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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의 부당해고에 맞서 211일째 회사 앞마당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전국금속노동조합 인천지부 콜트악기지회(지회장 방종운·인천 부평구 갈산1동 소재)의 천막농성장을 지난 1일 찾았다.

 

그곳에서 방금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집회를 벌이고 돌아온 이현래(50) 여성부장을 만났다. 이 부장은 방종운 지회장과 함께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투쟁을 벌여오고 있다.

 

이 부장이 회사에 입사한 것은 1984년. 벌써 만 23년이 됐다. 하루 일당이 2700원이던 시절, 그때는 토·일요일도 없이 하루 11~12시간의 중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그나마 88년 노동조합이 생기며 노동조건이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작업환경이나 임금은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 그렇게 23년 동안 청춘을 바쳤는데 돌아온 것은 정리해고 통지서였으니 어찌 억울하지 않겠는가. 

 

"요즘에도 조금만 힘들면 목이 많이 가라앉습니다. 아무래도 나무 먼지와 칠 먼지가 심한 곳에서 오랜 기간 작업해서 그런 것 같아요. 23년이나 일했는데도 정리해고 전 한 달 일해 받은 돈이 모든 세금을 제하면 100만원 정도였습니다. 다른 사람들한테 월급 얘기를 하면 말도 안 된다고 믿지 않을 정도에요. 13년을 근무한 사람이 있는데 아마 내년에는 최저임금에 걸려 임금을 인상해줘야 될 겁니다.

 

사장은 그렇게 직원들에게 인색하면서도 다른 데에 비해 많이 주는 편이라고 주장해 왔어요. 또 노조 때문에 회사 망한다고 항상 얘기하고 다녔는데 오히려 최근에는 당기순이익이 많이 올랐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노동조합에 열성적인 간부 8명과 산재로 요양 중인 5명을 포함시켜 56명을 정리해고 한 거죠. 억울할 수밖에 없지 않나요."

 

방종운 지회장과 노조 간부, 해고자들이 돌아가면서 철야농성을 벌인지도 벌써 211일째다. 농성을 거르지 않고 이어오는 것이 쉽진 않았지만 그 자리에는 늘 이현래 여성부장이 함께 있었다.

 

이 부장네는 이 부장이 일을 하지 않으면 정말 어렵게 살 수밖에 없는 모녀가정이다. 해고되자 지역건강보험으로 바뀌면서 10만원으로 오른 건강보험료를 3개월 동안 내지 못했다. 낼 형편이 안 되는 것이다. 게다가 딸아이는 몸이 약해 직장에 다니는 것이 쉽지 않은 처지다. 이 부장이 회사에서 일을 할 때까지는 그래도 딸아이에게 약을 먹일 수 있는데, 이마저도 못하고 있는 처지이다.

 

힘들게 농성해오던 지난달 24일 농성장으로 희소식이 날라 왔다. 회사가 경영난을 이유로 지난 3~4월 직원 179명 중 희망퇴직자 18명을 포함해 56명을 정리해고 한 것에 대해 인천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가 부당해고라고 판정을 내린 것이다.

 

지노위는 사측의 자산규모나 경영실적으로 미뤄 정리해고 필수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있다고 볼 수 없어 정리해고는 부당해고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리해고 대상에 노동조합 간부가 다수 포함되는 등 노조탄압 의도가 분명하다"며 노조가 낸 부당노동행위 진정에 대해서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그러나 사측은 지노위의 부당해고 판정에도 불구하고 해고자들을 복직시키지 않고 대법원까지 가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투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부장은 이러한 사측의 행위를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았다. 조바심을 내거나 힘든 표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전에는 투쟁이 빨리 끝났으면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요즘에는 아예 5년 동안 투쟁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오랜 시간이 걸려 지노위 판결까지 왔는데 5년을 못 싸우겠어요. 베풀 줄 모르는 1000억 돈 부자 사장이 운영하는, 회사에 잘 보이는 관리직들에게만 성과급을 주는 회사에 맞서 끝까지 싸워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그동안 많은 관심과 도움을 준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타 사업장 노조,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을 봐서라도 꼭 이겨야죠."

 

마지막으로 이 여성부장은 자회사인 대전 콜텍공장의 경우 계룡시장이 적극적으로 나서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한 만큼 부평구에서도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이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 http://bupyeongnews.com)에도 일부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콜트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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