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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와 송광사라는 양대 큰 사찰을 안고 있는 884미터의 아름다운 산, 조계산. 단풍이 물들면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길을 헤맨다는 산, 조계산. 그저 산이 있어 오른다는 어느 산악인의 말을 무색케 할 정도로 아름다운 조계산에는 세상에 잘 알려져있지 않은 '가부좌를 튼' 굴참나무 한 그루가 있다.

▲ 좌측에서 본 가부좌 튼 굴참나무
ⓒ 서정일

▲ 우측에서 본 가부좌 튼 굴참나무
ⓒ 서정일
자연적으로 생겼는지 아니면 그 어느 누가 만들어 놓은 것인지는 잘 알 수 없지만, 넓적한 돌을 방석 삼아 상념에 잠긴 듯 절대자에게 구도를 구하는 듯 호젓하게 앉아 있다.

송광사와 선암사의 중간 지점인 굴목이재에 자리하고 있는 이 나무는 굵기로 봐선 그리 오래되지 않은 듯하다. 잡목들과 함께 섞여 있어 일반인들이 쉽게 발견하긴 힘들다. 송광사에서 선암사로 가는 등산길의 좌측편에, 또 선암사에서 송광사로 가다보면 우측 등산로에서 살짝 벗어난 지점에 자리잡고 있다.

▲ 그리 오랜 수령을 갖고 있는 나무는 아닌듯한 크기
ⓒ 서정일
목적지만을 향해 쉼없이 달리는 사람들에겐 결코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듯, 여유있게 산을 오르며 삶의 철학을 깨우친 자에게만 모습을 드러내는, 참 신비로운 나무가 바로 이 가부좌를 튼 굴참나무이다.

믿기 어렵지만 믿을 수밖에 없는 신비의 나무, 가부좌 튼 굴참나무를 찾아나서며 등산로에서 만난 많은 등산객들에게 "이곳에 좌선하는 굴참나무가 있다는 얘기를 들어보신 적 있으세요?"라고 물었다. "글쎄요 그런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는데, 이 근처에 있답니까?", "쌍향수를 말하는 건가요?", "무슨 그런 농담을…." 하며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가부좌 튼 굴참나무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조계산 보리밥집 최모(53) 사장은 "제가 이곳에서 장사한지 20년이 넘었습니다만, 더러 조금 이상하게 생긴 나무는 봤지만 저렇게 생긴 건 처음이네요. 참 신기하네요. 더구나 나무 밑둥지에 방석처럼 생긴 돌까지 영락없이 가부좌를 튼 모습이네요"라며 사진을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 조계산을 손바닥 보듯 잘 안다는 최 사장조차 이 나무의 존재에 관해 의아해 한다.
ⓒ 서정일
사실 조계산에서 유명한 나무는 쌍향수이다. 800년 수령의 두 나무가 뒤엉켜 올라간 모습이 너무나 신비로워 문화재청에서 '아름답고 희귀한 나무'로 천연기념물 제88호로 지정해서 보존하고 있을 정도다. '신기한 나무라고 해 봐야 그게 그거지' 하면서 가 보지 않은 사람은, 다녀온 사람들의 말을 듣고 평생 후회한다는 쌍향수.

수령은 이에 미치지 못하지만, 신비함으로 보자면 그에 못지 않은 가부좌 튼 굴참나무. 조계산이라면 손바닥 보듯이 잘 안다는 최 사장조차 고개를 갸웃거릴 만큼,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이 굴참나무를 보면서 자연은 참으로 신비롭고 경이로운 존재하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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