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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3년 8월 운항본부 정보통신팀이 작성한 '인천공항 기간통신망 안정화 방안 검토 보고서(왼쪽)'와 2001년 기술운영본부 정보통신팀이 작성한 '인천국제공항 데이터통신망 최적화 및 안정화 결과보고'서.
공항의 안정적 운영과 보안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장애가 사흘에 한 번 꼴로 발생한다면? 또 이 장애가 평균 54분 동안 지속된다면?

남의 나라 공항에서 벌어져도 아찔할 상황이 동북아 허브공항을 추구하는 인천국제공항에서 벌어지고 있어 충격을 던지고 있다. 항공전문가들은 안전운항을 확보하기 위해 시급히 시스템을 진단하고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흘에 한 번 꼴로 장애... 운영·보안 분야에서 57%

여객수송량 세계 10위, 화물수송량 세계 3위 규모를 자랑하는 인천공항. 수송규모만 따지자면 동북아 허브공항으로서 입지를 굳혀 가는데 손색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공항운영시스템의 핵이랄 수 있는 공항 기간통신망 안정화 측면에서 따지자면 인천공항은 위태롭기 그지없다.

최근 <오마이뉴스>가 단독입수한 인천국제공항공사(사장 조우현)의 내부문건('인천공항 기간통신망 안정화 방안 검토보고'-2003. 8)에 따르면, 인천공항에서는 2003년 1월부터 8월까지 모두 72건의 주요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보안 및 안전, 운항 및 수화물 정보유통 등 공항운영에 영향을 끼치는 장애가 월 평균 9건 발생했다는 것이다.

▲ 운항본부 정보통신팀이 작성한 '인천공항 기간통신망 안정화 방안 검토 보고서 1쪽, 2003년 1월∼8월까지의 '월별 장애현황(건수, 지속시간)'를 나타내는 도표.
이 기간동안 장애지속시간은 모두 3901분으로, 1건의 장애가 발생하면 평균 54분동안 장애가 지속됐다고 인천공항공사 측은 파악했다. 안정성이 최우선인 국제공항에서 하루 평균 16분의 장애가 발생했다는 얘기다.

장애발생 유형별로는 공항 기간통신망의 중추랄 수 있는 ATM 데이터 통신장비 장애가 38%에 달했다. 해킹 등 불순분자의 침입으로부터 이를 방어해내는 Fire Wall(방화벽) 성능장애도 19%에 달했다. 장애의 57%가 안정적 공항운영 및 보안분야에서 발생한 것이다.

문제는 인천공항공사가 스스로 진단하고 있듯 "장애발생 건수 및 지속시간 추이를 볼 때 특별한 감소추세를 확인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데이터 통신망 등 기간통신망의 장애는 필연적으로 공항 주요 시스템의 장애로 이어진다. 이는 결과적으로 "공항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근본적 원인이 된다.

장애 75% 수동 복구.. "개항 때부터 예견"

특히 인천공항은 장애가 발생할 경우 75%를 수동복구로 해결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드러났다. 관련분야 전문가인 A씨는 "웃지 못할 이같은 코미디는 인천공항 개항 당시부터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2001년 3월 29일 인천공항이 개항하자 건설교통부와 인천공항공사는 "인천공항이 '준자동' 상태로 개항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당초 인천공항은 40여 개의 개별시스템을 통합·운영하는 완전자동 시스템으로 설계·시공됐다.

그러나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자 인천공항측은 4개의 핵심시스템만을 직접연결해 운영하는 폴백(Fall Back 비상운전) 방식으로 겨우 개항을 한 것이다. 그래서 '완전자동'도 아닌, 그렇다고 '반자동'도 아닌, '준자동'라는 생경한 단어로 포장한 것이다.

A씨는 "IB(Information Broker 정보전달시스템)와 데이터통신망, 데이터통신장비의 근원적인 문제를 제거·개선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장애가 자주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동화된 시스템이 해결해야할 장애를 사람이 스위치를 껐다 켰다 하는 방식으로 하다보니 예산낭비의 요인만 늘 뿐"이라고 지적했다.

"책임추궁 두려워 덮어두면 암처럼 깊어질 것"

▲ 공항운영과 보안에 영향을 주는 장애발생으로 인천공항의 동북아 허브공항 도약이 이뤄질지 의문이다.(사진은 인천공항 전경)
ⓒ 인천공항공사
현재 인천공항은 증가하는 항공수요에 대비해 탑승동 및 제3활주로와 부대시설을 확장하는 2단계 공사가 진행 중이다. 2단계 공사비 규모는 4조7천억원으로, 토목공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지금 전체 공정율은 약 15%(2005년 2월 현재)에 이르고 있다.

A씨는 "이 상태로 2단계 공항건설을 강행할 경우 상상조차 하기 싫은 상황에 직면한다"고 경고했다. 1단계 시설과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운영·유지되고 있는 상태에서 2단계 시설과 시스템이 연결되고 통합되어야 하는데 1단계 시설의 장애가 반복해서 발생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책은 없는 것일까?

인천공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공사는 물론 정부가 장애의 근본원인에 대한 문제인식을 함께 나누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한다. 그는 "책임추궁을 당할게 두려워 덮어두다보면 인천공항의 장애는 암처럼 깊어진다"며 "지금은 공사 안팎에서 허심탄회하게 문제점과 개선책을 토론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A씨는 "공항운영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천천히 그러나 빠르게 근원적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ATM을 제거하고, 통신망 구조를 단순화시키며 Fire Wall(방화벽)을 보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본의 주부(中部)공항, 2008년 올림픽을 대비해 건설중인 중국 북경수도공항 등과 함께 동북아 허브공항의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 규모가 아닌 공항운영과 보안에서 진정한 허브공항으로 발돋움해야 할 때다.

청와대 게시판에 오른 고위간부 비리의혹
철저히 조사해서 조직 개혁도 서둘러야

인천공항이 동북아 허브공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 개선해야 하는 것은 비단 시스템뿐만이 아니다. 인천공항 내부사정에 밝은 이들은 한결같이 내부조직 개혁을 중요한 과제로 얘기한다.

지난 1월 10일과 20일, 청와대 홈페이지 열린마당 자유게시판엔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개인비리의 온상인가-실상1, 2'라는 제목의 글이 잇따라 게재됐다. 자신을 '정의의 활주로'라고 밝힌 이 사람은 인천공항공사 관계자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리의혹을 제기하고 "진실규명과 수사의뢰를 촉구"했다.

그가 제기한 의혹은 ▲유지보수 용역수행 하도급업체 변경 이권개입 ▲유지보수 인력 관련 비리 ▲2기 유지보수 용역 특혜발주 및 이권개입, 허위보고, 유지보수 입찰관련 부당 개입 ▲유지보수요원 무자격자 채용 ▲장애발생 보고절차 삭제 지시 등이다.

신임 사장의 '낙하산 인사' 의혹을 사고 있는 인천공항공사가 주요보직 간부들의 '전횡'에 대한 구설도 그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공사의 한 관계자는 "소위 '로열 패밀리'에 대한 잡음이 어제오늘 있었던 일이 아니지만 한번도 제대로 된 감사나 조사가 이뤄진 적은 없다"고 전했다.

그는 "인천공항의 양 날개는 첨단시스템과 이 시스템을 실질적으로 운용하는 휴먼네트워크"라고 묘사했다. 이 관계자는 "새가 건강한 양 날개로 창공을 날 듯 인천공항의 양 날개 중 어느 한쪽이라도 썩게 되면 추락하고 만다"며 내부조직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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