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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밤 단행된 KBS 팀원 인사를 둘러싼 '보복인사'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한 기자가 "나도 인사를 내달라"며 주장하고 나섰다.

 

김경래 KBS 시사보도팀 소속 <미디어포커스> 기자는 18일 오전 사내 게시판(코비스)에 글을 올려 사측의 팀원 인사를 비판했다.

 

김 기자는 김용진 전 탐사보도팀장의 부산총국 발령을 문제삼으며 '보복성 인사'가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팀장은 탐사보도팀장을 역임하고 <미디어포커스> CP를 맡는 등 사내 탐사보도, 시사보도의 전형을 만들어 온 상징성을 띤 기자다. 

 

김 기자는 이런 이유를 들어 인사 내용을 지적했다. 

 

"(김용진 기자는) 탐사보도팀을 실질적으로 만들었고 KBS 보도본부에 탐사보도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사람이며 방송 탐사저널리즘을 안정적으로 정착시켰고 수많은 수상으로 위상을 높였다. 열심히 일하면 좌천되는게 제대로 된 조직인가?"

 

김 기자는 이어 "기자들을 이런 방법으로 순치하려한다면 KBS 저널리즘은 희망이 없다"면서 "어차피 원칙도 절차도 없는 인사라면 나도 포함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보도본부 공기에 불길한 패배주의 냄새가 지독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경래 기자는 KBS앞에서 연일 촛불 문화제가 열렸던 지난 6월에도 인터넷 포털 '다음' 아고라에 "국민들이 KBS를 지켜줄 만큼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지 뼈 프게 반성해본다, 촛불 앞에 당당할 만큼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키고 있는지 마음이 무겁다, 방송 독립을 지키기 위해 미력을 다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아래는 김 기자가 KBS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 전문

 

제목: 차라리 저도 인사를 내주십시오

 

대부분의 인사가 납득이 가지 않지만, 김용진 선배의 부산 발령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김용진 선배가 서울에 와서 5년 동안 한 일이 무엇입니까. 탐사보도팀을 실질적으로 만들었고, 그동안 KBS 보도본부에 탐사보도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사람 아닙니까. 방송 탐사저널리즘을 안정적으로 정착시켰고, 놀라울 정도의 수많은 수상으로 KBS 보도본부의 위상을 높였습니다. 열심히 일하면 좌천되는게 제대로 된 조직입니까.

 

성향이 맞지 않고, 윗사람에게 고분고분하지 않는다는 이유였겠지요. 눈엣가시인 미디어포커스와 탐사보도팀을 만든 사람이라는 이유였겠지요. 팀장에서 내려앉힌 것만으로도 성에 차지 않았겠지요. 보복성 인사라는 사실은 명확합니다.

 

기자는 권력을 감시하고 부조리를 고발하는 사람으로 배웠습니다. 이번 인사는 KBS 기자들을 그저 고분고분한 순둥이로 만들겠다는 거 아닙니까. 기자들을 이런 방법으로 순치하려한다면 KBS의 저널리즘은 희망이 없습니다. 이번 인사를 받아보고 혀 한번 끌끌차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저 자신의 무기력함에 치가 떨립니다. 어차피 원칙도 절차도 없는 인사라면 저도 포함시켜 주십시오.

 

'열심히 일하는 게 아무 소용없다, 조용히 보신하고 줄 잘서면 KBS에서 출세한다'는 냉소적인 인식이 후배들의 몸에 체득되고 있습니다. 보도본부의 공기에 불길한 패배주의의 냄새가 지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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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경래#KBS#사원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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