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도와 주세요."

제가 가입한 한 인터넷 동호회에 다급한 도움요청 글이 떴습니다. 중년이상의 주부들로 구성된 동호회인지라 저런 경우 가정사가 대부분인데 이번엔 뭔가 달랐습니다.

▲ 저작권 위반 소송을 당했다는 네티즌들이 늘고 있다.
"저작권 관련해 고소를 당했습니다. 개인 홈페이지 자료실에 포털이 제공한 공개자료실에 올라 온 그림을 하나 가져다가 두었는데 그 그림의 원작자가 갑자기 나타나 허락없이 가져갔다며 고소를 하고 천만원대의 보상금을 요구합니다. 시골에 살다보니 물어 볼 사람도 없고 담당 형사분들도 어리둥절한 모양입니다. 아시는 분은 도움 바랍니다."

글을 올린 회원은 강원도 평창에 사는 동호회 회원 조미숙(가명·43)씨로 3년 전 쯤 홈페이지 만들어 이런 저런 이야기와 그림들을 가지고 열댓명의 친구들과 일상의 이야기를 주고받는 작은 사랑방처럼 이용했었습니다. 몇몇 포털 사이트들이 무료로 홈페이지 계정을 주었기 때문에 자바나 HTML의 기본정도만 알고 있으면 간단한 정도의 홈페이지를 운영할 수 있어서 저는 물론 인터넷의 즐거움에 빠진 몇몇 주부들이 비슷한 형식의 홈페이지를 갖는 것이 유행이었지요.

문제가 불거진 것은 얼마 전이었습니다. 홈페이지 계정을 준 포털 사이트에서 그 그림을 핸드폰 배경화면으로 판매했던 모양으로 그 사실에 격분한 원작자가 해당 포털과 개인 홈페이지를 모두 조사해 포털 사이트는 물론 그 그림을 가지고 있던 네티즌들을 고소했던 것입니다.

네티즌들 "저작권 고소 당했어요"

▲ 네티즌을 상대로 한 원작자의 소송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화면은 한 카페의 공지글.
조씨는 난생 처음으로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고 피의자 진술이라는 것을 하고 나니 당황스럽기도 하고 겁이 나기도 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런 일을 당한 사람이 동호회 내에서 꽤 있었던지 몇 명 회원이 저작권 관련 고소 고발에 대한 경험을 올려두었습니다.

작은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된장이나 간장을 팔기 위해 그 제품을 설명하면서 인터넷에 있는 사진을 사용했던 시골 촌부, 인터넷에 떠있는 상품 이미지를 다운 받아 교육 자료로 사용한 선생님, 홈페이지를 꾸미기 위해 온라인상에 떠다니는 이미지를 다운받아 사용한 네티즌 등이었는데 결국 저작권자에게 몇 십만원에서 몇 백만원까지의 보상금을 주고 합의를 하거나 문제가 된 이미지를 내리고 저작권자에게 사과하는 정도로 마무리를 했다는 등 내용도 다양했습니다.

사실 현재 인터넷에 홈페이지를 만들어 놓고 있는 네티즌이라면 이런 고소를 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포털 사이트 공개자료실이나 다른 사람 홈페이지에서 좋은 그림이나 좋은 글을 복사해 주위 네티즌에게 소개하거나 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네티즌들은 네티즌대로 할 말이 많습니다. "그런 것이 왜 범죄가 되느냐?" "자기 글이나 자기가 직접 찍은 사진만으로 홈페이지를 꾸미는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 "저작권이 있는 것이라면 복사할 수 없게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 "포털 사이트의 공개자료실에 올라 온 자료는 당연히 그 회원이라면 사용할 수 있는 것 아니냐?" 등의 의견이 줄을 이었습니다.

그 곳의 네티즌들은 "그런 논리라면 네티즌은 이미 모두 범죄자이고, 예비범죄자인 셈이다"라면서 강한 불만을 터트렸습니다.

"자기 글이나 사진만으로 홈페이지 꾸미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

그러나 저작권 소송을 제기하거나 준비하고 있는 원작자들의 심정은 또 달랐습니다.

전문사진작가로 홈페이지 내에 작품을 전시 판매하고 있으며, 몇 개의 포털 사이트와 네티즌을 상대로 지적재산권 침해 등에 대한 고소고발을 제기해 놓고 이모씨는 필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작가로서 작품을 위해 많은 것을 투자했으며 그것들은 정신적, 시간적, 물질적인 노력을 들여 제작한 작품들이다”라며 “사진은 내 전 재산이고 분신과 같다”고 심정을 밝혔습니다.

이씨는 “사진마다 저작권 침해에 대한 경고 문구를 표시해 두었는데 그걸 알고도 가져간 것은 분명히 절도행위”라며 “일전에 제 사진을 이용한 홈페이지를 찾아내 경고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대개가 학생이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갔지만 이번에는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대부분의 네티즌들이 “자료실에 있는 것을 사용했는데 무슨 죄가 되느냐”는 태도를 보이는 것 때문에 더욱 서운하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이씨는 특히 소송을 제기하게 된 동기에 대해 “남의 재산을 함부로 가져가면 안 된다, 심지어 포털 사이트에서는 회원이 올린 자료라며 버젓이 내 작품을 핸드폰 배경사진으로 팔아먹기까지 했으니 어떻게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수 있겠나"라며 회원들의 자료를 임의로 가져다 사용하는 포털 업체에는 소송을 통해서 반드시 배상을 받고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종을 울리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11월 15일 법원은 이씨의 달력사진을 오려 액자에 담아 전시한 병원 측에 "달력에서 사진을 분리해 전시하는 것은 새로운 사진작품 전시에 해당한다”며 이씨에게 150만원의 배상을 해 주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었습니다.

▲ 상당수의 네티즌들이 인터넷 상에 올려진 사진을 자신의 블로그나 미니홈피에 게재해 놓고 있다. 사진은 한 포털사이트의 블로그.
저작권자 "그것은 정신적, 시간적, 물질적 노력을 들여 제작한 작품이다"

동호회원이 고소된 상태에서 법원의 저작권 관련 판결 소식을 들은 네티즌들 상당히 놀란 모습이었습니다. 피소가 된 네티즌들이나 이를 지켜보는 다른 네티즌들 역시 저작권에 대해 지식이 거의 없었고 인터넷에 올라온 이미지나 음악을 가져오는 것이 누군가의 권리를 침해하는 범죄행위이며 이로 인해 손해배상은 물론 전과자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요즘 (사)음반협회는 불법적인 음원 사용에 대해 대형 포털 사이트의 각 카페에 경고문을 보내고 있으며 법적절차를 밟아 벌써 몇 개 카페에 대해서는 고발에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또한 몇 개의 카페에는 이미 벌금이 부과됐거나 일부 카페는 문을 닫는 등의 사태를 맞고 있어 이제는 네티즌도 혹시 발생할지도 모르는 저작권 관련 시비에 대해 무심할 수만은 없습니다.

저작권이 무한정한 권리는 아닙니다. 판례에서는 보도나 교육 등 공익을 위해서나 개인적으로 감상하는 범위 안에서는 저작권을 적용하지 않기 때문에 작품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경우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그 한계가 모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네티즌과 저작권 문제에 대해 모 법률사무소의 한 변호사는 "저작권은 당연히 보호되어야할 법적 권리이다,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벌금 징역 등 형사상의 처벌과 함께 민사적으로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며 “전과자가 될 수도 있는 심각한 범죄임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를 가볍게 여기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고 우려합니다.

그는 또 “최근 저작권 관련 소송이 빈번해 지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며 “네티즌은 저작권자인 동시 저작권 침해자가 될 수 있으므로 한쪽의 의견만을 내세우기 보다는 서로의 권리를 존중해주는 의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저작권자가 자신의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방법을 강구해야 하지만 네티즌들 역시 공개된 자료라 할지라도 원작자의 허락을 받거나 확인을 거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현행법은 인터넷 정보이용 활성화 전 논리, 정보이용범위 넓혀줘야"

활성화되는 인터넷사용에 따라 저작권 관련 소송은 앞으로 더욱 빈발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네티즌들의 정보이용이 상당부분 제한될 것이 분명합니다. 이미 음악파일에 대한 이용규제가 이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한편 네티즌들의 올바른 정보이용과 저작권 보호에 관해서 정보공유연대의 양희진 간사는 "현 저작권법의 경우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이전에 만들어진 법으로 예견하지 못했던 오늘과 같은 상황에 적용시키는 것은 다소 불합리하다”며 “광범위한 인터넷의 정보이용이 활성화되어있는 현실을 볼 때 경직된 법 적용보다는 저작권을 정당하게 이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양 간사는 “네티즌을 무조건 범죄자나 예비범죄자로 몰 것이 아니라 정보의 공정한 이용의 범위를 미리 규정하는 등 법제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저작권보호와 공정한 이용측면을 생각한 현실적 법 마련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

앞으로도 인터넷 상 저작권에 관련된 문제나 시비는 계속될 것입니다. 상당수의 네티즌들이 범죄자의 대열에 끼기 전에 현실적인 법안이 마련되길 바랍니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