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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세자의 강사포와 세자빈의 겹장삼
 왕세자의 강사포와 세자빈의 겹장삼
ⓒ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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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례란 무엇인가? ‘가례(家禮)’란 가정의 관혼상제(冠婚喪祭)에 대한 예법을 말하는데 특히 왕실의 혼인예식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가례는 세자빈의 후보 가운데 신붓감을 선택하는 간택에서부터 혼인 예식 후 왕과 왕비를 뵙던 조현례까지다. 사람들은 이 가례에 대해 궁금해 한다.

그래서 종종 가례 재현행사가 열리는데 숙종∙인현왕후 가례, 고종∙명성왕후 가례, 장헌(사도)세자∙혜경궁홍씨 가례 재현행사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행사 자체보다는 어쩌면 화려한 원삼과 적의 따위의 세자빈 옷에 더 관심이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원삼과 적의를 포함하여 왕실 혼인예식에 입던 가례 복식을 재현한 전시회가 지난 9월 17일부터 10월 22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2에서 열렸다. 서울 배화여자대학교 전통의상과 2007 졸업작품전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의 가례복식전'이 그것이다. 이 전시회는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신광섭), 배화여자대학(학장 김정길), (사)국립민속박물관회(회장 임동권)가 공동으로 마련했다.

임금의 면복(왼쪽)과 곤룡포
 임금의 면복(왼쪽)과 곤룡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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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빈의 노의(왼쪽)와 원삼
 세자빈의 노의(왼쪽)와 원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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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의 가례'는 1743년(영조 19년) 10월부터 1744(영조 20년) 1월까지 진행되었고, 그 순서는 간택, 납채(청혼서 보내기), 납징(혼인의 징표로 예물을 보내기), 고기(혼인 날짜 잡기), 책빈(세자빈 책봉하기), 친영(세자가 세자빈을 맞이하러 가기), 동뢰연(혼인 후의 궁중잔치)과 왕이 왕세자에게 술을 내리는 조현례다.

전시 복식은 혼인예식 절차 중에서 전통한복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것으로 세자빈 원삼, 왕세자 면복 등 재현 복식 49벌인데 <장조헌경후가례도감의궤>를 바탕으로 가례(왕실의 혼인예식)의 절차별 복식들을 재현했다.

또 이 전시 복식은 배화여자대학 전통의상과 황의숙∙김소현∙이윤주∙변정현∙진선희 교수가 지도하여 학생들의 졸업작품으로 만든 것이다. 간택, 간택 후 별궁행차, 임헌초계의(왕이 왕세자에게 술을 내림), 친영의, 동뢰연의, 빈조현례의 등 8개의 공간을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왕비와 대비의 적의와 임금의 강사포
 왕비와 대비의 적의와 임금의 강사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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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간택(揀擇)은 궁중의 가례를 위해서 민간의 혼인을 금하였고, 적령기의 처녀들을 대상으로 처녀 단자를 제출하게 하였다. 처녀 단자를 가지고 세 번에 걸친 심사를 하여 세자빈을 가려 뽑았는데 간택에 임하는 처녀는 다홍치마, 노랑 저고리 등을 입었다. 삼간택 후에 세자빈이 결정되면, 세자빈은 왕실 어른께 인사를 올린 후 어의궁으로 향했다. 이 별궁행차 때에 세자빈은 원삼을 입었으며, 그 뒤를 내인과 호위병력이 따랐다.

이어서 세자가 세자빈을 맞으러 별궁으로 가기 전에 왕을 뵙는 임헌초계의(臨軒醮戒儀) 절차를 행한다. 혼인하는 사람에게 술을 주는 것을 초(醮)라고 하였기에, 당부한다는 의미를 더하여 초계(醮戒)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세자가 별궁으로 가서 기러기를 드리는 전안례(奠雁禮)를 올리고 세자빈을 맞아오는 친영의(親迎儀)를 한다.

이후 친영의(親迎儀)를 마친 세자빈이 입궐하는데 이때 문무백관과 기마 호위병력, 의장수, 궁궐의 내인과 의녀 등 수많은 수행원이 따랐다. 가례 후 입궐하는 행사를 그린 반차도(班次圖)를 통해 그 장관을 볼 수 있다. 이 행차에는 조정의 문무백관, 호위병력, 궁중의 내인들을 비롯하여 행차의 품격을 높여주는 각종 의장물을 든 의장수(儀仗手)까지 많은 수행원이 시위(侍衛) 복식으로 참여했고 그 복식들을 재현했다.

가례 때 입던 수행원의 복식
▲ 수행원 복식 1 가례 때 입던 수행원의 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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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례 때 입던 수행원의 복식
▲ 수행원 복식 2 가례 때 입던 수행원의 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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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궐하면 세자와 세자빈의 혼인을 축하하는 잔치인 동뢰연의(同牢宴儀)를 여는데 이는 세자와 세자빈이 서로 절하는 교배례(交拜禮)와 술잔을 나누는 합근례로 이루어졌다.

동뢰연 다음날에는 세자빈이 왕(영조)와 왕비(정성왕후)를 뵙던 절차인 빈조현례의(嬪朝見禮儀)가 있었다. 민간에서의 폐백(幣帛)에 해당하는 절차라고 말할 수 있는데, 창경궁 통명전(通明殿)에서 거행되었다. 세자와 세자빈이 중앙에 앉고, 왕과 왕비가 그 좌우에 앉아 의례를 진행했다.

이 가례 복식전은 이런 절차에 따른 복식을 재현했는데 배화여대 전통의상과는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하나뿐인 한복을 배우는 대학과정이다. 보통의 의상학과는 교과과정(커리큘럼)의 대부분이 서양 복식인데 견주면 전통의상과는 그 반대로 대부분 한복이 차지한다. 입체재단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한복의 특징인 평면재단을 배우는 곳이다. 그럼에도 일반 한복이 아닌 궁중복식 그것도 원삼과 적의 등 옷 짓기가 쉽지 않은 것들이어서 학생들로서는 큰 고심을 했을 것으로 보였다.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의 가례복식전'을 보는 관람객들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의 가례복식전'을 보는 관람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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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상과 권민정 학생 대표(2학년)는 “보통의 바지와 저고리, 치마와 저고리가 아니고 궁중 가례 복식이기에 우리는 한층 정성을 들였습니다. 이 옷들을 지으려고 저희는 여름 방학을 반납해야 했어요. 하지만 우리 모두 불만은 없습니다. 덕분에 큰 공부를 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전시 도중 많은 외국인이 흥미로워하며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할 때가 잦아 보람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제 많은 이가 한복은 물론 가례를 잊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이렇게 묵묵히 한복과 가례를 알리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손뼉을 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 학생들의 노력은 우리의 전통이 사라지지 않고 자랑스럽게 빛나게 하는 일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대자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가례복식, #배화여대, #사조세자*혜경궁홍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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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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