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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대행사는 남포동, 영화 관람은 해운대, 야외 상영은 수영만, 기자회견은 특급호텔로 나눠져 영화제의 열기를 한 곳으로 모으기 힘들었다
ⓒ 정민규
지난 7일부터 부산 해운대와 남포동, 수영만 일대에서 가을밤을 화려하게 수놓은 제9회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15일 폐막작 <주홍글씨>를 마지막으로 화려한 축제를 마쳤다. 이번 PIFF는 한층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이며 세계 8대 영화제로의 입지를 굳혔다.

하지만 예매 등 티켓관련 문제, 들쭉날쭉한 영화제 개최시기, 상영관의 분산으로 인한 혼란 등 고질적인 문제점은 해결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한층 더 발전된 모습을 기대하며 2004PIFF를 정리해 본다.

PIFF의 힘! 관객 - 국내 영화제 중 가장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PIFF인 만큼 올해 역시 관객의 파도는 거세게 몰아쳤다. 개막작 <2046>이 4분 52초 만에 매진되는 등 총 84.8%의 좌석점유율을 보여 전년 대비 1.8%가 상승했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인터넷 예매 시작과 함께 서버가 다운되면서 네티즌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조직위는 2배의 서버를 증설했지만 한꺼번에 몰리는 네티즌 앞에서 서버의 증설도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 그렇지 않아도 좁은 길을 무대가 막아버리면서 많은 시민들이 통행에 불편을 겪었다
ⓒ 정민규
이를 볼 때 접속자가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분산 예매 등을 시행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매년 명절 기차표 예매에서 서버 다운을 겪어왔던 철도청은 각 선별로 예매 일자를 다르게 하고 있다.

또 자체 ㈆僅떻潁?벌여 철도우수 회원에게 인터넷 판매를 실시하고 그 외는 창구에서 직접 판매하는 안도 검토중에 있다. 철도청은 이러한 방법으로 시스템 과부하를 막고 우수회원에게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PIFF가 벤치마킹을 할 필요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분산된 상영관, 관객은 갈팡질팡 - 해운대 메가박스와 남포동 부산극장, 대영극장, 수영만 야외상영장 등 3곳으로 나눠 영화가 상영되다 보니 관객들의 불편이 컸다. 남포동과 해운대의 이동시간은 평균 1시간으로 극장 간 이동거리를 계산하지 못한 뒤늦은 취소가 잇따랐다.

해운대에서 만난 오명훈(49)씨는 “극장이 떨어져 있다보니 시간 맞추기가 너무 힘들다”며 “남포동과 해운대 미포항을 잇는 쾌속선을 영화제 기간 동안 운영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남포동에 집중되어온 부대 행사를 해운대로 옮겨오겠다는 계획으로 추진됐던 해운대 'Art Street' 등이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영화제 중 실시된 5회의 무대인사는 9일 양동근 무대인사만을 제외하면 모두 남포동에서 열렸다.

이외에도 주요 무대 행사가 남포동에 편중되는 양상을 보여 무대 행사는 남포동, 영화는 10개관을 가지고 있는 해운대, PPP와 리셉션, 기자회견 등은 해운대 특급호텔로 갈려지는 양상을 보여 영화제의 열기를 한 곳에 모으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 한 시각 장애인이 동료와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자리에 앉고 있다.
ⓒ 정민규
또 남포동에 행사가 지나치게 집중되다 보니 그렇지 않아도 시민들의 왕래가 많은 PIFF광장에 무대까지 설치돼 시민들이 통행에 큰 불편을 겪었다. 일부 시민들이 스태프들과 언쟁을 벌이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었다.

이 문제는 2007년 해운대 센텀시티 부지에 전용관이 건설되기 전까지는 근본적이 해결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전용관의 건설은 그동안 극장의 대목인 추석에 밀려 영화제 시기가 결정되어온 비난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만큼 한껏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완공까지 남은 3년이나 남은 전용관만 기대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그동안의 10회와 11회 PIFF를 어떻게 치러낼 것인지는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첫 시도는 합격점 - 올해 처음으로 실시된 심야상영, 소외계층 좌석기부, 정시 상영, 마스터클래스, 10인의 감독과 영화보기는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심야상영과 마스터 클래스는 100%의 좌석 점유율을 기록하며 인기를 모았다.

또 장애인과 청소년 가장을 초청한 좌석기부 행사 또한 성공적이었다. <마지막 늑대>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시각장애인들은 화면 설명 장치를 귀에 꽂은 채 영화를 들을 수 있었다.

▲ PIFF는 영화제 기간 내내 디카와 폰카의 홍수에 시달렸다.
ⓒ PIFF
95년 질병으로 시력을 잃게 된 이영자(58)씨는 “9년 만에 처음으로 영화를 본다”며 감격에 겨워했다. 이씨는 “자세한 설명을 들으니 눈앞에 장면이 상상되면서 마치 진짜 영화를 보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씨는 “좌석이 한정된 탓에 오고 싶다는 맹인복지관 식구들을 데리고 오지 못해 미안하다”며 “앞으로 이런 행사가 더욱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또 극장의 특성상 비장애인을 위주로 한 것이다 보니 점자 보도 블럭 미비 등 장애인들의 접근 자체가 용이하지 못했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유명 감독들의 영화와 인생철학을 들을 수 있었던 <마스터클래스>는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가장 규모가 작은 메가박스 10관에서 열려 많은 사람들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더군다나 비슷한 형식의 부천국제영화제의 ‘메가토크’가 무료로 열려있다는 점에서 더 넓은 공간에서 무료로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해 보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하다.

말이 나온 김에 부천국제영화제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하자면 부천의 경우 영화제 기간 동안 시청 광장에서 무료관람을 실시해 많은 호응을 얻어내고 있는 만큼 수영만에서 열리는 오픈콘서트도 말 그대로의 진정한 ‘오픈’을 위해 무료상영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역시 첫 실시된 정시 상영은 일부 지각한 관객들의 입장을 통제하면서 언쟁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궁극적으로 모든 관객의 편의를 위한 다는 점에서 추후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밀려드는 관객들의 사인 공세에 이와이 순지 감독은 직원용 출입구로 몸을 피해야했다
ⓒ PIFF

숫자로 보는 PIFF 2004

3 : <빈집><웃음의 대학>, <69>가 추가 상영되고 <21그램>,<친구와 연인 사이>,<노비>가 상영 취소됐다. 이외에도 3회의 세미나와 오픈토크가 열렸다.

4:54 : 개막작 <2046>은 예매 시작 4분 54초만에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9 : ‘9’회 PIFF는 10월 7일부터 15일까지 ‘9’일 동안 ‘9’개 섹션으로 나눠져 상영됐다. 9회의 기자회견도 열렸다.

63 : PIFF엔 63개국의 작품이 출품되었다.

84.8 : PIFF의 좌석점유율 8회 대비 1.8가 상승했다.

100 : 개막작, 폐막작, 마스터 클래스, 심야상영 등 4개 섹션은 100%의 관객 점유율을 보였다.

117 :수많은 영화인들이 총 117회의 관객과의 대화를 가졌다.

262 : PIFF에서 상영된 작품 수

270 : 한국영화 <내 머릿 속의 지우개>가 270억에 수출되었다(역대 일본 수출가 최고)

454 : 총 공식 상영 횟수 (인더스트리 및 마스터 클래스 제외)
1,012 : 개막식 참석 게스트

1274 :PIFF 취재를 신청한 국내외 언론인 수

2046 : 왕가위 감독이 연출한 PIFF개막작

166,164 : PIFF를 다녀간 관객 누계

196,924: 해운대와 남포동, 야외상영관의 총 좌석 수 / 정민규 기자
아쉬운 관람태도 - PIFF가 8대 영화제로 성장했지만 관객들의 수준은 아직 미흡한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두고 전형적인 문화 자체 현상의 사례라는 말까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문제가 디지털 카메라 문제다. 이번 PIFF는 디카와 폰카의 대중화로 어느 해보다 ‘플래시 홍역’을 앓아야 했다. 상영관 앞마다 캠코더를 가려내려는 자원봉사자들의 눈이 바쁘게 돌아갔지만 일일이 가방을 열고 검사할 수도 없었다.

특히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는 취재진 이외 사진 촬영을 금한다는 사회자의 설명을 무시한 채 곳곳에서 사진을 찍는 관객이 눈에 띄었다.

이 때문에 초상권에 민감한 해외 게스트들과 이들의 소속사 관계자가 일일이 이들을 찾아가 사진을 삭제하는 씁쓸한 장면이 빚어지기도 했다. 또 관객과의 대화가 끝난 뒤 막무가내로 게스트들을 둘러싸고 사인 용지를 내미는 행위는 매번 자원봉사자들이 개입해 스크럼을 짜고 게스트를 사수해야 할 만큼 심각한 문제였다.

일부 게스트 또한 막무가내로 티켓을 발권해 놓고 정작 상영관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공식적으로는 매진된 영화의 좌석이 군데군데 비는 상황이 빚어졌다.

9일간의 축제는 끝이 났다. 이는 곧 새로운 축제의 준비를 의미한다. 내년 10회를 맞으며 더욱더 성대한 축제를 준비 중인 PIFF에게는 벌써부터 준비해야 할 일이 많다. 당장 올 12월에는 PIFF의 백년지대계라 할 수 있는 전용관의 국제 공모 당선작이 결정된다. 9회를 발판 삼아 10회를 넘어서 100회를 향한 힘찬 뱃고동이 울리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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