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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옹기의 맥을 잇는 젊은 옹기장이 홍성일
ⓒ 서정일
옹기의 고장 보성에 전통의 맥을 잇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젊은 옹기장이가 있다. 전남 보성군 미력면 덕림리 555번지 꼰메옹방의 주인 홍성일(33). 옹기가 좋아 옹기 하나만을 좇아 내려온 보성은 이제 그에겐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다.

서울에서 도예과를 졸업하고 옹기의 참맛을 알기 위해 홀홀단신 찾아온 보성. 맨 처음 느낀 건 낯설음과 외로움. 옹기에 대한 열정이 아니었다면 눌러앉지 않았을 거라는 그가 이곳에서 생활한지도 벌써 5년째.

"옹기는 도자기와 다릅니다. 모든 게 다릅니다. 살아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겁니다."

옹기와 함께 있으면 살아 있는 생물과 마주 앉아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는 홍씨에게 옹기가 맺어준 또 다른 인연이 있다. 다름 아닌 지금의 아내. 그녀 또한 충청도에서 전라도까지 옹기 하나만을 보고 내려온 도예공. 옹기 부부라 할 수 있다. 옹기가 중매까지 선 것이다.

▲ 작업장 옆에 있는 가마
ⓒ 서정일
"요즘엔 옹기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도예를 하는 사람 중 아마 1000명 중에 50명 정도나 될까요? 그것도 잠깐 스쳐 지나가는 정도니 이러다가 맥이 끊기지 않나 걱정됩니다."

젊은 나이답지 않게 전통이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염려하는 그에게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대뜸 " 경제적인 어려움이죠" 하고 대답한다.

"사실 옹기라고 전부 옹기가 아닙니다. 시대가 변하면 맞게 변해야 된다지만 살아 있는 옹기를 만들기 위해선 천연 유약을 사용하고 전통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해야 하죠. 요즘 그런 곳이 몇 안되니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하고 말하는 그의 고집스런 전통 사랑에 그가 왜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했는지 어렴풋하게 알 것 같았다.

▲ 요즘은 생활옹기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고 한다
ⓒ 서정일
옛날엔 그저 항아리 정도로만 생각했지만 옹기로 못 만드는 게 없다는 그는 요즘은 각종 생활식기류 다기류 제작에 많은 정성을 기울인다고 했다. 생활 속의 옹기를 만들어 옹기를 다시 태어나게 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라고 하니 옹기가 홍씨를 잘 만난 건지 아니면 홍씨가 옹기를 잘 만난 건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요즘도 두 달 전 태어난 애보다 흙을 더 많이 쓰다듬고 만진다면서, 손과 발이 마비되도록 흙을 빚으며 밤새는 것을 다반사로 했을 때도 개의치 않았는데 한 달 몇 십만원으로 생활하려 할 땐 정말 난감했다고 얘기하는 젊은 옹기장이 홍성일. 그 앞에서 전통의 맥을 잇는 젊은이들이 하나 둘 늘어나기를 바란다는 말은 차마 할 수가 없었다.

집을 나서는 모퉁이에서 "저기 옹기 하는 젊은 부부 참 좋아" 하는 칭찬의 소리를 모두 들으라 크게 얘기하는 동네사람들의 표정엔 오래도록 이 고장에 남아주길 희망하는 눈빛이었다. 죽은 흙을 살아 있는 옹기로 만들어 아끼는데 하물며 삶을 함께 하는 동네분들에겐 오죽이나 잘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전통의 맥을 잇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그에게서 장이로서 꿋꿋한 고집을 발견하고 그가 옹기의 고장 보성에 남아 큰 재목으로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했다. 아울러 이러한 젊은이들에게 따뜻한 손길이 한번 더 갔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 옹기 제작 단계를 설명하는 홍성일씨
ⓒ 서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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