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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예결산과 4대 입법안 처리를 놓고 격돌하고 있는 가운데 이웃 일본에서는 우리로서는 결코 유쾌하지 않을뿐더러 간과할 수 없는 두 가지 사안이 최근 발생했다.

29일 일본 최고재판소(우리의 대법원격)는 일제 침략전쟁에 강제로 끌려간 한국인 징용, 징병, 위안부 등 한국인 피해자와 유가족 등 35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아시아 태평양 한국인 희생자 보상 청구소송’을 기각했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전쟁 피해와 전쟁 희생에 대한 보상은 (일본)헌법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단순히 정책적 견지에서 배려 여부를 고려할 수 있는데 지나지 않는 사안”이라며 일본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소송은 무려 13년여에 걸쳐 진행된 사안이다. 이번 일본 최고재판소 판결로 일제 강점기 관련 한국인 피해자들의 대일소송은 한 가닥 희망마저 무너지고 말았다. 한 마디로 말해 한국인 피해자들은 이제 일본정부를 상대로 피해보상을 받을 길이 사실상 없어진 셈이다.

이에 앞서 지난 27일 나카야마 나리아키(中山成彬) 일본 문부과학상은 일본 역사교과서에서 "종군위안부나 강제연행 같은 표현이 줄어든 것은 정말 잘된 일"이라고 말했다. 일본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나카야마 문부상은 한 모임에서 “(일본의 역사교과서는)매우 자학적이었으며 일본은 나쁜 일만 했다는 식이었다"면서 일본의 만행을 기술한 과거 교과서를 직설적으로 비판했다고 한다.

남경대학살을 비롯해 한국인 여성 위안부 강제동원 등은 역사적 사실로 이미 확인된 사안이다. 그러나 일본 극우파들은 이같은 사실을 기록한 역사교과서를 두고 ‘자학사관’에 입각한 교과서라며 맹비난 해왔다. 주변국과 선린을 강조하면서도 일본 정치지도자들의 망언이 속출하고 있는 것은 그들의 뿌리째 왜곡된 역사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우리나라 국회의원 총수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70명이 30일 오후 1시 현재 일본에 체류하고 있다. 정기국회를 채 열흘도 남기지 않은 상황이다. 민생법안, 4대 개혁입법 등을 놓고 한 시가 아까운 때이다.

이들의 방일 사유는 한일의원연맹 총회 참석 및 국회의원 축구연맹(회장 장영달) 소속 여야 의원들의 친선축구 참석차라고 한다. 방일한 의원들 가운데는 여야 구분도 없고, 노장 구분도 없다. 심지어 민노당 의원도 1명 참석했다. 여성의원 몇 명도 축구 응원 차 참석했다고 한다.

의원연맹 총회 참석차 방일한 37명 가운데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18명이나 되는데 이들 가운데는 친일진상규명특별법 개정안 처리를 맡고 있는 행자위 법안 심사소위 위원이 2명이나 포함돼 있다. 당초 여당은 오늘 중으로 심사소위에서 친일규명특별법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는데 이들의 불참으로 일정이 내일로 미뤄졌다고 한다.

민주노동당 대표 출신의 권영길 의원은 정부의 노동자 탄압정책에 항의하며 국회 청사 밖에서 어제부터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그런데 민노당 의원 1명은 축구방일단 33명의 일원으로 일본으로 날아갔다

<오마이뉴스> 현장취재 기자의 전언에 따르면, 한일의원연맹 총회는 물론 한일의원 친선 축구경기도 이미 일정이 잡힌 것이라서 어쩔 수 없이 가게 됐다고 한다. 한일의원연맹 총회는 72년부터 해온 행사고, 또 한일의원 친선축구도 올해로 6회째라고 한다.

이번 한일의원연맹 총회에서는 북핵문제,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문제 등 현안을 다룬다고 한다. 실속이 얼마나 있는지는 차치하고라도 양국간의 연례행사이니 그렇다고 백보를 양보한다고 해도 이 시점에서 양국 국회의원들이 ‘친선축구’를 굳이 해야 했는가?

일본 정치지도자들의 망언이 끊이질 않고 있는데 그간 한일의원연맹에선 뭘 했으며, 6회째나 축구로 친선을 다진 결과가 겨우 이런 것인가? 한국민들의 정서를 조금이라도 감안한다면 현충일에 정상회담을 열자고 할 수 없으며, 또 ‘정한론’의 본고장을 굳이 정상회담의 장소로 고집하지도 않을 것이다. 양국간에 결정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차후에라도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수습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내년이면 을사조약 100주년, 해방 60년, 한일국교정상화 40주년이 된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겠으나 이같은 역사적 의미에 대해 국회에서 논의중이라는 얘길 아직 듣지 못했다. 여야를 떠나 우리 국회의원들의 그런 ‘몰역사 의식’이 결국 친일진상규명법의 난도질로 나타난 게 아닌가 싶다.

방일 의원들은 오늘 오후 4시경 귀국할 예정이라고 한다.

여야 방일 국회의원 명단

▲ 한일의원연맹 총회 (37명) : 강봉균 강창일 김부겸 노현송 문석호 문희상 박영선 백원우 서갑원 서재관 송영길 심재덕 유필우 이강래 이화영 전병헌 조배숙 한명숙 (이상 열린우리당) 권철현 김기춘 김석준 김태환 김희정 박승환 박종근 유정복 이계진 이상배 이성권 이종구 이혜훈 임태희 진수희 최병국 (이상 한나라당) 이낙연 이정일 (이상 민주당) 최인기 (무소속)

▲ 의원 친선축구 (33명) : 강기정 강혜숙 김선미 김태년 문학진 박혁규 선병렬 안민석 우윤근 유시민 이광철 장영달 정봉주 최규성 최재성 한병도 (이상 열린우리당) 김무성 김충환 나경원 남경필 박형준 박희태 안홍준 엄호성 원희룡 이재오 정갑윤 정병국 정의화 한선교 (이상 한나라당) 조승수(민노) 이상열(민주) 정몽준(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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