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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세가 100일 단식농성해서 될 일이면 얼마나 좋겠냐. 재경부 엘리트들이 많아서 아마추어리즘으로는 싸울 수 없다. 전문가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야 하는데 당은 나의 원맨쇼로 해결하려고 한다. 희망이 안보이는데 배고픔을 참을 이유가 없다."

지난 14일 사직서를 제출한 윤종훈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은 당이 아파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14일 사직서 제출... 주대환 정책위 의장 "1달 유예 기간을 달라" 만류 상태

▲ 윤종훈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 (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박효원
윤종훈 연구원은 14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고위원회가 정책 수립에 대한 마인드가 없다"며 당 지도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재경부 엘리트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당에서 태스크포스팀을 꾸려야 하는데 그런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며 "배고픈 것은 참을 수 있지만 희망이 안보인다"고 사직의 변을 쏟아냈다.

또한 윤 연구원은 LPG 특소세 폐지나 간이과세 폐지 등의 예를 들며 "정책을 결정할 때 민주노동당의 가치가 아닌 개인이나 조직, 개인이 속한 정파에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따진다"며 "내가 조세원칙을 지키는 게 (최고위원회에) 눈엣가시인 것 같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2005년도 사업에 대해서도 "정치적 이벤트만 있고 비정규직 철폐나 부유세 도입은 끼워맞추기"라고 비판했다.

윤 연구원의 쓴소리는 그동안 당 안팎에서 논란이 됐던 '정파문제'가 결국 진보정당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에 다름 아니다.

그의 사직에 따라 당분간 민주노동당의 야심작인 '부유세 프로젝트'에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회계사 출신인 윤 연구원은 참여연대 조세개혁팀장으로 활동하다가 지난 4·15 총선 이후 민주노동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 뒤 그는 부유세 도입과 관련된 실무를 도맡았으며 심상정 의원실과 호흡을 맞춰 각종 조세개혁법안을 준비했다.

또 윤 연구원의 사직은 다른 정책연구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책연구원들은 '국보법 올인 투쟁' 등을 놓고 최고위원회와 갈등을 빚어온데다가 최근 출근부가 도입되면서 이에 대해 "노동환경 악화"라며 반발한 바 있다.

한 정책연구원은 "다들 사기가 많이 저하되어 있다"며 "개인적으로 당이나 시민단체 노동조합에 반대했는데 요즘에는 '이래서 노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주대환 정책위의장은 "고급인력에 대해 당이 너무 대우를 안해주는 것이 사실이고 요즘 (연구원들이) 도망가지 않을까 싶어 얼굴을 못 보겠다"이라며 "(윤 연구원에게) 1달 정도 (유예) 기간을 달라고 했으니 최대한 조건을 변화시켜보겠다"고 말했다.

주 의장은 "과거 활동가 개념하고는 다른 안정된 상근인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지역위원회는 자발적 활동가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도당이나 중앙당의 법정 상근인력은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다음은 윤종훈 정책연구원과의 인터뷰 전문.

"당의 가치가 아닌 정파의 유불리만 따져"

- 사직서를 낸 가장 큰 이유는 뭔가.
"배고픈 것보다 희망이 없다는 게 크다. 희망만 있다면 당장 배고파도 참을 수 있다. 지난해에 부유세 관련 조세개혁법안이 최고위에서 부결된 적이 있다. 당시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1시간 설전을 벌이면서 좌절감을 느꼈다. 부유세를 관철시키려면 세수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어 청사진으로 나와야 한다. 이에 대한 희망을 갖고 민주노동당에 들어왔다.

전 지도부에서는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기로 했다가 지도부가 바뀌었다. 처음에는 혼란기니까 견뎌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최고위원회를 접한 결과 벽을 느꼈다. 1년은 미숙하니까 경험하고 나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도부는 정책 태스크포스팀의 필요성을 이해조차 못한다.

부유세가 100일 단식농성해서 될 일이면 얼마나 좋겠냐. 재경부 엘리트들이 많아서 아마추어리즘으로는 싸울 수 없다. 그런데도 당은 모든 것을 나의 원맨쇼로 해결하려고 한다. 나를 자판기로 안다. 콜라 나오라고 하면 콜라 나오고, 커피 나오라고 하면 커피 나오는…. 앞으로도 그럴 수밖에 없다. 희망이 안보인다. 게다가 최근 분위기가 많이 안좋았다. 출근부 사태나 당기위 문제…. 이런 상황에서 과연 희생할 가치가 있나 싶었다."

- 구체적으로 어떤 때 벽을 느꼈나.
"모든 의제를 민주노동당 가치인지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개인이나 조직, 정파에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따진다. 그러니 (정책에 대한 주장이) 호소력을 갖겠나. 최고위원회 회의에 2번 들어가보니 절망스럽더라. 토론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조세 원칙을 지키는 게 (지도부) 눈에는 가시인 것 같다. 세금 내리는 것을 반대하는 게 민주노동당 원칙이고 그 과정 속에서 개인이나 조직, 그 주변 지지자들이 단기적으로 손해 볼 수도 있다. 당장 자기 부분을 손해봐도 감수해야 한다.

간이과세 폐지에 대해 한 간부가 인터넷에 비판글을 올리면서 논쟁이 된 적이 있다. 자기가 관계한 자영업자 이해와 부딪힌다는 걸 이유로 정책을 비판하고 당에서 그게 용납되는 분위기다. 이해가 안된다.

택시노조가 LPG 특소세 폐지하자고 했는데 당이 이를 용납하면 안된다. 세금 폐지해도 노동자에게는 몇만원 돌아가지 않는 반면 에너지세가 무너지는 상황이다. 우리 당에 위배되는 정책인데도 택시노조 주장에 흔들렸다. 스스로 발목잡기 하는 셈인데 이 정도 의지력으로 되겠나. 당력 집중해도 될까말까한데…."

"재경부 엘리트들과 아마추어리즘으로 싸울 수 없다"

- 임금문제도 크다고 알고 있다.
"제일 큰 문제 중 하나는 급여다. 사실 모든 직장이 그렇듯 급여 높으면 더럽고 치사해도 버틴다. 지금 내가 받는 돈이 160만원인데 사람 만나다 보면 집에 가져가는 돈이 한 100만원 정도 된다. 아내도 벌이가 거의 없다고 봐야 하고 큰애가 고 2고, 작은 애도 초등학교 6학년이다.

지난해 임금문제가 불거졌을 때 사무총장이 내년에는 임금 올리겠다고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고 별다른 대책도 없다. 그때그때 모면하고 나면 그만인 것이다. 나는 그동안 임금인상에 대해서는 고민을 많이 안했다. 10만원, 20만원 더 받는다고 뭐가 더 크게 좋아지나. 10층에서 떨어져 죽으나 8층에서 떨어져 죽으나 마찬가지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태스크포스팀으로 전문인력을 꾸리려면 돈 100만원, 200만원으로 못 데려온다. 민간연구소 정도보다 좀 작더라도 어느 정도 줘야 한다. 그렇게 팀을 구성하는 걸 기대했었다. 내년 사업도 남북교류, 당대당 교류 등 정치적 이벤트에 집중되어 있다.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부유세 도입은 끼워맞추기다."

- 윤 연구원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부유세 도입 정책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보여지는데.
"주대환 의장이 복안을 갖고 있는 듯하다. 주 의장이 '붙잡을 명분은 없고 노력하는 기간을 한달 달라'고 하더라. 사직서를 내놓고 난 심정이야 곧바로 그만두고 싶은데 예의가 아니고 잘 끝내고 싶다. 2월 임시국회가 열리면 할 일이 있을지도 몰라서 나와있겠다고 했다. 민주노동당이 잘되길 바라고 있다. 이번 일(사직)이 좋은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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