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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당직자회의에서 22일 쏟아진 '노대통령 개구리 비유 발언'이 <오마이뉴스> 보도로 알려지자 청와대가 극도의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4자회담에 응하지 않을 뜻을 비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유인태 청와대 정무수석은 22일 오후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 말이 정말 공식 회의에서 나온 것이냐?"고 되묻고 "사실이라면, 진중권씨 말대로 철분 좀 섭취하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진씨는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를 호되게 비판한 22일자 경향신문 칼럼에서 "보수정당 대표가 남의 국기나 불태우는 맹동주의자들의 과격시위를 거들었다"며 "앞으로 철분 섭취 좀 하셔야 겠다"고 힐난한 바 있다.

유 수석은 "철부지 같은 소리에 일일이 대꾸하고 싶지도 않다. (대통령께) 보고할 가치도 못 느낀다"고 말했다. 유 수석은 4자 회담과 관련해서도 "최 대표는 공식제안을 했다는 것인데, 회담 의제도 일방적으로 설정한 것이고, 만나서 어떤 얘기를 할 수 있는 지 판단이 안 선다"고 덧붙였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이런 마당에 어떻게 4자회담을 하느냐"고 말했다. '개구리 발언'이 노 대통령과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등이 참여한 4자회담 성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악재로 돌출한 것이다.

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발언의 주모자인 김병호 홍보위원장과 박주천 사무총장은 자신들의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정치인의 위상을 실추한 책임을 지고 공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오마이뉴스>의 22일 오전 보도 이후 <다음> <야후>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들이 일제히 <오마이뉴스> 기사를 뉴스란의 머릿기사로 내보내고 오후부터 조중동을 포함한 언론사 사이트들도 뒤늦게 이 사실을 크게 보도하자 매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기획위원장으로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 참석했던 원희룡 의원은 '개구리 발언'에 대해 "농담처럼 시중에 나도는 유머 시리즈를 소개하는 줄 알았다"며 "순식간에 진행된 발언이지만 결과적으로 부적절했다"고 말했다.

비주류 의원 모임 '국익우선연대'의 대변인격인 홍준표 의원은 "제1당의 사무총장이나 홍보위원장으로서 적절하지 못한 발언"이라며 "대통령이 되기 전이라면 모르되, 대통령이 된 이후에 그런 식으로 대통령을 희화화 하는 것은 나라를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소장파인 남경필 의원 역시 "대통령에 대해 정책적으로 비판하고, 국정혼란을 강하게 비판하는 것은 야당의 책임이지만, 대통령을 향해 인신공격을 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중앙> "한나라당은 사과해야...대통령도 여유있게 넘겨야"
<조중동>, '개구리 발언' 어떻게 보도했나

그동안 노무현 대통령의 '튀는 발언'에 대해 뉴스 밸뉴를 높게 평가해 비중 있게 보도해왔던 <조중동> 등 보수언론들은 23일자 신문에서 한나라당 주요 당직자회의의 '개구리 발언'에 대해 논란 형식으로 비교적 짧게 소개했다.

청와대쪽에서 이를 계기로 '4자회담'에 응하지 않을 방침을 밝히는 등 정치적으로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뉴스 밸류를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한 셈이다.

하지만 <중앙>의 경우 '대통령 희화 발언 적절치 않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을 개구리에 비유한 시중 유언(流言)을 소개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행위였다"며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을 비하할 생각이 없었다고 해명할 것이 아니라 진솔한 사과를 하는 것이 정도"라고 비판했다.

<중앙>은 또 이 사설에서 "대통령의 인격을 원색적으로 희화하는 저질발언을 하는 것은 대통령을 뽑은 국민을 모욕할 뿐만 아니라 정치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헬무트 톨은 독일 총리 재임시 자신을 풍자한 비슷한 유의 개그에 대범하게 대처했다는 예를 소개하면서 "일과성 해프닝을 한판의 소극(笑劇)으로 넘기는 여유가 오히려 대통령을 대통령답게 만들 것"이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조선>은 '개구리 발언' 기사를 23일자 6면(정치면)하단에 2단기사로 "야 당직자 '노 대통령 개구리 비유' 파문"이라는 제목으로 짧게 다뤘고, <동아>는 8면(종합면) 상단에 '노 대통령 개구리에 비유 논란'이라는 제목의 3단 박스 기사를 실었다.

한편 22일 오전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의 '개구리 발언'에 대해 침묵하던 주요 언론사들도 <오마이뉴스>의 오전 보도 이후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파문이 일자, 이날 오후부터 자사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주요 기사로 취급하는 등 뒤늦게 보도하기 시작했다.

<동아닷컴>은 오후 4시 현재 '노 대통령 개구리 비유 파문'이라는 제목으로 메인화면 톱기사로 다루고 있고, <조인스닷컴(중앙일보)>는 메인면에 '한나라, 노 대통령과 개구리 공통점 비유'라는 제목으로, <디지틀조선>은 정치면 서브에서 '야, 노 대통령 개구리 비유 발언 논란'이라는 제목으로 '개구리 발언' 파문을 보도했다.

<다음> <야후>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들은 <조중동>사이트 보다 먼저 <오마이뉴스> 보도를 메인면 뉴스란의 머릿기사로 실었다. / 이한기 기자


@ADTOP@
한나라당 당직자 회의 풍경은 이랬다

노무현 대통령과 개구리의 공통점은?

"올챙이 적 시절 생각 못한다."
"시도 때도 없이 지껄인다."
"가끔 슬피 운다."
"어디로 튈지 모른다."
"생긴 게 똑같다."


▲ 김병호 의원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시중에 떠도는 유머를 옮겨 놓은 게 아니다. 22일 오전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쏟아진 발언들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회의에서 출범 6개월을 맞는 노무현 정권에 대한 평가 작업의 내용과 방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을 개구리에 비유, "시도 때도 없이 지껄인다" "생긴 게 똑같다" 등의 인신공격성 비하 발언을 쏟아내 논란이 예상된다.

김병호 홍보위원장은 회의 말미에 "시중 얘기 중에 개구리와 공통점 다섯 가지에 대한 얘기가 있다"고 운을 띄운 뒤 "올챙이 적 … ", "시도 때도 …" 등을 꼽기 시작했다.

그러자 옆 자리에 있던 박주천 사무총장이 "가끔 슬피 운다" 등 나머지 세 가지를 소개하며 김 위원장의 발언에 끼어들었다. 이에 당황한 홍사덕 총무가 급히 손을 흔들며 "그런 얘기는 간담회 때 하자"고 박 사무총장의 말을 제지했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두 사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큰 소리로 웃었다.

회의 직후 당의 한 주요 당직자가 기자를 찾아와 "그냥 농담처럼 한 얘기이니 기사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당의 주요 정책 현안 문제를 논의하는 공식 회의석상에서 당 사무총장과 홍보위원장이 한 발언이라는 점과 기자들이 취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 상태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 때문에 적지 않은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 박주천 의원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이에 앞서 박주천 사무총장은 "취임 6개월을 맞이한 노무현 대통령이 남은 4년 6개월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를 충심으로 바라는 마음에서 고언을 하겠다"며 "쓴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특정 세력의 대변인이 되서는 안된다, 나무가 아닌 숲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은 이날 노무현 정권 출범 반년 평가서를 발표하고, 이러한 내용 등이 담긴 책자를 만들어 추석 귀향객 등에게 배포할 예정이다.

박진 대변인은 평가서 내용과 관련 "노 대통령은 국민 신망을 잃었고, 성적표는 낙제점"이라며 "평가서에는 초심을 생각해 심기일전해서 분발하고, 실정과 비리는 사죄하라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극도의 불쾌감 "이런 마당에 4자회담 하겠나"

청와대는 한나라당 당직자회의 '개구리' 발언내용에 극도의 불쾌감을 표출하며 최병렬 대표의 4자회담 제의 자체를 거부할 뜻을 내비쳤다.

이같은 발언 내용을 전해들은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처음에는 "심하네요..."라며 극도로 감정을 절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이 '4자회담' 성사 가능성을 묻자 "당시 (최 대표가) 제의를 할 때도 비난이 너무 많아서 제의라고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이런 얘기가 나오는 마당에..."라고 말끝을 흐렸다.

현재 내부조직을 개편하고 있는 정무수석실의 관계자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아직 구체적인 대응을 얘기할 수는 없지만, 당직자들이 그런 말을 했다니 4자회담 등 청와대와 야당 관계에 크나큰 악수로 작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통령에 대한 수준 낮은 저질 발언은 국민을 비하하는 것"

민주당도 한나라당 당직자회의에서 나온 '개구리 발언'에 대해 '말 같지도 않은 말'이라며 어처구니없어 하는 표정이다.

이상수 사무총장은 이날 점심 때 기자들과의 만난 자리에서 '개구리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그게 사실이냐"며 "그렇게 말하면 안되지…"라고 불쾌함을 토로했다. 또한 이날 오후 당 차원에서도 '한나라당 당직자들의 수준 이하 회의에 대해 불쾌감을 표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한나라당의 개구리 발언을 비판했다.

서영교 민주당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한나라당의 주요 당직자들이 공식 회의에서 자국의 대통령을 비난하기 위해 수준 이하의 저질 발언을 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더 이상 한나라당에 기대할 것이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대통령을 이렇게 비하하는 추태는 우리나라 국민을 비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 부대변인은 "발언의 주모자인 김병호 홍보위원장과 박주천 사무총장은 자신들의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정치인의 위상을 실추한 책임을 지고 공직을 사퇴해야 한다"며 "국민들은 한나라당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이러한 발언이 오간 것을 보고 진정 국민들을 위한 정치인이 누구인지 심판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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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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