싶습니다. 이 싸움은 제법 오래 갈 것입니다. 간단하게 끝날 싸움이 아닙니다. 그래서 가칭 <김인봉선생님을 지키는 사람들> 이라는 카페도 만들고 싶습니다.

김인봉 선생님께 점심 한 끼 대접하고 싶습니다. 선생님의 외로움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서명지를 확보하면 우리 마을회관에서부터 서명을 받을 것입니다.

전화에서 저는 그랬습니다. 전라북도 도 교육청에서 이번 23일의 일제고사에 대해 학교별로 자율적으로 결정하라는 공문까지 내려 보냈으면서 지난 10월 일제고사 때의 일로 김인봉선생님을 징계 하겠다는 것은 일관성이 없는 방침이지 않냐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교육당국이라는 게 그런 '일관성'에 개의치 않는 다른 요소들에 의해 움직이는 모양입니다. 이번 23일 일제고사 때 여러 중학교에서 일제고사를 안 치기로 결정 해 주었다면 우리 김인봉선생님께 얼마나 격려가 되었을까 싶습니다. 제가 이 싯점에서 중학교 교장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 했을 정도입니다.

김인봉 선생님을 지키는 것은 결국은 우리 스스로를 살리는 일일 것입니다. 개인 김인봉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속에 있는 비본질을 넘어서는 일이 될 것입니다. 전화 한 통화와 격려 글 한 줄이 그 출발이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장수중학교 교장실 : 063-351-2579 / 장수중학교 누리집 : http://www.jangsu.ms.kr


이 기사는 <장수군 귀농인 연대>카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김인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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