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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진상조사단이 중간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진상조사단이 중간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심규상
'경영적자 누적’ 인가, 노조 무력화를 위한 ‘위장폐업’ 인가.

지난 달 24일 폐업한 유성 호텔 리베라의 폐업이유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동당은 진상조사를 통해 이번 사태를 위장폐업으로 잠정결론 내리고 영업정상화를 촉구했다. 반면 사측은 일방적이고 단편적 견해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민주노동당 호텔리베라 폐업 진상조사단(공동단장 단병호 오길성)은 27일 오전 11시 호텔 리베라 주차장에서 '중간 조사보고 기자회견'을 갖고 호텔리베라의 폐업이유는 사측이 밝힌 것과 달리 노동탄압을 위한 위장폐업 의혹이 짙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그 근거로 "자체 경영성과 분석결과 올 5월까지 매출실적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9.6% 신장을 이뤄 점차 경영정상화가 예측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조사단은 또 “모 기업인 신안그룹측이 2001년 호텔리베라 인수자본금 707억원 중 407억원을 유상증자로 회수하고도 인수자금 대출분 107억원과 관광개발진흥기금 원금 중 일부를 상환한 것으로 볼 때 자금여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사단이 내놓은 지난 해 호텔리베라 적자규모는 서울이 60억여원인데 반해 유성은 21억여원으로 오히려 서울보다 적자규모가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단은 회사측이 폐업을 통보하기 불과 3주 전인 지난 6월에 호텔 보석매장과 오락실 입점 계약을 신규로 체결하고 지난 4월, 39명에 달하는 비정규 직원을 채용한 것도 위장폐업의 근거로 들고 있다. 즉 폐업은 경영적자에 따라 준비해온 것이 아닌 노조를 무력화 시키기 위해 갑자기 들고 나온 카드라는 것.

이에 대해 호텔리베라(유성) 원혁재 관리실장은 "이는 민주노동당 조사단의 일방적이고 단편적 견해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원 실장은 "서울 사업장은 신규투자로 활로가 예상되지만 유성사업장은 시설노후화에 따른 시설개보수비만 100억원 이상이 소요되는데다 인건비 비중마저 높아 경영개선방안을 찾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조사단"'노조파업 대처방안'문건은 '파업 유도문건'"
사 측 "회사측과 관계없다"


조사단측이 '파업유도문건'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문제의 자료. 이에대해 사측은 "회사와는 관계없다"고 출처를 부인했다.
조사단측이 '파업유도문건'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문제의 자료. 이에대해 사측은 "회사와는 관계없다"고 출처를 부인했다. ⓒ 심규상
조사단은 이와 함께 이번 조사과정에서 발견된 '노동조합 파업 대처방안보고’문건을 제시하며 “파업유도를 통해 위장폐업을 하고자 했음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문서”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사단이 "2003년에 유성 호텔리베라 전 임원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히고 있는 이 문건에는 대규모(31명) 구조조정 계획과 함께 이에 따른 노조의 파업 대처방안이 단계별로 적시돼 있다.

문건에서는 노조측의 1단계 준법투쟁에 맞서 집회참가자들에게 엄격한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하고 개인휴가 중지, 직원 통제 강화 등을 통해 심리적 압박을 가한다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또 노조가 부분파업에 들어가는 2단계에서는 일부 업장을 휴장하고 영업손실 증거를 채증하는 것은 물론 노동청-경찰서와 긴밀히 협조하는 것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전면파업에 들어가는 3단계에서는 영업장 직장폐쇄 검토와 함께 영업방해 불법행위자에 대한 고소고발을 추진하는 조치계획도 마련하고 있다.

실제 사측은 지난 해 노조와의 임.단협 협상과정에서 전보발령, 직장폐쇄, 손배가압류 등 문건 내용과 같은 단계별 절차를 밟아온 바 있다.

진상조사단과 민주노총대전본부 등은 “이는 사측이 단계별 대응을 통해 파업을 유도하고 이를 명분으로 폐업해 그 책임을 노조측에 전가하려한 속내가 명백히 드러난 '파업 유도문건'”이라며 “이달 말까지 사측 대응을 지켜본 후 여의치 않을 시 관련 문건 등을 토대로 회사측을 사법당국에 고발하고 국정감사 등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원혁재 관리실장은 "노조측이 같은 문건을 지난 해부터 들고 다니는 것을 보았다"며 "회사와는 관계없고 사측의 공식입장도 아니다"고 말했다.

임금. 수당 고의체불, 노조와해 시도 "노동탄압 있었다"

조사단은 사측의 노동탄압 여부와 관련 “노동조합 측이 경영정상화를 위해 최근 3개월간 임금의 30%에 대한 지급보류를 인정하고 인력감축에 따른 강화된 노동강도를 감내하기로 한 반면 사측은 임금과 각종 수당을 체불하고 노조 와해를 시도했다”고 평가했다.

진상조사단은 문제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고의적 체불임금 지급 ▲노조간부 6명에 대한 손배가압류 취하약속 이행 ▲폐업절차 중단 및 영업 정상화 ▲경영의지가 없을 시 3자 매각 진행 등을 제시했다.

한편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관계자 11명으로 구성된 진상조사단은 추가조사를 진행한 후 조만간 최종 조사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호텔리베라는 지난 해 임단협 협상과정에서 사측이 부분 직장폐쇄를 단행하자 노조가 100여일 동안 장기파업을 벌여 합의점을 도출했으나, 지난 6월 말 사측이 돌연 직원들에 대한 해고를 통보하고 폐업을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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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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