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학내 분규가 10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동덕여대. 총학생회의 수업거부를 알리는 펼침막이 건물 곳곳에 걸려 있다.
ⓒ 동덕여대 교수협의회

학생들의 수업거부 30일째, 총장실 점거 56일째, 교수들의 천막 농성 201일째, 직원노조의 전면파업 35일째….

총장과 재단 퇴진을 둘러싸고 학내 분규에 휩싸인 동덕여대가 10개월 째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동덕여대 민주동문회가 지난 1일 성명을 발표하여 족벌재단 퇴진과 송석구 신임 총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나서면서 동덕민주화 시위가 전 동덕구성원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리 감독기관인 교육부의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직원노조의 전면파업과 총학생회의 수업거부 장기화에 따른 재학생들의 집단 유급과 2004학년도 신입학 업무 중단과 같은 초유의 사태도 우려된다.

▲ 동덕여대 학생과 교수 등 1500여명은 3일 오후 서울 을지로 훈련원공원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교육부가 직접 나서 동덕사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 서상일 기자
동덕여대 총학생회와 교수협의회, 직원노조 소속 학생과 교직원 1500여명은 3일 오후 서울 을지로 훈련원공원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학교 정상화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교육부를 강력히 규탄했다.

'송석구씨 사퇴와 관선이사 파견을 위한 제5차 범동덕인 결의대회'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송석구 신임 총장의 자진 사퇴 △현 재단의 즉각 퇴진 △관선이사 파견 △사립학교법 개정 등을 요구했다.

특히 이날 집회에서는 재단의 전횡과 이에 대한 교육부의 소극적인 대응에 항의하여 학생과 교수, 교직원들이 집단으로 삭발식을 가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체감온도 영하의 차가운 날씨 속에서 진행된 이날 삭발식에는 최인혜 총학생회장, 신동하 교수협 회장, 이양희 총장직무대행, 방수진 '잔다르크 동덕' 대표 등 22명이 참여했다.

민중가요 '민들레처럼'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교수와 학생들의 머리카락이 하나씩 잘려나가자 이를 지켜보던 1500여 학생들은 일제히 일어서서 흐느끼기 시작했다. 일부 학생들은 삭발식이 진행되고 있는 무대 앞으로 나와 무릎을 꿇고 앉아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 이날 동덕여대 학생과 교수, 직원 등 20여명은 일방적인 총장 임명 등 재단의 전횡에 항의하며 삭발시위를 벌였다 .
ⓒ 서상일 기자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우리의 요구가 조금도 어긋남이 없음에도 정부에서는 학교를 정상화시키려는 분명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이에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교육부의 태만한 자세를 꾸짖고자, 아울러 구성원들의 결연한 투쟁의지를 내외에 천명하고자 엄숙한 마음으로 삭발식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최인혜 총학생회장은 "오늘 결연한 의지로 머리카락을 자르지만 이 사실을 부모님께 말씀드리지는 못했다"면서 "하지만 잘려진 이 머리카락으로 동덕의 민주화를 이룰 수만 있다면 우리는 백번이고, 천번이고 기꺼이 머리카락을 자를 것"이라며 울먹였다.

최인혜 총학생회장은 "우리의 뒤에는 낭떠러지밖에 없고 지금 우리에겐 돌아갈 길조차 없다"면서 "그렇지만 우리가 한발 한발 나아가는 길은 이렇듯 힘들고 우리의 요구는 너무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 이날 삭발식에 참여한 한 학생의 뺨 위로 눈물이 흐르고 있다.
ⓒ 서상일 기자
박만규 교수협 부회장은 "동덕의 현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학생들과 아픔을 함께 하고자 교수들이 머리카락을 자르기로 했다"며 "민주화된 올바른 학교에서 학생들은 공부하고 교수들은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연구하고 강의하고자 그동안 피맺힌 절규를 해왔지만 오늘 이같은 현실이 참으로 원통하고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신동하 교수협 회장은 "이런 자리까지 올 것이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했다"면서 "이 싸움의 본질이 재단의 구조적인 비리와 이를 부추기는 사립학교법과 그 주변의 권력이라는 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드러나고 있다"며 재단과 교육부를 싸잡아 비난했다.

소망 이 하나의 촛불로 세상 모든 어둠을 불살랐으면..
ⓒ 서상일 기자
신 회장은 "우리는 이 싸움을 낙관하지도 않지만 쉽게 절망하지도 않는다"면서 "이는 우리가 옳은 길을 가고 있고, 정의는 거짓에 맞서 반드시 이긴다는 역사적 진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훈련원공원에서 집회를 마친 이들은 "족벌재단 즉각 퇴진"이라는 플래카드와 '사립학교법', '족벌재단' 등의 영정을 앞세우고 명동성당까지 거리행진을 하며 1시간 동안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오후 늦게까지 촛불집회를 갖고 자진 해산했다.

이와 함께 동덕공투위는 이날 △송석구 신임 총장 및 현 재단 퇴진 △이양희 총장직무대행 승인 △공익적 관선이사 파견 등 요구조건이 관철될 때까지 교육부 앞 일인시위와 명동성당 농성을 무기한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 훈련원공원에서 집회를 마친 이들은 명동성당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 서상일 기자
이에 앞서 동덕여대 민주동문회는 지난 1일 "동문선배로서 지난 1년 동안 모교의 민주화를 위한 온갖 노력에 대해 침묵으로 방관해 왔음을 겸허하게 반성한다"면서 "이제 우리의 양심은 한달째 수업을 거부하면서 족벌재단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후배들의 절규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동덕민주화 운동 동참을 선언했다.

민주동문회는 "모교의 민주화 대열에의 동참을 선언하는 것은 한 나라의 대학이 더 이상 세습 족벌재단의 사유물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당위성에서 출발하는 것"이라며 "부적절한 교육 여건과 족벌사학의 구조적인 모순 속에서 학문적 인격적으로 가장 아름답게 성숙해야 할 청춘의 시간을 빼앗겨버린 후배들에게 아직 정의가 살아있음을 확인시켜 주기 위하여 선배들의 지혜를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교육부는 국회 교육위로부터 동덕여대 분규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라는 압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교육부는 아직은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어서 분규사태로 인한 진통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