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김창현 민주노동당 사무총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열린당 2중대'라는 소리를 듣더라도 한나라당과 투쟁해야 한다"는 내용의 민주노동당 최고위원회의 내부 전략 문건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김창현 사무총장이 "표현은 과하지만 전략기조에 대해서는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김 사무총장은 5일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기획실에서 안건 준비를 못해서 부총장이 개인적으로 쓴 비공식 문건을 가지고 기조에 대해 논의했다"고 문건 회람의 배경을 설명하며 "'열린당 2중대' 등의 표현에 대해서는 과도하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지난 1일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회람된 이 문건은 "'개혁입법의 국회통과'를 위해 (열린우리당과의) 대승적 협력이 필요하고, 양비론적 시각이 아니라 한나라당의 수구성을 집중 폭로해나가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김 사무총장은 "두 당이 똑같다고 하는 양비론을 펴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라며 '열린우리당과의 대승적 협력'을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또한 '결국 외부에서 보기에 '이중대'라는 비판 듣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도 "비난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김 사무총장은 이러한 '반한나라당 전선'의 근거로 열린우리당의 개혁후퇴 가능성을 들었다. 신행정수도이전특별법 위헌 결정 이후 열린우리당이 (개혁입법을 위해) 싸우려 들지도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정치쟁점과 관련해서도 김 사무총장은 이같은 '반한나라'의 입장을 견지했다.

김 사무총장은 "이해찬 총리의 '차떼기당' 발언은 사실이고 속이 시원한 발언"이라며 "공격받아야 할 것은 색깔론을 제기한 한나라당"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헌재 위헌판결에 대해서도 "이를 환영한다는 식의 논평이 나와서는 안된다"며 "우리가 신행정수도 이전 반대했다고 해도 한나라당의 수구성을 철저히 공격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전략 기조를 둘러싼 원내와 원외의 갈등에 대해 김 사무총장은 "당 구조상 최고위원과 의원단의 긴장관계가 있을 수 있다"며 "의원들이 자주적으로 할 영역도 있지만 헌재 판결이나 국회파행에 대한 대응은 최고위원회를 거친 당론으로 대응할 영역"이라며 '최고위원 우선론'을 폈다.

김 사무총장은 "표결처리는 아니지만 충분히 토론해 의견을 모으고 최고위원회의에서 안건을 처리했다"며 이후 당의 기조 변화를 시사했다. 김 사무총장은 "구체적인 전술이 나온 것은 아니어서 확 눈에 띄는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김 사무총장의 입장은 천영세 의원단대표와는 상반된 해석이다. 천 의원단대표는 "당시는 공식 회의도 아니었을 뿐더러, 공식 안건이 아니라 현재 정세와 기조에 대해 논의한 것"이라며 "당시 의사봉을 두드린 것도 토의를 마치고 다음 안건으로 넘어간다는 뜻이었다"고 주장했다.

천 의원단대표는 또한 "개혁입법은 결과적으로 '반한나라당전선'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해도 비정규직 투쟁은 다른 당과 타협 없이 전선을 펴게 될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단일한 전선을 펴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회의 전략 문건에는 "각종 개혁입법의 현실화는 역사적인 것이며, 특히 국가보안법의 폐지는 비록 형법으로 '상당 부분' 존치시킨다 하더라도 역사적인 사건"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동안 열린우리당 개혁입법에 대해 민주노동당이 보여온 태도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또한 헌재의 신행정수도이전특별법 위헌소송이나 최근 이해찬 총리 발언과 국회파행 사태에 대해서도 "개혁 추진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수구보수세력의 '준동'이 본질이며 이를 제어하고 '진보개혁'의 물꼬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문건에는 '당의 독자성 훼손'에 대해 "진보적 요구로 차별성을 강화하면 오히려 열린우리당 지지성향 유권자가 유입될 수 있으며, 한나라당과 각을 분명히 세우지 않으면 오히려 지지층이 이탈"한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러한 내용의 문건이 유출된 민주노동당 홈페이지(www.kdlp.org) 당원 게시판에는 "참으로 어이가 없다"는 최고위원회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일부 당원들은 "이 문건이 어떤 판단으로 회람됐고, 어떤 경로로 최고위원회 회의에 제출됐는지 알고 싶다"며 문건 작성과 회람 경과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다음은 김창현 민주노동당 사무총장과의 일문일답.

- '열린당 이중대'를 주장하는 전략문건이 최고위원회에 오른 경위는 무엇인가.
"기획실에서 안건을 만들어야 하는데 준비를 못해서 부총장이 개인적으로 쓴 글을 갖고 논의했는데, 공식 문건은 아니었다. 문건을 보니 '열린당 2중대'나 '대체입법도 괜찮다'는 내용이 있어 (부총장에게) '이건 좀 아니'라고 말했다.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올바르지 않은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 표현이 아닌 문건의 전략기조에는 동의하는가.
"전략기조에는 동의한다. 그 내용으로 최고위원회의에서 통과됐다. 표결처리한 것은 아니고, 충분히 토론해 의견을 모은 것이다. 그렇다고 구체적인 전술이 나온 것은 아니어서 확 눈에 띄는 변화는 없을 것이다.

비정규직을 둘러싼 투쟁은 타협의 여지가 없고 계속 싸울 수밖에는 없지만, 개혁입법에 대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열린우리당의 불철저한 개혁에 대해서도 공격해야 하지만 두 당이 똑같다고 하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다."

- 국회 파행이나 헌재 위헌판결을 둘러싸고 이견이 크다.
"이해찬 총리 발언에 대해서 '반한나라당 전선'을 폈어야 했다. 총리 발언은 속이 시원했다. 한나라당이 차떼기한 것은 사실이 아닌가. 공격받아야 할 것은 색깔론을 제기한 한나라당인데 당의 의회전술이 양비론 아닌가 싶다.

헌재 위헌 결정 이후 열린우리당이 (개혁입법을 놓고) 싸우려 들지도 않을 수 있다. 한나라당의 반역사성에 대한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헌재 결정 환영한다는 식의 논평이 나오질 않나. 우리가 신행정수도 이전 반대했다고 해도 한나라당의 수구성을 철저히 공격해야 하는 것 아니냐."

- 결과적으로는 외부에서 보기에 '이중대'라는 비판 듣는 것 아닌가.
"비난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옳은 말에 대한 강박관념을 갖고 '바른생활 맨'이 되어서는 안된다."

- 이러한 입장 차이를 최고위원회와 의원단의 갈등, 혹은 정파간 갈등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당의 구조상 최고위원과 의원단의 긴장관계가 있을 수 있다. 자주 만나서 머리 맞대고 원내전술 함께 짜자고 했다. 수시로 회의할 것이다. 의원들이 자주적으로 할 영역이 있고, 당론으로 대응할 영역도 있다. 헌재 판결이나 국회 파행은 최고위원회를 거쳐서 대응해야 할 부분이었다.

정파 갈등으로 보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다. 지도부는 정치적 판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두려움 없이 발언해야 한다. 다만 근본적으로 정파에 따라 철학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한나라당을 보는 시각의 차이가 있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