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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손자가 아파서 병원에 데려가려고 지하 주차장에 내려갔을 때였다. 자동차 앞유리에는 아주 작은 메모지가 꽂혀있었다.

▲ 자동차에 남겨진 쪽지
ⓒ 정현순
"죄송합니다. 잠시만요…. 다름이 아니라 선생님의 차량에 관심이 있어 글을 남깁니다. 파시겠다는 마음이 있으면 언제라도. 연락을 주시면 바로 매입하겠습니다. 당장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후에 꼭 한번 연락 주세요. 전화 기다리겠습니다. 연락처 ○○○"

자동차가 오래 되다 보니 별의별 쪽지를 접하게 된다. 그동안 붙었던 쪽지들은 새 차를 사라는 안내문과 명함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런 쪽지는 처음이었다. 언젠가 거리를 가다가 시동만 걸려도 자동차를 산다는 커다란 현수막을 본 기억이 있는데 바로 그런 종류인 듯 했다.

내 차는 14년 된 소형 승용차다. 때문에 주변의 관심이 지대하다. 요즘은 웬만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어 자동차를 자주 가지고 다니지는 않기 때문에 장거리 갈 때는 사전 점검을 꼭 하고 나가야 한다. 한 달 전쯤 자동차 정비센터에 갔을 때였다.

엔진오일도 갈고 타이어공기압 등 점검을 요청하자 그곳 주인은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런 자동차 운전 못 해요, 오토도 아니고 파워핸들도 아니지요?" 한다. 난 "네, 아니지요, 내가 힘은 끝내주잖아요" 하고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번에 중고차가 나왔는데 탄 지 얼마 안 된 자동차예요, 그 때 연락하려다 안 했는데…" 한다. "네, 잘 하셨어요, 아직은 충분히 쓸 만해요, 좀 더 있다가 바꾸지요"하곤 수리를 잘 마친 자동차를 운전해 집으로 돌아왔다. 수리를 잘해서인지 운전하는 기분이 상쾌했다.

▲ 1992년에 구입한 현대 액셀.
ⓒ 정현순
손자를 데리고 병원에 갔던 날도 마찬가지의 관심을 받았다. 진료를 마치고 나오니 자동차가 몇 겹으로 주차돼 있어 관리인에게 차를 빼달라고 요청했는데 관리인 왈, "이 차 직접 운전하세요?"

"네, 왜요?"
"아니 이걸 어떻게 운전하고 다니세요?"
"네, 내가 힘이 아주 좋아요."

운전하고 사라져가는 나를 그 아저씨는 신기하다는 듯이 오랫동안 쳐다보고 서 있었다.

그림반 친구들도 내 자동차가 14살 되었다고 하면 "어머나 그렇게나 오래 되었어요?" 하면서 더는 말을 잇지 못한다. 하기야 요즘 운전하고 길에 나가면 내가 가지고 다니는 차종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간간이 보였었는데 지금은 작정을 하고 찾아봐도 보기 어려울 정도다.

같은 무렵에 자동차를 구입했던 친구들이 꽤 여러 명 되는데 그 친구들은 대부분 자동차를 바꿨다. 많게는 3번째 바꾼 친구도 있다. 나만 빼고 모두 2번은 바꾸었다. 그 친구들은 내 자동차를 보고는 작년까지만 해도 "야, 너 이 차 정말 오래 탔다, 웬만하면 바꾸지?"라고 한마디씩 했다. 그럼 나는 "이 자동차가 들으면 기분나쁠 지도 몰라, 얘 듣는데 그런 소리 함부로 하지 마라"하고 웃고 말았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 친구들도 태도가 바뀌었다. "이 차 명품이다, 명품, 앞으로도 바꾸지 마라, 탈 때까지 타 봐, 그럼 누가 아니? 이 자동차회사에서 무슨 선물이라도 줄지"하곤 격려해 준다. 이제야 친구들도 내 자동차의 진가(?)를 알아낸 것 같다. 그들이 그러지 않아도 나도 그럴 생각이었다.

올해로 14살 된 내 자동차, 그동안도 나와 함께 많은 일을 해왔고 앞으로도 많은 일을 같이 해나갈 것이다. 14살 된 내 자동차, 지금도 세차 깨끗이 해주고 휘발유 가득 넣어주고 점검을 잘 받으면 운전하는 기분은 끝내준다. 비록 오토가 아니고 파워핸들은 아니지만 난 그런 장치가 된 자동차와 똑같은 기분을 느끼면서 운전을 하고 있다.

"고마운 자동차야, 앞으로도 나와 함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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