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록 그룹 '더 코리안스(The Koreans)'. 애국심 강한 열혈 한국인들이 모여 결성한 초강력 헤비메탈 밴드라도 되는 것일까. 그런데 사진에서 보듯 전혀 한국사람, 하물며 아시아계 냄새조차 나질 않는다. '더 코리안스'는 록의 본고장 영국 출신 5인조 록 밴드다.

ⓒ theKoreans
그래도 뭔가 한국 혹은 한국인과 인연이 있을지 모른다. 먼 조상이 한국인 일지도 모르는 일이고…. 한국에 대한 좋은 추억이라든지 혹은 절대 잊지 못할 괴로운 기억으로 한국인 타도를 외치려는 것일지도.

상상이야 얼마든 가능하겠지만, 아래 인터뷰에서 볼 수 있듯 밴드 이름을 이렇게 붙인 것은 순전히 우연에 불과하다. 뭔가 '끈끈한' 이유를 기대했던 사람들에겐 허무감을 안겨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들의 주무기는 독특한 밴드 이름이 아니라, 이들의 음악이다.

'더 코리안스'는 영국 청년들로 고등학교 동창 4명이 시작한 록 그룹이다. 현재는 키보디스트가 보강돼 5명이 활동하고 있다. 클럽 공연을 시작한지 4년째로, 지금까지 4장의 싱글 앨범을 발표했다.

꾸준히 공연 활동을 이어가며 영·미 음악 언론으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는 '더 코리안스'. 앨런 맥기와 같은 영국의 주요 평론가들은 '영국 록의 미래'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록 음악이 가진 다양한 질감의 사운드를 잘 버무려 놓은 이들의 음악은 '온고지신'으로 축약될 만하다.

롤링스톤즈를 연상케하는 고전 영국 록 사운드와 영국 모던 록 분위기가 잘 섞여 있으며, 여기에 미국 얼터너티브 록, 일렉트로닉 음악 분위기도 묻어난다. 전반적으로 안정된 곡 전개도 듣기 좋다. 처음에 들어서 강렬하게 말초 신경을 건드릴 말한 음악은 아니지만, 들을수록 매력을 느끼고 빠져들게 하는 음악이다.

이들은 빛 한줄기 들어 오지 않는 런던의 한 기차역에 판자로 이어 붙여 만든 개러지(창고)에 모여 3년을 보냈다. 영국 전역의 클럽을 순회하며 공연했고 슈퍼스타 '오아시스'가 탄생한 잉글랜드 북부도시 맨체스터에서 큰 인기를 끌어 음반사와 정식으로 계약하게 된다. 이후 런던에서는 이미 고정 팬들이 생겼고, 4장의 싱글 앨범이 꾸준히 클럽에서 팔렸다.

'개러지 투혼' 끝에 올 9월 6일 공식 데뷔 앨범을 발표한 '더 코리안스'. 이에 맞춰 10월 15일부터 17일까지 한국에서도 공연을 갖는다. 밴드 이름과는 달리 한국에 가본 적은 한 번도 없어 꽤 기대되는 무대라고 한다.

▲ 스튜디오에서 만난 올리버씨. '운전할 줄 모르지만 이 차는 멋지다'며 차에 올랐다.
ⓒ 박성진
앨범 발매일 즈음 런던 근교의 한 스튜디오에서 리드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는 올리버 힉스씨를 만났다. 록 보컬 리스트라기에는 곱상한(?) 얼굴과 다소 수줍은 표정을 띠고 인사를 나눈 올리버씨. 따뜻한 밀크티를 한 잔 나누며 음악, 밴드, 공연 이야기를 나눴다.

- 고등학교 시절 만나 밴드를 결성했다고 들었다. 당시 이야기를 한다면?
"고등학교 시절 대학 진학 준비 때문에 네 명이 서로 모여서 공부하곤 했다. 그 때 장난삼아 밴드를 만들어 보자고 했다. 처음에는 롤링 스톤즈의 ‘Honky Tonky Woman’, 비틀즈의 ‘Back in U.S.S.R’ , ‘Route 66’ 같은 곡을 주로 연습곡으로 삼았다. 당시에는 그냥 친구들끼리 취미로 하는 거였다."

- 당시 주변에 한국인 친구들이 있었나? 혹은 한국에 가보거나 접할 기회가 많았는지(밴드 이름을 볼 때 짐작해 볼 수도 있는데…).
"당시에는 친구라고 할 정도의 한국인은 알지 못했다. 한국에 가본 적도 없고 한국에 대해서도 잘 몰랐다. 졸업한 이후에 조금 알게 됐다. 같이 연주 활동을 했던 록 밴드 케이프스(Capes)의 드러머가 한국에서 1년간 생활한 적 있는데, 당시 여자 친구가 한국인이어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또 내가 미국에서 지냈을 때, 멋진 한국 친구가 하나 있었다."

-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던지는 질문일 텐데, 그렇다면 왜 밴드 이름을 'The Koreans'라고 붙이게 됐나.
"(웃음) 이 질문은‘퀘스천 넘버 원’이다. 밴드 초기 시절 많은 영향을 준 록 밴드 페이브먼트의 ‘Cut Your Hair’라는 곡이 있다. 흥겨워 금방 친숙해지는 곡인데, 그 노래 후렴구에 ‘Career, Career’라고 소리치는 부분이 있다. 단어 ‘Career’를 언뜻 들으면 ‘Korea’ 하고 발음이 비슷하지 않은가.

어느 날 공연장에서 이 노래가 연주됐고 관중들은 함께 소리를 질렀다. 'Career! Career!' 그때 문득 ‘Korea? 어…그래 Korea! 좋았어’ 이렇게 해서 밴드 이름을 그렇게 짓게 됐다. (웃음) 특별한 의도 없이 그냥 우연히 붙이게 된 이름이다.

음악 업계 쪽에서 보면 우스꽝스럽고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이름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활동을 계속해 나가며 발전할수록 이름 때문에 눈길 끄는 밴드가 아니라 정말 괜찮은 밴드라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고 본다."

▲ 밴드의 드럼 세트
ⓒ 박성진
- 런던의 한 기차역에서 집시처럼 살았다고 들었는데.
"아, 맞다. (웃음) 런던 캠버웰에 있는 철도길 아치 다리 밑에 가건물을 하나 짓고 살았다. 벌써 3년 됐다. 런던처럼 비싼 도시에서 돈도 아끼고 음악에 전념할 수도 있고…. 여하튼 잠자고 연습하기엔 좋았지만, 창문도 없고 샤워 시설도 없었다. 멤버들도 처음에는 다들 좋아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들 "제발 내보내줘. 나가고 싶어"라고 아우성 치기도 했다. 어쨌든 멋진 곳이다. 아쉽지만(?), 런던 브릭스턴에 있는 일반 주택으로 이사간다. 창문이 있다.(웃음) 샤워 부스도 두 개나 되고."

- 음악을 들어 보면, 여러 느낌이 섞여 있다. 예를 들면 영국 록의 특징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미국 록 분위기도 느껴지고, 또 요즘 록 음악이지만 복고적인 냄새도 많다. 요즘 추세를 반영하듯 일종의 '하이브리드 록' 음악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자신들의 음악에 대해 설명해준다면.
"지금 말한 게 대체로 맞는 평가 같다. '하이브리드 록' 음악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우린 영국 밴드이지만 미국 서부 록 음악 정서도 많이 담고 있다. 다소 나른하고 퍼져있는 듯한 느낌의 음악 분위기를 읽을 수 있을 거다."

▲ 사진처럼 이들의 음악은 약간 몽환적이며 일렉트로닉 분위기도 느낄 수 있다.
ⓒ theKoreans
- 멤버들이 좋아하는 뮤지션, 밴드가 있다면?
"멤버들 모두 미국 언더그라운드 록 음악을 좋아하는 편이다. 예를 들면 아세톤, 소울정크 같은 밴드가 있다. 그런데 무엇보다 토킹 헤즈, 비틀즈, 롤링스톤즈 같은 영국 록 밴드를 좋아한다. 개인적으로는 엘비스 코스텔로를 무척 좋아한다. 엘비스 코스텔로의 음악은 언제 들어도 좋고, 작곡 능력이 매우 뛰어 나다."

- 지금 말한 밴드에게 음악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보나?
"글쎄, 꼭 그렇지 않다. 물론 좋아하니까 영향을 받을 수 있겠지만, 우리는 다른 밴드와 차별되는 음악을 만들어 내려 한다. 다양한 질감의 사운드가 많지 않은가. 너바나의 록 음악이나,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의 색다른 힙합처럼 다른 사운드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본다."

▲ 데뷔 앨범 'the Koreans' (동명 타이틀 앨범) 표지
ⓒ theKoreans
- 정식 데뷔 앨범이 나왔는데, 앨범을 만들고 난 소감은 어떤가.
"이번 앨범을 만드는 일이 지금까지 내 인생에 가장 힘든 일이었다. 밴드 활동하며 여러 곡을 만들었지만 이번 앨범을 위해서 우리가 지금까지 만든 적 없는 새로운 것을 찾으려 머리를 맞대고 씨름했다. 매우 힘든 과정이었다."

- 이번 앨범 만들 때 음악적으로 주력한 부분이 있다면.
"우리들만의 독특한 사운드와 함께 다양한 느낌을 담아 보려 했다. 다른 밴드와 비슷한 음악이 되지 않으려 했다. 한편, 사람들이 잘 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비틀즈의 음악은 귀에 잘 들어 오고 사운드의 앞 뒤가 잘 맞는다. 음악을 듣기 좋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이 점도 많이 고려했다."

- 영국, 미국 음악 언론에서 좋은 평가를 많이 받고 있다. 성공을 기대하는지….
"설마…(웃음) 특별히 대성공을 기대할 수 있겠나. 영국 전역에서 공연하며 싱글 앨범이 공연 현장에서 많이 팔렸다. 사람들이 우리 음악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그걸로도 만족한다."

- 모 한국 언론 인터뷰에서 '더 코리안스' 음악으로 사람들이 춤출 수 있도록 하는게 밴드의 사명이나 목적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 걸로 기억하는데.
"듣는 사람이 기분 좋아 춤추고 그러는 거야 자연스러운 일이고…. 우리 음악 중에 흥겨운 음악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댄스 그룹도 아니며 댄스용 음악으로 승부하는 건 아니다."

▲ 런던 클럽 공연 모습
ⓒ 박성진
- 곧 서울에서 공연한다고 들었다.
"10월 15일부터 3일 동안 서울 동숭동 라이브 극장에서 한다. 9월, 10월 초까지 영국내 런던, 맨체스터 등 전국 클럽을 돌며 공연한 후 한국으로 건너가 올해 공연 일정을 마무리하게 된다."

- 공연 구성에 대해 말해준다면.
"이번에 발매되는 앨범 수록곡 중심으로 우리 곡을 주로 연주할 계획이다. 비틀즈, 킨크스, 롤링 스톤즈의 곡도 레퍼토리에 포함됐다. 공연 3일 동안 다섯 번의 공연이 잡혀 있다. 하루 두 번 공연이 힘들 수 있겠지만, 공연 하나마다 우리 음악의 일부이고 또 좋은 연습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한국 방문 중 방송 프로그램 출연 예정이라고 들었는데….
"몇 달 전 한국 모 방송사 오락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아마도 우리 밴드 이름 때문에 한국에 소개된 것 같다. 이번에는 음악 관련 프로그램 출연을 시도하고 있다. 소속사 측에서는 윤도현의 러브레터, 배철수의 음악 캠프 출연을 고려 중이라는데 아직 확실하지는 않다."

- 한국 공연을 앞둔 소감은? 첫 한국 여행인데, 특별히 기대되는 게 있는지.
"공연이 기다려지고 지금 약간 흥분한 상태이기도 하다. 한국에 가본 적이 없어 어떤 곳일지 매우 궁금하다. 서울도 런던처럼 꽤 오래된 도시라고 들었다. 오래된 건축물이나 아름다운 풍경이 기대된다. 듣기로는 영국과 달리 자정 넘어 새벽에도 술을 마실 수 있고 시장에도 갈 수 있다고 하는데…. 색다른 여행이 될 것 같다. 무척 기대된다."

- 60∼70년대 영국 록 음악이 비틀즈를 위시해 미국 음악시장을 침투해 뒤흔들어(일명 '브리티시 인베이전') 놓고 전 세계 록 음악을 주도했다. 이번 서울 공연에 성공한다면 한국인들(The Koreans)의 한국 침공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하, 그런가? 아무튼 빨리 서울 무대에 서고 싶다. 한국 음악팬들과 첫 만남이니 잘 됐으면 한다."

'더 코리안스' 한국 공연 일정

*한국 공연 일정

10월 15일-17일(3일간, 5회공연)
서울 동숭동 라이브 극장

*밴드 홈페이지

www.thekoreans.com
(대표곡 'Keep Me in Your Mind' 무료 다운로드 할 수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