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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진 민주노동당 법률지원단장
ⓒ 권박효원
"(다른 당 의원들과) 악수하라고 민주노동당 국회 보내준 게 아니다. 국감에서 모범생 하라고 국회 보냈나. 사회경제 의제를 원내에 끌고 들어가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반성해야 한다."

김정진 민주노동당 법제실장이 "당이 트레이드 마크인 부유세, 무상교육, 무상의료에 대해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고 있다"며 "다른 보수정당과 마찬가지로 민주노동당도 '대국민 사기정치' 반열에 들어섰다"며 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실장은 17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원외 정당 시절에도 학교급식이나 상가임대차보호법을 의제화했는데 원내 정당이 돼서 한 건도 하지 못했다는 것이 말이 되냐"며 당 지도부를 압박했다.

김 실장은 "원내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의제에 대해서도 전술이 필요하지만, 다른 당 의원과 악수하거나 국정감사에서 모범생 되려고 국회에 간 것은 아니다"라며 "민주노동당이 사회경제 의제를 원내에 끌고들어가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김 실장은 "당 지도부가 정책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고 당 간부들 중에도 비정규직의 개념을 모르는 사람이 수두룩하다"며 "좌파든 주사파든 당내 정파가 정책에 대해서는 공부하지 않고 운동권 화법으로만 경쟁한다"고 당내 정책적 무관심을 꼬집었다.

김 실장은 "최고위원회는 회의에서 소모적인 논의가 지나치게 길고 의원단도 의회관행에 빨리 들어가 4·5선 의원처럼 군다"며 이같은 책임을 최고위원회와 의원단 모두에게 돌렸다.

김 실장은 지난 16일 인터넷매체 <진보누리>에 올린 글에서도 "선거에서 득표는 부유세, 무상교육, 무상의료로 했으면서 막상 선거 이후에는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그저 부끄러울 따름이고 민주노동당은 빈곤과 양극화로 고통받는 대중들 앞에 석고대죄하여야 한다"고 자성을 촉구했다.

이같은 지적은 윤종훈 연구원이 사직서를 내며 "당 지도부가 정책에 대해 무관심하다"고 쓴소리를 던진 것과 일맥상통한다.

다른 정책연구원들도 "윤 연구원의 사직에 충격을 받았고 단지 한 사람의 사직 문제가 아니라 정책정당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며 공감을 나타내고 있어 정책 강화를 둘러싼 민주노동당의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김정진 민주노동당 법제실장과의 인터뷰 전문.

"운동권 화법의 정파경쟁... 정책 공부하는 사람이 없다"

- 당이 '대국민 사기정치'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논란이 예상된다.
"부유세, 무상교육, 무상의료에 대해 당이 한 게 거의 아무 것도 없다. 부유세도 윤종훈 연구원의 개인 플레이였다. 소수정당의 한계 때문에 당장의 법안 발의는 어렵다 해도 원내에서 이같은 문제에 대한 본회의 5분발언조차 없었다. 발언 내용은 대부분 원내 파행이나 민주노동당 소외 문제였다.

-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이같은 정책적 실패의 사례인가.
"부유세 부결 문제가 있다. 간이과세 폐지는 양대 노총의 숙원사업이었다. 당에 민주노총 출신이 여러 명 있는데도 이 정책을 이해하지 못하고 반대를 한다. 이해가 안 된다. 아주 나쁘거나 무식한 것이다."

-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우선 당내 정파의 정책에 대한 무능과 무관심이 문제다. 전혀 관심이 없다. 좌파나 주사파나 마찬가지다. 정파 관련 문건을 읽어봐라. 운동권 화법으로 얘기한다. 일반인은 이해할 수 없는 말들로 정파경쟁을 한다. 누구도 현재 한국사회 문제에 대해 답하지 않는다.

지도부 구성도 문제다. 당원직선제를 시행하지만 사실은 대부분 지도부가 추대된 명망가이거나 (민주노총, 전농 등) 대중조직에서 파견된 사람들이다. 당 아래에서부터 성장하거나 정책에 대해 숙지된 사람이 없다. 정책이란 것이 충돌되는 가치를 조정하고 정치적 판단을 내리는 것인데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지도부다.

마지막으로 당내교육이 중요한데 간부 교육이 부재하다.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지만 비정규직 개념도 모르는 사람들이 간부들 중에도 수두룩하다. 부끄러운 얘기다. 이게 (민주노동당 뿐 아니라) 운동진영의 수준이니 어쩔 수 없는 측면이기도 하다.

내 지론은 정파 양성화다. 정파를 등록해서 정책활동비를 지급하고 평가받게 해야 한다."

"사회경제 의제 끌고가지 못하면 원내 들어간 의미 없다"

- 책임의 주체가 어디라고 보나.
"원내외를 불문하고 당 자체에 문제가 있다. 다들 정책 공부를 안 한다. 이론 학습 얼마나 열심히 했나. 그 공의 4분의 1만 들여서라도 공부했으면 좋겠다.

최고위원회에 대한 비판만은 아니다. 의원들이 4·5선처럼 의회 관행에 빨리 접어들었다. 개혁공조나 '2중대' 문건이나 정치행위로는 같다. 4대입법이 대부분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을 공격하기 위해서 세운 의제였는데 이에 딸려들어가 2중대의 문을 연 것이다. 개혁공조 해서 얻은 게 뭔가. 의원들이 원내에만 정보만 있는 줄 알고 우월감을 갖는데, 정보를 활용할 정책적 기초가 중요하다. 의원들이 소영주가 됐는데 당에서 조정을 못하고 있다."

- 독자적 의제 설정이 어려운 소수정당 아닌가. 다른 당에서 제기한 의제를 모른 척 할 수도 없지 않은가.
"물론 원내 의제에 대해서 말할 필요가 있고 이에 대한 전술도 필요하다. 그러나 사회경제 의제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못했다는 점은 심각하다. 원외 정당시절 학교급식법이나 상가임대차법 해서 1, 2건을 했는데 원내에서 1건도 못한다는 게 말이 되나.

정책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수단이 있는데 여론화 작업이 거의 없었다. 사회단체의 오피니언 리더들을 모을 수 있지 않나. 왜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들어갈 수 있었나? (다른 당 의원들과) 악수하라고 국회 보내준 게 아니다. 국정감사에서 모범생 하라고 국회 보냈나. 그런 일 잘하는 의원들은 많다. 사회경제 의제를 원내에 끌고 들어가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반성해야 한다. 정책위도 반성해야 한다."

"지도부로부터 무상교육·의료 정책 요구받은 적 없다."
담당 연구원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자신없다"

각각 무상교육과 무상의료를 담당하는 송경원 연구원과 홍춘택 연구원은 17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단 한번도 당 지도부로부터 무상 의료 정책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적이 없다"며 "당이 공약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홍 연구원은 "당에서는 정치영역 의제에 집중되는 게 선결 과제라고 생각하고 정책 자체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다"며 "정책정당에 대한 고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0석의 한계는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혜경 대표는 올초 연두 기자회견에서 '빈곤과의 전쟁'을 2005년 사업 기조로 선포하면서 "미취학 아동에게 우선적으로 무상의료를 실시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홍 연구원은 이에 대해서도 "'립 서비스'라고 본다"며 "기존 당의 공약과 어떻게 다를지 모르겠고 지금으로서는 무상의료 안을 제출한다고 해도 찻잔 속 태풍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약국을 운영하다가 그만 두고 당에 들어온 홍 연구원은 "다른 곳에서도 무상의료 문제로 싸울 수 있지만 당이 이 문제에 중심적 역할을 하리라는 기대를 갖고 들어왔다"며 "이것이 현실화되지 않을 것 같으면 다른 선택을 해야하는데 올해 들어 이에 대해 많이 고민한다"며 회의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송 연구원 역시 "지난 6개월간 교육부 정책 분석 등 의회활동에만 매진해왔고 무상교육을 어떻게 구체화할지에 대해서는 얘기가 없었다"며 "사회복지 영역의 최고위원도 없고 위원회도 없고 연구팀마저 없어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송 연구원은 "윤종훈 연구원이 당에서 자신을 자판기처럼 안다고 하던데 나도 같은 느낌을 받는다"며 윤 연구원이 밝힌 사직의 변에 공감을 나타냈다.

그는 "앞으로도 인원보충이 안 되고 재정도 힘들 것이지만 그 상황에 맞춰서 무상교육에 대한 기초 연구를 해보려고 한다"며 "애초에 이런 상황을 예상해서 다른 연구원보다는 실망이 크지 않지만 얼마나 버틸지 자신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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