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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제5공화국>에 출연할 예정인 김호동씨와 박하성씨(왼쪽부터). 이들은 80년 5월 당시 시민군에 참여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박하성(42)씨와 김호동(50)씨가 MBC 특별기획 드라마 <제5공화국> 제작진에게 "'제5공화국'처럼 (광주항쟁의) 많은 부분이 다뤄지기는 처음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며 "처참하고 피비린내 나는 광주의 학살을 잘 담아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하성씨와 김호동씨는 <제5공화국>를 통해 피비린내를 풍기며 정권찬탈에 나선 신군부의 만행을 TV화면을 통해서 볼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전사모)'에 대한 우려감이 높았다.

"전사모, 섬뜩하다는 생각도 든다"

박씨와 김씨는 80년 5월 계엄군에 총을 들고 저항했던 시민군에 참여했던 이들이다. 이들은 <제5공화국> 중 5·18 촬영분에 엑스트라로 출연할 예정이다. 당시 자신들이 겪었던 광주를 생생하게 표현하고 싶어서다.

박씨는 당시 고등학교 3학년생으로 학생수습위원회에서 활동했으며 항쟁지도부와 함께 전남도청를 사수하다 5월 27일 계엄군에게 연행됐다. 김씨는 시민군 순찰대 대원으로 같은 날 새벽 계엄군의 전남도청 공세를 인근에서 보고 도망, 밀항까지 해야 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28일 전남도청 '5·18민중항쟁 알림탑' 앞에서 그들을 만났다.

박씨는 "총칼을 앞세워 무자비하게 시민을 죽인 살인자 전두환이 미화되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며 드라마 <제5공화국>에 대해 불편해했다.

장세동 등 일명 '5공 인사'들이 "5·18은 정상시위 진압이었다"고 주장한 데 대해 박씨는 "그들은 살인을 했다. 그 어떤 주장도 정당성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인터넷 카페 '전사모'의 등장 등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우려감을 표시했다. 김씨는 "섬뜩하다는 생각도 든다, 감성이 아닌 역사적 인식을 가졌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박씨는 "반인륜적인 범죄자를 사랑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잘라말했다.

아래는 박하성(박)씨·김호동(김)씨와의 일문일답.

"경험했던 잔인함과 처참한 광주의 학살 보여주고 싶다"

▲ 김호동씨
ⓒ 오마이뉴스 강성관
- <제5공화국>은 자주 보나.
(박) "매주 봐왔다. 그런데 총칼을 앞세워 무자비하게 시민을 죽인 살인자 전두환이 미화되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아직까지 5·18에 대한 장면은 나오지 않았서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광주 학살 장면이 어떻게 그려지는지 지켜볼 것이다. 아쉬운 것은 드라마가 전두환과 신군부를 중심에 두다보니 그 시대 민중들의 처참함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 이 드라마만큼 5·18장면이 많이 그려지는 드라마는 없을 것 같다. 기대감도 많을텐데.
(김) "영화 '꽃잎', 드라마 '모래시계'에서도 5·18 장면이 나오기는 했다. 그러나 장면 자체가 짧다보니 진실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여자 흉부를 대검으로 찌르거나 임산부 마저 죽이는 피비린내 나는 리얼함은 없었다. '제5공화국'처럼 많은 부분이 다뤄지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시청률이 높다보니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볼 것이다. 전두환 일당이 광주를 어떻게 학살했는지 생동감 있게 보여주길 바란다. 이번에 MBC가 제대로 담아주지 않으면 잘못된 인식들이 계속될 것이다."

- 드라마 전개에 대해서 우려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김)"지금도 전두환에 대한 미화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런데 5·18 광주학살 장면 등이 미지근하게 나가면 제작진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잘못된 역사인식이 생길 수 있다. 80년 당시 우리는 그저 북한의 지령을 받은 폭도였다. 언론통제를 그만큼 했기 때문이다. 당시 시각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 광주 촬영을 통해서 광주가 지키려고 했던 것이 무엇인지, 계엄군이 어떻게 광주시민을 죽였는지 생생하게 그려야 한다."

- 드라마 출연 계기는.
(박) "자칫 드라마가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 무고한 시민을 학살한 자가 영웅시되는 역사의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다. 촬영에 참여해서 우리가 경험했던 잔인함과 처참한 광주의 학살을 보여주고 싶다. 촬영하면서 대본에 진실과 상반된 부분이 있다면 제작진에게 시정을 요구할 것이다."

- 엑스트라로 출연할 텐데, 무슨 역할을 맡고싶나.
(박) "아직은 제작진과 특별한 이야기 없어서 무슨 역할을 할지는 모르겠다. 당시 시민군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시민군의 역할을 하고싶다."

"반인륜적인 범죄자를 '사랑한다'? ... 말문이 막힌다"

▲ 박하성씨
ⓒ 오마이뉴스 강성관
- 인터텟 카페 '전사모'가 생겨서 전두환을 영웅시하는 네티즌들이 적지않은 것 같다.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박) "특정인에 대해서 좋아할 수도 있고 싫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권을 찬탈하기 위해서 군인을 앞세워 그토록 많은 시민을 학살한 살인자를 무슨 어지러운 세상을 구한 영웅처럼 생각하는 것을 보면 말문이 막힌다. 전사모는 카리스마라는 것 때문에 역사적 범죄조차도 정당화하려 하고 있다. 아직까지 광주학살의 진실은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누가 발포명령을 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는지도 모른채…. (다소 흥분된 어조로)반인륜적인 범죄자를 '사랑한다고?' 말이 안된다. 좀 더 역사적인 인식을 가지기를 바란다."

(김) "어떻게 그런 모임이 생길수 있느냐. '카리스마'있는 배우 이덕화와 전두환이 오버랩되면서 역사적 인식보다는 감성적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두환을) 역사적으로 사면하겠다'고 하는데 언제 역사적 단죄를 받기나 했느냐. 이런 현상을 보면서 섬뜩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광주 학살 장면이 더욱 중요하다."

- 소위 5공 인사들이 "5·18은 정상적 시위진압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학살의 진실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당사자들이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면서 법적 조치 운운하는 것은 있을 수없다. 살인을 해놓고 '어쩔수 없었다'고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사죄하고 살아도 모자랄 판에 떳떳하게 어깨를 펴고 집단행동을 하는 것이 가능한 우리사회가 문제있다. 성공한 쿠데타로 훈장까지 받은 나라가 어디 있나. 또 이것을 치탈하지 못하고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김) "얼마나 한심한 나라냐. 그네들이 진짜 할 일은 누가 발포 명령을 내렸는지 밝히는 것이다. 드라마 인기와 혼란한 여론의 틈을 타서 자기 잘못을 슬쩍 덮고 과거 잘못을 희석시키려는 것이다. MBC 제작진이 정말 잘 해야한다. 잘못하면 두고두고 비난받을 것이다."

- 5·18장면에 대한 관심때문에 제작진도 상당히 신경쓰고 있다. 하고싶은 말은.
(박) "제작진도 최선을 다해서 진실된 모습만을 그리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계엄군의 만행에 대해서 대다수 국민들은 과연 저렇게까지 했을까, 임산부를 총으로 쏘고 칼로 난도질을 했을까 의심할 것이다. 실제 우리는 그런 일을 당했다. 이런 처참하고 피비린내 나는 광주의 학살을 잘 담아주기 바란다."

(김) "광주시민의 입장에서는 5·18의 더 많은 부분이 방영되기를 바라겠지만 드라마 자체가 신군부의 정권찰탈 과정이 중심이다 보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제작진도 심리적 압박감이 많을 것이다. 5공 세력들은 그들대로, 광주는 광주대로 요구 사항이 있을 것이다.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말고 진실 그대로만을 보여주길 바란다."

- 국방부 과거사규명위원회에서 5·18을 조사대상에 포함시킬지에 대해 검토할 예정인데.
(박) "전두환과 노태우는 사법적으로 그 죄과도 제대로 치르지 않았다. 아직까지 국민을 학살하라고 명령한 발포 책임자, 정확한 사망자 수, 어디에 암매장을 했는지 밝혀진 것이 없다. 이런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국방부 과거사규명위원회가 5·18도 조사 대상에 포함시켜서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 모두들 입을 다물고 있으니, 특별법이라도 만들어서 양심적인 제보자에게 포상도 하고 신변보호도 해줘야 한다."

▲ 지난 29일 새벽 <제5공화국> 제작진은 전남도청 앞에서 '횃불시위' 장면을 재현했다. 이날 주위에서 구경을 하던 광주시민들이 엑스트라 출연을 자청, 40여명의 광주시민이 촬영에 참여하기도 했다.
ⓒ <광주드림> 안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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