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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는 왜 젖꼭지가 있을까?> 겉그림
ⓒ 랜덤하우스
"몹시 춥고 바람이 쌩쌩 불던 밤, 뉴욕의 한 응급실에서 환자에게 '콧줄'을 끼고 있는 내게 그가 왔다. 그는 슈퍼맨이라고 외치며 날뛰는 정서장애 환자를 이런 식으로 제압해버렸다. 크립토나이트(슈퍼맨의 힘을 약화시키는 돌)을 줘버리겠어!"- 저자 프로필 중에서

<남자는 왜 젖꼭지가 있을까?>의 공동 저자 '빌리 골드버그'와 '마크 레이너'는 이렇게 만났다. 자칭 '호기심 작가'인 마크 레이너가 <윈더랜드>(ABC방송)라는 메디컬 드라마를 쓰면서 자문을 구하고자 뉴욕 응급실의 응급의사인 빌리 골드버그를 방문한 것이다.

이 둘의 만남은 드라마를 완성하기 위한 단순한 질문과 자문을 뛰어 넘어 과히 환상적이다. 호기심이 왕성한 작가가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을 번득이며 응급실 응급내과 의사에게 묻는다. 호기심 작가 못지않게 엉뚱하고 기발한 의사는, 질문에 맞먹는 답을 들려주고 그에 못지않은 질문을 호기심 작가에게 던진다.

속된 말로 쿵짝이 잘 맞는 이 둘은 서로 궁금해 하는 것에 대한 실험을 하고 세계 연구 기록 자료들을 뒤지는가 하면, 시시콜콜한 것들을 모아 통계를 내고 정의를 내린다. 이렇게 나온 책이 <남자는 왜 젖꼭지가 있을까?>이다.

전 세계 150만 독자의 웃음보를 터뜨린 의학 지식들

"음식을 많이 먹으면 정말 배가 터질까? 재채기를 참으면 위험할까? 간지럼을 태우면 왜 웃음이 날까? 손가락 관절을 뚝뚝 꺾으면 해로울까? 삼킨 껌이 소화되는데 정말 7년이 걸릴까? 여드름을 짜면 안 좋을까? 뱀에 물리면 정말 독을 빨아내야 할까? 술에 취하면 왜 이성이 더 매력적으로 보일까? 남성에게도 폐경기 같은 것이 있을까? 침은 뱉는 것이 좋을까? 침을 삼키는 것이 좋을까? 하품은 전염될까? 방귀를 참으면 기체는 어디로 갈까?"

호기심 작가와 응급내과 의사 둘이서 궁금해 했던 이 질문들은 엉뚱하지만 꽤나 재미있다. 나 역시도 종종 궁금하던 것들이라 속 시원한 대답을 해 줄만한 사람에게 물어본 적이 있는데 "엉뚱하다", "호기심도 유별나다"식의 대답과 함께 상대방은 얼버무리고 말았다. 때문에 이 책은 어지간히 반갑다.

방귀를 참으면 나오지 못한 그 기체는 어디로 갈까? 자기 집에, 자기만의 공간에 혼자 있는 경우가 아니라 누군가를 만나는 중에 나오려는 방귀를 어떻게든지 참아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혹은 숨죽여 뀐 방귀의 냄새가 의외로 고약하여 민망한 적도 누구에게나 있는 일 아닌가?

이때 참은 방귀가 몸 안 어디엔가 스며들어 건강에 좋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해 본적 있는 사람들도 아마 많을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만들어진 방귀를 억지로 참으면 장속이 기체로 풍선처럼 팽만해지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극히 드문 사례요, 혈액 속에 녹아 콩팥을 통해 오줌으로 배출되거나 고체형태로 변해 대변으로 나온다고 한다.

덧붙여, 저자들에 의하면 '콩'은 방귀를 만들어 내는 으뜸식품이다. 그러니 점잖은 모임에 가는 사람은 모임이 있는 날만큼은 콩 제품을 멀리하는 것이 방귀를 억지로 참아야 하는 고통을 막는데 도움이 되리라.

알고 뀌자, 방귀의 실체

▲평균적으로 방귀는 질소 59%, 수소 21%, 이산화탄소 9%, 메탄 7%, 산소 4%로 이루어져 있다. 방귀 냄새를 풍기는 것은 1%도 안 된다. ▲뀌는 순간의 방귀 온도는 약 37도이다. ▲방귀는 초당 3미터의 속도로 분출된다. ▲사람은 하루에 약 0.5리터의 방귀를 뀐다. ▲여성이나 남성이나 방귀 뀌는 횟수는 별차이가 없다. ▲방귀 냄새는 황화수소 기체 때문이다. 이 기체에는 황이 들어 있으며, 그것이 냄새의 원인물질이다. ▲황 성분이 많은 음식을 먹을 수록 방귀 냄새도 독해진다. 콩, 양배추, 치즈, 달걀이 대표적이다. 탄산소다도 방귀 냄새를 독하게 만든다. ▲보통 방귀는 하루에 약 14회 뀐다. / 책속에서
콩 말고, 방귀를 유난히 많이 유발시키는 식품에는 또 어떤 것들이 있을까? 방귀는 어떤 성분으로 이루어졌으며, 순간 시속은 어떻게 될까? 이런 질문들과 함께 '방귀에 불을 붙이면 어떻게 될까?'라는 다소 장난기 어린 질문도 있는데 두 말 할 것도 없이 위험하다.

실제로 후배들을 잡는다고(?) 술자리에서 엉덩이 가까이에 불을 가져가는 경우도 있는데, 잡는 방법이나 목적이 달라지는 상당히 위험한 놀이인 것이다. 오늘날 지구 온난화의 원인 중 한 가지는 소와 같은 초식동물의 방귀와 트림에서 배출되는 메탄가스요, 배출 가스를 확인한다고 소를 태워 죽인 사례도 있는 만큼 그냥 웃자고 만든 우스개가 아니다.

또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혹시 지금 이 순간 몰아치려는 재채기를 앞두고 있다면 속 시원히 분출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고 싶다. 시속 160킬로미터로 분출되는 2000~5000개의 세균 가득한 재채기를 참으면, 코의 연골 골절, 코피, 고막 파열, 청력 상실, 현기증, 망막 박리, 얼굴피부공기증이라는 일시적인 얼굴 팽창 등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저자들은 꽤 진지하게 말하기 때문이다.

참, 남자에게 젖꼭지가 있는 이유는 배아 발생 6주까지는 남성이 아닌 여성의 특징으로 존재하고 발달했기 때문이란다. 그러니까 여자는 남자의 갈비뼈에서 갈라져 남자로부터 삶을 덤을 얻은 것이 아니라, 남자는 여성으로부터 시작됐고, 인류의 근원은 여자인 셈이다. 이를 증명하듯 그다지 쓸모가 없는 젖꼭지를 가진 남성들도 유방암에 걸릴 수 있단다.

누구나 해결해야 하는 생리현상, 당당히 즐겨라

<남자는 왜 젖꼭지가 있을까?>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비롯된 책이 아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생리 현상들, 꼭 알고 있어야 하는 의학 상식들을 알려주는 의학 서적이다.

음식과 관계 되는 우리 몸, 남성과 여성의 기본적인 차이에서 비롯된 질문들, 배설물과 관계되는 생리 현상들, 성에 관한 은밀한 이야기들과 속설의 근거, 영화속에서 인용한 의학지식과 영화에서처럼 실제로 일어 날 수 있는 우리 몸의 변화 등 9개의 주제로 나누었다.

책 띠지에는 "전 세계 150만 독자의 웃음보를 터뜨렸다!"는 표현이 있는데, 그 말은 맞는 것 같다. 의학 상식이 이렇게 엽기적이고 재미있을 수 있을까? 책을 읽는 동안, 배꼽 이야기를 읽는 동안 배꼽을 쥐고 웃기도 했다. 이 책의 의도는 이렇다.

"서글픈 사실은 현대 의과대학 교육의 커다란 헛점 중 하나가 일반인들이 실제로 알고 싶어 하는 의학 지식은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불행한 상황을 해결하려는 시도로 만들어졌다. 우리는 이 책에서 사람들이 묻는 의학 질문들에 대답하고자 했다.

맥주를 먼저 마시고 독한 술을 마시면 머리가 아프고, 독한 술을 먼저 마시면 괜찮다는 말이 사실인가요? 정자를 먹으면 살이 찌나요?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왜 머리가 띵하지요? 이 책은 사람들이 의사에게서 듣고 싶지만 막상 응급실이나 진료실에서는 묻기가 꺼려지는 좀 난감한 질문들을 담고 있다. 술이 석잔 쯤 들어가야 용기를 내서 물을 만한 질문들 말이다."- 머리말에서

덧붙이는 글 | <남자는 왜 젖꼭지가 있을까?>(빌리 골드버그, 마크 레이너 지음/랜덤하우스 코리아.2007년/9,800원)


남자는 왜 젖꼭지가 있을까?

빌리 골드버그.마크 레이너 지음, 이한음 옮김, 박상희 그림, 랜덤하우스코리아(2007)


태그:#남자는 왜 젖꼭지가 있을까?, #방귀, #의학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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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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