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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씨 홈페이지 '시스템 클럽'의 '정신적 귀족이 되자'는 구호.
지만원씨 홈페이지 '시스템 클럽'의 '정신적 귀족이 되자'는 구호. ⓒ .
한승조 교수가 일으킨 일제 식민통치 옹호 파문은 결국 그의 사과문 발표로 일단락을 맺었다. 그는 고려대 명예교수, 자유시민연대 공동대표도 사퇴했다.

그러나 한 교수 사과문은 "적절치 못한 단어와 표현이 있어 그로 인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에 대하여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고 되어 있다. 표현상 문제일 뿐 처음에 주장했던 대로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는 뜻으로 충분히 해석될 수 있다.

문제는 과연 이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과연 한승조 교수 한 명에 불과하겠느냐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한 교수를 지지하며 커밍아웃한 극우파 인사는 지만원씨 뿐이다. 지씨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한승조 교수에 돌 던지지 말라"고 그를 옹호했다. 그는 한 교수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메뚜기 떼', '붉은 개미떼'에 비교했다.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는 "기고나 연설 등을 통해 활발히 활동했던 국내 극우 인사들의 생각은 기본적으로 한 교수의 그것과 같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정일만 죽이면 제1의 친일파 되겠다"

5일 재미 북한인권운동가인 남신우씨는 북한민주화운동본부(www.nkgulag.org) 자유게시판에 '친일청산은 친김정일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지만원씨도 이 글을 자신의 홈페이지 초기 화면에 배치했다.

남씨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사건에 대한 일본정부의 대응을 찬양한 뒤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일본이 김정일만 잡아죽이겠다면, 나는 일제 때가 아니고 지금이라도 친일파로 제일 앞장에 나서겠다. 독도 싸움도 김정일 죽인 다음의 일이고, 과거청산도 김정일 죽인 다음의 일이고, 지금 한반도에서 제일 급한 것은 김대중 노무현 때려잡고 김정일 잡아죽이는 일이다. 그 다음 일들은 지금 전부 "깽판" 쳐도 괜찮다! 그야말로 김정일과 싸우는 사람들에게는 모두 "반자이(萬世)"다!

반공, 반북 하나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 반공, 반북을 위해서라면 악마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 국내 극우파들의 정신구조다.

민족문제연구소 김민철 연구실장은 "한국의 극우는 모든 것을 반공의 논리로 재단한다. 민족적인 요구도 모두 좌익의 논리로 몰아간다"고 분석했다.

김 실장은 "이는 자신들의 기득권에 강력하게 도전한 세력이 좌익이었기 때문이고 한편으로는 해방 이후 반공 하나로 기득권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라며 "현재 한국 극우파들은 정신병리학적으로 저주에 가까운 악담을 퍼붓고 있다"고 평가했다.

극심한 외세 의존성에 한민족 비하

일반적으로 우익의 특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중요한 것이 민족주의적 성향이다. 자기 민족 제일주의, 배타적이라고 할 만큼 민족주의적 성향을 보인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한국의 극우파들은 정반대다. 외세에 대한 극심한 굴종 경향과 함께 자기 민족에 대한 멸시와 비하를 서슴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좀처럼 보기 힘든 한국 극우파들의 특징이다.

민족문제연구소 김 연구실장은 "한국의 극우파들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해줄 수 있는 집단이라면 누구든지 상관이 없다"며 "그동안 자신의 권력을 지탱시켜 준 것이 외세였다. 이 의지할 수 있는 외세가 해방 전 일본에서 현재 미국으로 바뀐 것"이라고 평가했다.

태평양 전쟁 때 "영·미 도깨비들을 족치자"고 외치던 친일파들이 해방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친미파로 바로 변신했듯, 현재 친미 극우파들은 중국이 세계 최강국으로 부상하면 언제든지 '친중사대주의자'가 될 준비가 되어있다.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는 "국내 극우파들은 친자본주의를 기본으로 하는데 이것이 외부에서 이입된 것"이라며 "따라서 자본주의 가치를 옹호하다 보면 이것을 심어준 외세 입장을 옹호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해방 전에는 자본주의의 이입자가 일본이었고 해방 뒤에는 특히 전 세계적인 냉전과 더불어 미국이 된 것이다. 외세에 대해 극악할 정도로 굴종적인 극우파들은 대신 한민족에 대해서는 극도의 멸시와 폄하를 한다.

현명한 소수에 의한 지배 강조

한승조 교수의 개인 홈페이지(www.wisemid.org)의 제목은 '현명한 소수-올바른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사이버 토론 커뮤니티'다.

지만원씨의 홈페이지에도 큼직막하게 '우리는 정신적 귀족이기를 추구한다'는 글이 써있다. 다수 대중은 무지하며 현명한 소수에 의한 통치가 이상적이라는 생각은 파시즘의 기본적인 정치 철학이다. 우리 민족 전체에 대한 멸시와 비하를 하는 대신, 한국 극우파 자신들은 선택받은 소수, 현명한 소수이며 자신들이만이 통치 자격을 지니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극우파들이 박정희 식의 독재정치를 찬양하는 것은 당연하다. 극우파들은 애국과 민족을 내세운다. 그러나 극우파들의 행동과 사고방식을 보면 그들이 말하는 애국의 대상으로서의 조국은 과연 누구인지 의문이다.

극우파들이 말하는 민족은 과연 한민족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민족을 말하는 것인지도 아리송하다. 단순한 사실에 대한 무시, 도치, 이중잣대도 난무한다.

예를들어 한승조 교수는 이번에 파문을 일으킨 글의 한글 원본에서 "일본을 증오하고 경계하는 사람들 중에는 좌익들이 훨씬 많다"며 "반대로 보수성향의 반공세력 중에는 한일 양국간의 해악적 상극적인 측면보다는 수혜 내지 시혜적 상생적인 측면을 주목하며 그 쪽을 확대 발전하려고 의도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정희-전두환-노태우로 이어지는 군사정권하에서 학교교육에서 일본에 관한 모든 교육은 '반일'이었다. '동백아가씨'를 왜색이라고 금지시킨 것은 박 전 대통령이었고 독립기념관이 만들어진 것은 전두환 정권 때였다.

오히려 일본 문화가 본격 개방되기 시작한 것은 김대중 정권 때고, 올해는 '한일우정의 해'다.

제멋대로 이중 잣대도 난무

극우파들의 이중잣대는 '자신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공식을 잘 보여준다.

극우 세력들은 국내의 반미 시위를 "한국 전쟁 때의 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짓"으로 몰아세운다. 그러나 이들은 지난 1992년 8월 노태우 정권이 '빨갱이' 중국과 수교하기 위해 '혈맹' 대만을 배신했던 행위는 비판한 적이 없다.

극우세력들의 표현대로 '1960년대 나태하고 게으른 조선민족의 숙명을 깼다며 '박정희'를 찬양하는 그들이 조선은 어쩔 수 없이 제국주의의 밥이 될 수 밖에 없었다는 '숙명론'을 내세운다.

숙명론을 깬 박정희가 영웅이라는 극우파들이 구한 말 그들 표현대로 '제국주의의 밥이 될 수 밖에 없던' 숙명을 깨기위해 목숨을 걸었던 독립운동가을 '저질, 어리석은자'로 비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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