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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국회 법사위에서 친일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과 관련, 신중론 차원을 넘어 거의 반대에 가까운 입장을 펴온 한나라당 김용균·심규철 의원의 발언에 대해 김민철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이 반박기고문을 보내와 그 전문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는 심규철 한나라당 의원.
ⓒ 오마이뉴스 권우성
거두절미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자. '일제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놓고 국회 법사위에서 김용균·심규철 두 의원이 법안을 반대하기 위해 내건 주장들은 한마디로 무식 그 자체였다.

먼저 김용균 의원은 조선사편수회에서 활동한 역사학자를 친일행위자에서 빼기 위해 "역사를 왜곡한 것을 어떻게 증명하느냐"고 주장했다. 조선사편수회가 일제의 식민지배를 정당화하고 한국인에게 식민사관을 주입하기 위해 만든 기관이라는 것쯤은 아주 초보적인 상식에 해당한다. 기관의 목적 자체가 이러한데 더 무엇을 증명해야 할까.

또 '창씨개명을 언론을 통해 주도적으로 선전한 자'를 빼기 위해 "당시 창씨개명을 안한 사람이 어디 있느냐"는 이유를 들었다. 창씨개명이란 조선어 폐지와 더불어 일제가 조선사회의 근본을 해체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었다는 사실 또한 아주 초보적인 역사적 상식이다.

그렇다면 창씨개명을 주도적으로 선전했다는 것은 민족의 정체성을 말살하려는 일제의 식민정책에 적극 협력한, 따라서 매우 중요한 범죄에 해당한다. 이런 죄를 저지른 사람과 창씨개명을 당한 사람이 어떻게 같은가. 이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같은 차원에 둠으로써 실은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부여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심규철 의원의 발언에 이르면 무식은 절정에 달한다. "친일을 강요받은 자는 반드시 제외시켜야한다"고 주장하여 법안 자체를 파괴하려고 한다. 심 의원의 말대로라면 '친일'이라는 단어 자체가 필요 없다. 식민지라는 조건 자체가 강요된 사회이고, 친일도 강요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완용의 친일도, 밀정의 친일도, 이광수의 친일도 모두 강요된 것 아닌가. 그러니 강요된 친일을 빼고 나면 무엇이 남겠는가. 정답은 영(0)이다. 따라서 모두가 무죄이다.

그런데 이런 주장이 성립하려면 그 행위가 강요에서 나왔는지 자발성에서 나왔는지 사실규명부터 해야 가능하다. 행위에 대한 규명이 없는데 그 행위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나.

그런데 이런 설명을 해야한다는 게 참 한심하지 않은가. 설마 두 의원도 이 정도의 상식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무식한 척 하는가. 한마디로 말해서 싫기 때문이다.

▲ 김용균 한나라당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싫으니 무슨 꼬투리를 걸어서라도 반대하고 싶고, 반대하기 위해선 무식한 척이라도 해야 되고, 그것도 안되면 생떼라도 부려야 할 판이다. 이렇게 믿는 게 그나마 위안이 되지 않을까. 아무리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수준이 낮다 해도 이 정도도 모른다면 그건 우리 모두를 너무 초라하고 불쌍하게 만들 것이다.

가뜩이나 누더기가 되어 너덜너덜해진 법안이 무식을 가장한 의원들에게 공격받은 데다 정부 관료의 직격탄으로 이제 완전히 휴지통으로 들어갈 판이다. 법안이 폐기된다는 것은 곧 상식이 폐기되는 것이다.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는 지극히 평범한 상식이 또 다시 폐기되려는 것을 지켜보아야만 하는가. 하기야 불법 자금을 받고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의원이나, 그 책임을 묻지 않는 국회의원에게 이런 상식을 요구하는 게 잘못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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