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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최초로 휴머노이드 로봇인 '휴보(HUBO, 모델명 KHR-3)'를 만들어 낸 오준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교수.
ⓒ 오마이뉴스 권우성

오준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요즘 '잘 나가는 과학자' 중 한 명이다. 가끔씩 인간배아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한 황우석 서울대 교수에 비견되기도 할만큼 떴다. 3년간의 연구 끝에 탄생한 한국 최초의 인간형 로봇 '휴보'(HUBO)가 그를 일약 스타과학자 반열에 올려놓은 것이다.

휴보 탄생의 주역 오준호 교수는 누구

휴보 탄생의 주역인 오준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자칭 '비주류' 로봇 과학자다. 그 스스로가 털어놓듯 관련 대규모 학계에서 참여해 보거나 대규모 국책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영광을 누려보지 못했다. 사실 국내 최초의 인간형 로봇 휴보가 세상에 알려지기 전까지를 그를 알아주던 학자들은 별로 없었다고 한다.

지난 85년 자동제어 분야로 미 버클리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줄곧 한국과학기술원 기계공학과 교수로 재직해 왔다. 오 교수는 85년 KAIST에 교수로 부임한 뒤 89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네 발 로봇을 개발하는 등 로봇 연구에 푹 빠졌다고 한다. 그리고 2001년부터 두발 로봇 개발에 착수해 3년 만에 휴보를 탄생시키는 쾌거를 이뤄냈다.

오 교수는 국내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기술의 저력을 국내외에 알린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의 KAIST인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 취재팀이 12일 오후 2시께, 대전 한국과학기술원 기계공학동 오준호 교수 연구실을 찾았을 때, 그는 누군가와 분주하게 전화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휴보의 동력원인 배터리를 무엇으로 대체할지를 깊이 상의하는 중인 듯 보였다.

때문에 인터뷰 시간은 약 10분 정도 늦춰졌다. 이후 인터뷰가 본격 진행중인 때에도 그의 유선전화와 휴대폰 벨소리는 쉬지 않고 울려댔다. 자칭 로봇 학계의 비주류인 그에게, 학회 참석을 독려하는 전화에서부터 인터뷰를 요청하는 전화까지, 그를 향한 '구애의 손짓'은 멈추지 않았다. 언뜻 엿들었던 통화내용만으로도 그의 달라진 위상을 심감할 수 있었다.

인간형 로봇 휴보는 오준호 교수 연구팀이 약 3년간 5억∼6억원이라는 적은 비용으로 그것도 순수 국내기술로 만들어 낸 '작품'이다. 15년, 3000억원이라는 막대한 개발기간과 비용이 들어간 일본 혼다의 아시모(ASIMO)와 극단적으로 대비된다.

오 교수는 이처럼 개발기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던 비결을 효율적인 소규모 연구팀의 구성에서 찾았다. '10년 동안 연간 100억원 소요'와 같은 대규모 연구집단의 기계적인 연구개발방식으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면 휴보의 탄생은 힘들었을 거라는 게 오 교수의 설명이다.

과기부 프론티어사업서 퇴짜, 새 패러다임 설득시키는데 1년 소요

그렇다고 휴보의 개발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인간형 로봇 사업이 과학기술부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에서 채택되지 않는 등 연구비 획득을 위한 오 교수의 제안은 번번이 퇴짜를 맞기 일쑤였다. 그만큼 개발과정에서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고 한다.

오 교수는 "계단을 오를 수 있도록 설계는 돼 있지만 연구할 시간이 없어 구현시키지 못했다"면서 "뛰는 것도 연구를 시작할 것이고 짐을 들거나 사람을 업고 가는 것을 목표로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춤추고 고민하는 등 포퍼먼스가 가능한 휴보를 만들어 올해 안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약속했다.

오준호 교수는 "2005년 한 해에만 서로 다른 기능을 지닌 3대의 휴보 버전을 발표할 계획"이라며 계획대로만 된다면 올 한해 예술작품이 된 휴보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오준호 한국과학기술원 교수와의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 오준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교수.
ⓒ 오마이뉴스 권우성
"소규모 개인 연구팀 통한 연구가 비용과 시간 절감시키는데 주효했다"

한국 최초의 인간형 로봇 '휴보'

지난해 12월 언론에 공개된 휴보(HUBO, 모델명 KHR-3)는 키 120㎝, 몸무게 55㎏, 분당 65걸음(시속 1.25㎞)을 걸을 수 있다. 키는 아시모와 똑같다. 휴보가 아시모의 외양과 성능을 벤치마킹한 탓이다.

하지만 아시모처럼 뛰지 못하고 계단을 오르내리지도 못한다. 하지만 조만간 프로그램을 보완해 계단도 오르내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오준호 교수는 말했다. 보행속도도 느린 편이다. 아시모만큼 안정적이지도 않고 두발보행이 부자연스러운 점도 흠으로 지적된다.

혼다의 아시모 보다 모터가 많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다. 특히 손가락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아시모와는 달리 휴보는 손가락을 따로따로 움직일 수 있다. 또 손목에 실리는 힘을 감지해 인간과 악수할 때 적당한 힘으로 손을 아래위로 흔들기도 한다. 기술 수준으로 따지면 아시모의 70~80% 수준에 해당된다.
- 휴보는 개발기간 3년, 투자비용 5억~6억원으로 탄생했다. 반면 혼다의 아시모는 개발기간 15년, 투자비용 3000억원으로 만들어졌다. 엄청난 차이다. 적은 비용으로 이렇게 빨리 개발해 낸 것의 배경이 궁금하다.
"여러 가지 측면이 있다. 심층적으로 얘기를 하고 싶다. 기술개발 패러다임의 변화와 관련된 것이다. 첫째 개발비의 개념에 대해 말하겠다. 예를 들어 자동차 개발비라고 할 때 그것은 제품의 실제 가격일 수도 있고, 제품의 생산라인에 들어간 수조원대의 비용일 수도 있다. 그리고 시현 제품인 컨셉트카는 10억∼20억원이면 되는데 그 가격이 개발비가 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도대체 어느 것이 개발비용인가. 개발비가 얼마냐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일본 혼다에서 만든 '아시모'를 보면서 느낀 것이 있다. 혼다는 아시모 개발비용으로 3000억원이 들어갔다고 발표했는데 솔직히 몇 억원이면 아시모를 만들 수 있다. 재료값이 뭐가 그리 들겠나. 우리나라의 모기관도 로봇을 개발하는데 1년에 100억원씩 쏟아 붓고 있다. 연구소를 차려놓고 10명으로 연구하면 그렇게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개인이 하면 다르다. 휴보는 내가 직접 디자인을 했고, 시스템 아키텍처나 센서도 직접 만들었다. 모터와 감속기는 샀다. 그리고 '걷기 알고리즘'은 학생들 머리 속에서 나오는 것이다. 인건비는 연구팀 개별 인원 당 50만원 정도 들어갔다. 이러한데 어떻게 10억원 이상 더 들 수 있겠나. 실제 투입된 비용은 누계로 따질 때 5억원 정도 될 것 같다."

- 문제는 그러한 연구가 가능하려면 특정 전문가가 전 분야를 다 꿰뚫고 있어야 하지 않나.
"맞다. 우리 연구팀은 구성된 지 15∼20년만에 인간형 로봇 제작과 관련된 거의 모든 기술을 다 확보하게 됐다. 디자인이나 설계에서부터 제작까지…. 로봇은 기계다. 내가 직접 설계를 해야한다. 설계를 두 주만에 다 끝냈다. 어려웠던 모터 선택의 문제도 극복해 냈다. 그리고 난 그 노하우를 다 공개했다."

- 휴보가 탄생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던 것 같다. 휴보의 전신인 KHR-1은 언제 나온 모델인가.
"2002년이다. 2003년에 탄생한 KHR-2는 완벽한 모델로 소개했다. 일본 혼다의 인간형 로봇 아시모를 능가하는 모델을 만들겠다고 만든 것이다. 외양과 성능은 아시모를 벤치마킹했다. 그리고 우리 휴보가 혼다의 아시모 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시모는 훌륭하며 존경할만하다. 감히 말할 수 있는 것은 휴보의 탄생으로 일본의 로봇 기술과 경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조금씩 도전해 보자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손가락을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것, 등짐이 없는 점 등은 휴보가 나은 점이다."

▲ 해체된 채 점검을 받고 있는 휴보(HUBO, 모델명 : KHR-3).
ⓒ 오마이뉴스 권우성

KIST 개발 'NBH-1' 무선네트뭐크 기반 세계최초 로봇이라는 말 앞뒤 안 맞아

- 얼마전 KIST에서 휴보와 유사한 인간형 로봇 NBH-1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휴보와 NBH-1 기술적 차별점이 있다면.
"KIST 연구팀과 우리는 같은 연구팀이었다. 2달 전에 갈렸다. KIST가 네트워크 기반 인간형 로봇을 개발했다며 세계 최초라고 하는데 전문가들이 코웃음을 칠 수 있다. 휴보도 무선네트워크로 작동된다. 조만간 미국에서 원격제어 시현을 할 예정이다.

인공지능 얘기하는데 인공지능은 로봇의 고유 연구분야가 아니다. 인공지능을 통한 얼굴인식, 패턴인식 등은 로봇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같은 문제는 관련 S/W 사와서 로봇에 장착된 PC에 깔면 된다. 휴보는 윈도 플랫폼을 쓰고 있다. 음성인식이나 시선인식 프로그램을 다 집어 넣으면 된다.

쉽게 생각해 로봇에 랜카드 연결해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네트워크 기반 로봇이 되는 것 아닌가. 휴보의 경우도 원격 모니터링이 다된다. 그런 건 기술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 카메라로 찍어서 계산한 뒤 결과를 보내주는 것인데 이것을 세계 최초라고 말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얘기다."

- 그렇다면 비교할 만한 기술이 거의 없다는 것인가.
"그것이 KIST가 휴보와 비교를 하지 않고 피하는 이유다. 휴보는 처음 만들 때부터 절대적인 기준을 놓고 개발에 착수했다. 휴보가 엉성해 보이긴 하지만 2년 동안을 디자인 한 결과물이다. 관절을 설계할 때의 난이도는 말도 못 할 정도다. 공모양의 관절을 만들었는데 안을 들여다보면 베어링을 복잡하게 연결한 것이다. 이미 우리는 그 알고리즘 등을 공개했다.

인간형 로봇이 2시간 동안 완벽하게 서서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큰 기술적 격차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세계최초'를 말하고 싶은 KIST의 입장은 이해는 간다. 나는 로봇 계의 비주류이다. 그들 주류사회에 끼어본 적이 없다. 대형 프로젝트에 들어가 본 적도 없다. 그래서 비판적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KIST의 무선 네트워크 기반 세계최초 로봇 탄생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다."

▲ 휴보의 이전 모델인 'KHR-2'가 연구원들의 조작에 따라 두 다리로 걸어가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뛰고, 사람 업고, 우아하게 걷는 휴보 연구 중

- 현재 휴보는 S/W 상의 문제로 계단을 못 오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언제쯤 개선되나.
"곧 오를 것이다. 이제 연구를 시작중이다. 내부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본다. 조금 기다려줬으면 좋겠다. 왜 못 했냐하면 연구할 시간이 없었다. 매일 끌려 다녔다. 휴보는 15㎝ 층계를 올라가도록 설계돼 있다. 단지 구현이 안 돼 있을 뿐이다.

뛰는 것에 대한 연구는 곧 시작할 것이다. 이외에도 무거운 짐을 들거나 사람을 업고 가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다. 우아한 걸음새 등은 기술적으로 극복해야 할 문제이다. 그래서 당연히 해야 할 문제이다. 또 뛰고, 업는 것만큼이나 비중이 큰 분야는 포퍼먼스다. 아트디렉터나 PD 등 10명이 기획해 로봇을 예술작품으로 만들려고 한다. 아무도 시도하지 못한 것이다. 아마 사람들은 그걸 보면서 놀랄 것이다."

- 예술로 승화시키겠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소개해 달라. 아울러 앞으로 등장할 휴보에는 어떤 기능이 첨가되고 보강될 것인지, 그 시기는 언제쯤 될 것인지도 알려달라.
"로봇이 지능이 있느냐 없느냐, 감정이 있느냐 없느냐의 명제는 과학의 명제이다. 그러나 지능이 있는 것처럼 보이느냐 아니냐는 연출과 예술의 문제이다. 예를 들어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보자. 솔직히 돌덩이가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얼마나 고민스러워 보이나. 나는 휴보를 지능이 있는 것처럼(로댕 처럼) 보이도록 만들고 싶다. 감정이 있는 것처럼, 춤추고 대화하고, 고민하는 것처럼 그렇게 만들고 싶다.

물론 기술을 바탕으로 기술 위에 연출을 더해서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키고 싶다는 것이다. 정부쪽에도 강력히 얘기하고 있다. 올해 배정된 예산이 확정되는 것 같다. 확정이 되면 전문인력 5∼6명도 채용할 예정이다. 모양도 더 예쁘게 만들고 캐릭터도 개발할 것이다. 어떤 포퍼먼스가 가장 효과를 극대화할 것인지 연구해 볼 것이다. 학술적 견지에서 예술적 견지에서…. 휴보를 뜨게 만들고 싶다. 휴보 다음 버전을 언제까지 만들 수 있다고 장담은 못하겠다. 하지만 이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까지는 지금 말한 기능들이 채택된 로봇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 이러한 기능이 채택된 휴보의 다음 버전은 언제쯤 나오나.
"언제까지 할 수 있다고 장담은 못하겠지만 올해 늦으면 내년까지는 지금 말한 기능들이 채택된 로봇이 등장할 것이다. 최소한 3대 많으면 7대까지 만들어낼 계획이다."

- 아시모에 대한 선행연구가 휴보 탄생에 도움이 됐다고 봐야 하지 않나.
"나에게 계기를 준 것은 사실이다. 이미 완결된 것이 있다는 것은 내가 도전해 성취해 낼 수 있다는 것 아닌가. 처음 휴보를 개발했을 때 손가락 하나하나가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기능은 아시모가 갖추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보니 우리가 먼저였던 거다. 아시모를 개발한 혼다쪽은 관련 기술에 대해 발표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참고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발상의 전환이 많이 필요했다. 그 문제가 극복돼 가능한 것이다. 만약 아시모의 패러다임에 우리가 갇혀 있었다면 휴보 개발에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일본 학자들 상당히 놀랍다는 반응 보였다고 들었다"

▲ 오준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교수.
ⓒ 오마이뉴스 권우성
- 휴보가 외신을 통해 해외에 알려지면서 들어온 반응은 없나.
"이미 KHR-2가 발표됐을 때 일본 학자들이 놀랍다는 반응을 보인 적이 있다. 아시모를 개발한 혼다의 실무담당자들은 많이 알고 있는 상태였다. 때문에 휴보가 발표된 이후 아직 혼다로부터 직접적인 반응을 듣지는 못 했다. 다만 외국 팩스와 이메일이 들어온 것이 있다. 주로 살 수 있느냐, 대여가 가능하냐 이런 질문들이었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의 한 관계자가 로봇 관련한 연구를 하고 싶은데 꼭 만나봤으면 한다는 이메일도 받았다. 대만, 미국에서도 훌륭하더라는 반응도 나오더라."

- 개발하면서 정책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얘기해 달라.
"인간형 로봇 분야는 과학기술부가 프론티어 사업을 출범시키면서 공식적으로 연구를 하지 않겠다고 판정을 내린 것이다. 나는 여러 가지 제안을 냈지만 다 떨어졌다. 그때가 2000년, 2001년 정도였다. 과기부가 거절한 이유는 이해가 간다. 요약하면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들어 어디 쓰느냐 ▲혼다는 3000억원씩 들였다고 하는데 그 많은 돈을 어떻게 지원하느냐 ▲일본은 20년이나 연구를 했다는데 우리가 언제 따라 가느냐였다. 지금의 정책적 배려도 비슷하다. 대형연구집단은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를 수용할 수가 없다. 엄청난 비용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나에게 주자니 사업단도 아닌 개인이라 좀 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듯 하다."

- 인간형 로봇 사업단을 만들어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수행하면 되지 않나.
"얼마전까지만 해도 휴보라는 로봇이 집중조명을 받다가 최근부터는 오준호라는 개인이 조명을 받고 있다. 어떤 사람인지 경력이 뭐고 배경이 어떤지 궁금해하더라. 로봇이나 배아줄기세포 등은 토픽 자체가 흥미롭다. 그리고 나나 황 교수나 학계의 비주류라는 점이 공통점이다. 사업단에 들어가 성취해 낸 것이 아니고 혼자 고생해서 따낸 경우들이다.

만약 황우석 교수의 결과가 서울대 분자생물학사업단에서 나왔다고 하면 각광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휴보도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단이라는 곳에서 만들어졌다면 휴보나 나나 조명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수백억원의 연구개발비를 몇 년 동안 퍼부어 '당연히' 만들어진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업단을 만들게 되면 그만큼 기동성이 떨어지게 된다. 황 교수도 마찬가지이지만 나도 그 정신을 이어가야 한다고 본다."

"모터와 감속기 빼고는 핵심기술은 전부 국산"

- 기술적인 부분은 어떤 점이 힘들었나.
"첫째로는 기존의 패러다임으로 접근이 안됐다. 그렇게 하면 나도 20년 걸릴 판이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논문이 그 패러다임에 의해 쓰여진 것이다. 참고할 논문이 하나도 없었다. 창의적이어야 했다. 더 어려운 것은 그것을 학생들에게 설득시키는 것이다. 처음엔 학생들이 내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뭘 하라고 하면 이런 저런 논문을 가져와서 불가능하다고만 했다. 그러면 그때마다 학생들이 가져온 논문을 찢어버렸다. 설득하는 데만 6개월에서 1년이 걸렸다.

예를 들면 A모터를 B모터로 쓰라고 하면 학생들은 논문과 시뮬레이션 결과 등을 토대로 '절대 안된다'고 했다. 하지만 B모터를 쓴 것은 기존 설계관념을 깨는 선택이었다. 누구도 저 모터를 쓸 수 있다고 상상을 못했다. 사이즈, 출력, 무게 등 사양 자체가 고전적 설계로는 채택될 수 없는 것이었다. 이제 그게 알려졌기 때문에 나도 써서 한번 해 보자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 휴보의 국산화율은 어느 정도 되는가.
"참 애매하다. 휴보의 정가가 있다면 가격 기준으로 계산해 볼텐데…. 여하튼 모터와 감속기를 제외하고 실질적으로 전부 국산이다. 핵심기술로만 보면 그렇다."

- 휴보는 아시모의 기술에 비해 약 20∼30%가 모자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어떤 점들인가.
"알고리즘을 더 보강해야 한다. 기계적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안정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걷다보면 전깃줄이 끊어지기도 하는 그런 오류들이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걷는 것이 어렵다. 2족 보행이 쉽지 않다는 말이다. 2족 보행과 관련해서는 연구해야 할 것이 훨씬 많다. 휴보가 걸을 수 있다는 모습만 보여준 것이지 휴보가 걷는다고 나는 보지 않는다. 원래 로봇에게 걷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것이다. 그것을 자연스럽게 보이려고 하니 로봇 입장에서는 괴로운 일이다."

- 당장 휴머노이드 로봇이 어디에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간접, 직접, 추상 등 세가지 용도가 있을 수 있다. 추상적인 면에서는 일단 재미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휴머노이드 로봇은 기술상징성이 높다. 이는 곧 기술 신뢰도를 높여준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휴머노이드를 못 만들고 아시모만 세계에 알려지게 된다면 우리나라에 로봇 기술이 없는 것처럼 인식된다. 이제는 휴보의 탄생으로 기술신뢰도 면에서 인정을 받게 된 것이다. 기술에 대한 믿음이 높아지기 때문에 로봇 관련 상품들의 구매력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

또다른 간접적 용도도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높은 기술수준을 요구한다. 굉장히 좋은 부품을 쓰지 않으면 움직일 수가 없다. 화성탐사로봇 '스피릿'으로 스위스의 맥슨모터사가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처럼 그 자체로 큰 선전효과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휴머노이드 로봇은 모터건, 인공지능이건 이를 시현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시험장)다. 자동화 관련 모든 기술을 테스트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라는 말이다. 그리고 로봇 테마파크용 로봇이나 바퀴나 트랙이 갈 수 없는 원자력 발전소 실험 로봇 등 불가피하게 써야 할 응용분야가 나올 것으로 본다."

"한국 로봇산업 발전 대외의존도 키울 가능성 배제 못해"
부품·소개 기술격차 줄이는게 급선무 강조

▲ 한국 최초의 인간형 로봇 '휴보'(KHR-3,오른쪽 로봇)와 KHR-2(가운데)가 해체되어 점검을 받고 있다.

오준호 교수는 한국 로봇산업의 미래에 대해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았다. 부품·소재산업의 낙후, 대기업의 모험적 투자 미흡 등이 비관적 전망을 키우는 요소라면 정부의 정책적 의지는 낙관적 전망을 가능케 하는 대목인 셈이다.

오준호 교수는 12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로봇산업의 발전이 자칫 일본 등 기타 부품·소재 강국에 대한 대외의존도를 높이게 될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지 않았다. 휴보 또한 높은 정밀성을 요하는 모터나 감속기 등을 수입품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 교수는 "우리나라와 일본과의 기술격차는 사실은 첨단산업에서 나는 것이 아니라 기반산업 예를 들면, 부품·소재쪽에서 난다"며 정부가 부품·소재산업의 적극 나설 것을 주문했다.

특히 우리나라가 일본을 따라잡지 못하고 중국에 추격 당하는 원인은 기반산업의 취약성에 있다고 진단하고 대략 첨단산업과 기반산업의 '체감' 투자 비율이 6:4 정도 재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경쟁국가에 추월 당하는 것은 물론 로봇산업 발전이 되레 대외무역적자를 키우는 방향으로 귀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 교수는 일본과는 달리 우리나라 대기업이 로봇 산업에 적극 나서지 않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인간형 로봇 개발에 뛰어든 업체 대다수가 주로 대기업이다. 대표적으로는 혼다, 도요타, 소니, 마쓰시다 등을 꼽을 수 있다.

오 교수는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인간형 로봇에 대한 연구를 하지 않고 있는데 왜냐하면 돈 되는 영역이 안 보이기 때문"이라며 "반면 일본은 로봇 산업이 언젠가는 기축산업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어 모두들 뛰어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국내 대기업 경영자들에게 "자동적 움직임을 지닌 가전제품의 출현은 필수라고 생각한다"며 "이쪽은 사실 돈이 안 들 수 있는 시스템 기술산업이기 때문에 도전해 볼만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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