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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일제고사 때문에 전국의 학교가 술렁이고 있다. 아니 긴장하고 있다고 해야 옳다. 반대하는 사람과 찬성하는 사람의 대립도 더욱 심화되고 있다. 누구를 위한 시험인지 무엇을 위한 시험인지 참으로 궁금하다. 학생도 학부모도 그리고 교사들도 반대하는 시험을 굳이 보겠다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의도를 이해할 수가 없다. 시험이 갖고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아무리 인정하더라도 이번 일제고사만큼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번 일제고사의 목적이 무엇인가? 교과부 발표에 따르면 '학업성취 수준 및 변화 추이를 분석하고, 학력격차 해소와 학교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평가라면 각 시도에서 선정한 표집학교의 평가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래서 참교육학부모회를 비롯하여 전교조 등의 시민단체들이 이 전국일제고사에 대해 반대하면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번 시험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학생을 대상으로 치러지는데 10년 만에 부활하는 것이다. '잃어버린 10년'을 주장하더니 이제는 정말 과거의 괴물마저도 부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이번 일제고사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다양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중 하나이다. 이명박 정부는 영어 몰입식 교육을 포함하여 대학입학 3단계 자율화, 학교별 수능성적 공개, 자율형 사립고 설립, 특목고 증설, 국제중 설립 등의 교육정책을 제시하고 있는데 대부분 수월성교육을 위한 우수학생을 위한 정책이다. 바로 특권층을 위한 교육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일제고사도 이와 같은 교육정책의 일환이다. 학교별 성적을 공개하므로 고교등급제를 위한 전단계라고 할 수 있다. 고교 등급제같은 정책이 시행되면 우리나라의 초·중·고 학생들은 시험이라는 지옥에서 엄청난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번 조처는 지난 4월 15일에 교과부가 발표한 '학교자율화추진계획'의 연장선상에 있다. 교과부는 앞으로 사설모의고사 참여금지지침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설모의고사를 규제하지 않으면 각 학교는 시험 보는 횟수를 대폭 늘릴 것이다. 수능 모의고사를 생가해 보자. 수능시험의 경우 하루 종일 시험을 보아야 하기 때문에 심리적인 압박감뿐만 아니라 신체적인 고통도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어른들도 시험을 치르는 것이 힘든데 청소년기의 학생들은 더욱 심할 것이다.

 

게다가 학부모가 부담하는 비용도 만만치가 않다. 사설모의고사를 한번 보는데 9천원이니까 만약에 한달에 한번씩 본다면 일년이면 10만원이 넘는다. 문제는 현재 고등학교에서 사설모의고사를 편법적으로 치르고 있지만, 일제고사가 부활되면 앞으로는 중학교는 말할 것도 없고 초등학교에서도 사설모의고사를 보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모의고사를 보면 성적에 민감한 학부모들은 사교육의 문을 두드리게 될 것이고 사교육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 뻔하다. 그리고 사설평가기관에 의해 공교육이 완전히 얽매이는 결과를 가져와 공교육의 붕괴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물론 지금도 거의 사설모의고사기관이 대학입시를 좌우하고 있지만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얼마 전에 교육과학기술부는 국민의 알권리(?)차원에서 학교별로 수능시험성적을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결국 시험은 학교를 평가하는 잣대가 되기 때문에 학교 간의 경쟁과 대결이 더욱 심해질 것이다. 결국 학교에서 성적이 높은 학생들은 지금보다 더 많은 혜택을 보게 되겠지만, 평균 이하의 학생들은 학교에서 푸대접을 받게 될 것이다. 교육적으로 대단히 우려스러운 현상이 학교에서 나타날 것이다.

 

일제고사 성적이 공개되면 각 학교는 비상이 걸릴 것이다. 학교평가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학교평가는 단순히 성적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학교에서의 인성교육이나 전인교육 등과 같은 도덕중심(moral core)의 교육보다는 지식중심(knowledge core)의 교육이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공교육의 붕괴를 가속화시킬 뿐만 아니라 사설모의고사와 같은 사교육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학교뿐만 아니라 학부모도 비상에 걸릴 것이다. 학생들의 성적이 전국단위로 공개되기 때문에 초등학교에서부터 특목중이나 특목고를 위한 사교육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는데 무슨 문제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입시교육이 더욱 심화되고 가속화된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7백만명에 달하는 학생의 성적을 한국교육과정평가원(KICE)에서 처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성적을 처리하는데 거의 한달이나 걸리는데 7백만명이 넘는 학생의 성적을 어떻게 처리할 수 있겠는가?

 

결국 일부 교육청에서는 사설모의고사 기관에 성적을 맡길 수밖에 없다고 발표를 했다. 정부는 성적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말을 하고 있지만 자연스럽게 공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일제고사의 성격상 전국 단위의 성적을 통한 '학교 줄세우기'는 불가피하다.

 

'학생 줄세우기'에 이어 '학교 줄세우기'가 이루어지면 사교육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고 학부모는 사교육에 목을 매게 될 것이다. 공교육보다는 사교육이 더욱 활성화되고 학교의 위상은 갈수록 추락할 것이다. 그리고 사교육의 특성상 학부모의 경제력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의 양극화'가 '교육의 양극화'를 부추기게 될 것이다.

 

전국 일제고사를 치르는 비용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 많은 돈을 낭비하는 것보다는 부진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을 더욱 다양화시켜 부진 학생들의 성적을 향상시켜 학생들의 성적을 상향 평등화시키는 것이 더욱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학생도 교사도 학부모도 반대하는 일제고사를 보는 것보다는 차라리 예전처럼 각 지역별로 표집학교를 선정하는 평가를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노태영기자는 남성고 교사입니다.


태그:#전국일제모의고사, #이명박정부,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 #전교조, #노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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