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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들밥이 뭐예요?”

한 여학생이 내게 물었다. 그 학생은 들밥이 비빔밥이나 볶음밥처럼 밥 메뉴 중의 하나인 줄 알았나보다. 행사일정표에 들밥 먹기가 있으니 궁금해서 물어본 것이다. 들밥이란 단어를 처음 보니 궁금했을 것이다.

들밥은 들에서 일하면서 먹는 밥이다. 들밥은 참 맛있다. 또한 옆 논의 누구도 부르고 앞 밭의 누구도 부른다. 그러기에 집에서 밥을 해올 때 아예 넉넉히 해온다. 고추에 된장 하나만 있어도 들에서 먹는 밥은 꿀맛이다. 일하는 사이사이에 먹는 새참도 그만이다. 시장이 반찬인지 일하다보면 밥맛이 당긴다.

청소년의달 행사를 추진하기 위해 이천시 학생 4-H회원들을 데리고 이천시 대월면 군량리의 자채방아마을로 체험활동을 나갔다. 군량리는 세종대왕의 큰형님인 양평대군이 머물렀던 곳인데, 농촌진흥청의 전통테마마을로 지정이 된 마을이다.

버스 3대로 출발하여 100여명의 학생들이 자채방아마을에 도착하니 마을대표자와 어르신 몇몇이 우리를 반가이 맞아주셨다. 아낙네와 할머니는 점심준비를 하느라 가마솥을 올리고 불을 지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간단한 개회식을 마친 후 팀을 나누어 경운기 타고 동네 한 바퀴 돌기와 활쏘기를 하였다.

▲ 경운기 타고 동네 한 바퀴
ⓒ 박종인

▲ 활쏘기
ⓒ 박종인
경운기 운전을 담당한 어르신은 예전에 소달구지를 몰던 솜씨로 달달거리는 경운기를 몰았다. 아이들은 놀이동산에서 기구를 타듯 덜컹거리는 경운기를 탔다.

한편 활터에서는 힘껏 시위를 당기지만 이내 고꾸라지듯 몇 발치 못가고 떨어지는 화살을 보며 안타까워 하는 여학생들과 제법 과녁 가까이 날아가는 힘센 남학생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 가마솥 점심밥
ⓒ 박종인
커다란 가마솥이 이글거리는 불에 달궈져 김을 내뿜었다. 드디어 원두막에서 점심을 먹는 학생들은 소풍을 나온 양 신나했다. 몇몇 학생은 편식을 하는지 반찬투정을 하기도 했지만, 그 아이를 위한 배려는 없었다.

안 먹으면 자기만 손해기에 아이들은 있는 반찬을 다투듯이 먹었다. 가마솥 주위를 기웃거리는 아이들은 누룽지까지 얻어 먹었다. 내가 저 학생들만 할 땐 작은형과 나는 서로 누룽지를 먹으려고 다퉜으나 번번이 내가 밀리곤 했다.

▲ 모내기하는 한 학생
ⓒ 박종인
점심식사 후 모내기와 미꾸라지 잡기 체험활동이 있었다. 처음엔 논에 들어가는 것을 꺼려하던 학생들도 옆에서 선생들이 거들고 먼저 들어가 친구들이 조르니 하나 둘 참여했다.

"모를 어디에 심어요?"

못줄 위에 빨간 점들은 모를 심을 자리를 표시하는 것인데, 한 학생은 이 점에서 한 뼘 가량 떨어진 곳에 모를 심었다. 왜 거기에 심었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옆에 있던 학생도 의아한지 내게 물었다. 못줄을 뗄 때마다 모두 일어서서 한 발씩 뒷걸음치고, 못줄을 대면 일제히 허리를 숙여 모를 심는 모습이 참 흐뭇했다.

▲ 나란히 모내기 하는 학생들
ⓒ 박종인
이 풍경을 얼마만에 대하는지 모른다. 지금은 수십 명이 함께 손으로 모내기를 하지 않고 한두 사람이 이앙기로 모내기를 한다. 품앗이와 두레로 여러 사람이 모내기를 하며 새참을 먹는 풍경은 이제 지난날의 풍경으로 사진틀 속에 자리하고, 손으로 모내기를 하는 것은 체험거리로 남았다.

▲ 자채방아마을에서의 모내기
ⓒ 박종인
시골에서 학교 다닐 때 농번기인 이맘때면 학생들이 단체로 들에 나가 일손을 거들곤 했다. 농사일의 특성상 일이 몰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때를 놓치면 지장이 많지만 일손이 모자라니 공부하는 학생들이 동원되기도 했었다.

공부만 하면 되는 지금과는 달리 그때의 학생들은 학교에서는 공부하고 집에서는 일을 해야만 했다. 지금은 모내기가 재미이자 체험거리지만 그때는 현실이었고 생활이었다. 모내기하는 풍경을 보니 반가움과 함께 격세지감이 든다.

ⓒ 박종인
생활이든 체험이든 하루 잠시 들로 나와 농사체험을 해보는 시간이 참 유익했다. 그저 재미라고, 또는 지루하다고 여길 일인지 몰라도 이들이 나처럼 어른이 되면 빛 바랜 사진처럼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 모내기 후 손질하는 농부
ⓒ 박종인
학생들이 모내기를 한 후에 농부는 다시 논에 들어가 빠진 곳에 보식하며 손질을 한다. 저 어르신은 어쩔 수 없는 농부이다. 그 논이 체험장이므로 지금 심은 모를 뽑고 다른 품종으로 바꿔 심어야 하는데도 손질을 하는 것이다. 하루 아침을 들에서 맞이하다 들에서 보내시던 아버지가 떠오른다.

▲ 미꾸라지 잡기
ⓒ 박종인
논 옆의 둠벙에서는 미꾸라지 잡기가 한창이었다. 그물로 이곳저곳을 쑤시니 미꾸라지도 잡히고 올챙이와 우렁이도 함께 잡혔다. 아직은 때 이른 날이지만 물속에 들어간 학생들은 벌써부터 물장구를 치며 여름을 재촉하고 있다.

▲ 미꾸라지
ⓒ 박종인
하루 수업을 빠지고 들에 나온 학생들은 지금은 잘 모른다. 훗날 이 풍경이 인생의 귀한 추억이 되리란 걸. 우리는 몸으로 겪은 만큼 느낀다. 학생 시절에 가능한 다양한 경험을 체험하여 삶이 풍성해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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