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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28개 시민사회여성단체는 10일 오전 10시에 기자회견을 열고 이랜드일반노조의 파업을 지지했다
ⓒ 이경태

"이미 외주화(아웃소싱)를 진행한 지방 점포들을 예로 들며 노조의 반발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울산과 창원 등 해당 지방 점포들은 노조가 결성되지 못할 만큼 노동자의 힘이 약해 대항할 수 없는 지역이었다. 그런 곳부터 야금야금 외주화를 진행하고 노동자의 단결력이 강한 수도권에는 말도 꺼내지 않았다."

이남식 이랜드일반노조 수석부위원장은 "10일자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에 게재된 이랜드 그룹의 광고 내용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지적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3대 중앙일간지 광고에 쓴 돈만 사용했더라도 우리가 요구했던 비정규직 차별 시정은 쉬운 일일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랜드 그룹은 <조선일보> <중앙일보> 그리고 <동아일보>의 1면 하단 광고면을 통해 "이번 파업은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의 테러행위"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 지난 9일 이상수 노동부 장관도 이랜드 노조에 대해 "정부는 더 이상 이를 좌시할 수 없으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혀 노조의 분노를 돋우었다.

"자르지 말라고 요구했을 뿐인데, 왠 사회주의 학생?"

11일째 홈에버 월드컵경기장 매점에서 농성을 진행 중인 이랜드일반노조원들도 난데없이 날아온 '가정통신문' 탓에 웅성거리고 있었다.

"노동조합원을 중심으로 한 일부 직원들은 우리 임직원의 소중한 일터인 사업장을 무력으로 무단 점거하여 기물을 파손하고 직원과 고객에게 폭언과 폭행을 가하는 등 극단적인 행태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사회주의 계열의 학생들을 중심으로…(중략)…이들은 "한미FTA반대" "비정규직 보호법안 철폐", "해고자복직" 등 당사가 해결할 수 없는 사안들을 주장할 뿐만 아니라…"

또 이랜드 그룹은 '가정통신문' 말미에 직원들에게 '간곡히' 당부하고 있었다.

"직원 여러분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현재의 상황을 판단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노동조합의 사실왜곡과 선전 선동에 대하여 현혹되지 마시고 객관적인 눈으로 정확히 사실을 파악함으로써 직원과 회사 재산을 보호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중략)…이제는 회사를 믿고 갈등을 극복할 수 있도록 내 동료와 내 가족들이 불법 집단행동에 가담하지 않도록 만류하여 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 드립니다."

▲ 이랜드는 8일 직원들에게 직접 통신문을 보내 파업 중단을 촉구했다
ⓒ 이경태
▲ <조선일보> 1면 하단 광고. 이랜드 그룹은 "이번 파업을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 이경태
A씨는 "이거 정말 너무한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우리가 언제 폭력을 행사했고 우리가 언제 한미FTA를 반대한다고 이야기했냐"며 "우리는 80만원도 안되는 월급 좀 올려달라고 했고, 자르지 말라고 요구했을 뿐이다"고 말했다.

B씨도 "우리 같은 아줌마들이 어디 봐서 사회주의 계열의 학생으로 보이냐"며 "여기 모인 다들 진보니, 민주노총이니 하는 것들에 대해 몰랐던 이들이다"고 항변했다.

이날 오전 10시 연대와 지지를 밝히러 왔던 각계의 시민사회여성단체 회원들도 이들의 분노에 동의를 표했다.

박영미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 역시 "경찰청장이 유보하겠다고 밝힌 공권력 투입을 노동부 장관이 나서서 언급했다는 것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제대로 된 노동부라면 사태를 더 악화시키지 말고 최소한 노사 양측의 입장을 공정하게 반영해야 하지 않겠냐"고 일침을 놓았다.

"3달째 임금동결만 고집하더니, 무조건 농성 풀라고?"

▲ 김경욱 이랜드일반노조 위원장이 자료를 들고 기자들에게 회사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이경태
이날 이랜드일반노조는 오후 2시 긴급기자회견을 가지고 회사측의 주장을 전면으로 반박했다.

"이미 18개월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조합원에 대한 고용보장이 회사와 노조 사이에 단체협약으로 체결되어 있는데도 회사가 이를 무시하고 대량 해고를 자행하고 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도 이를 인정해 해고된 조합원에 대한 복직명령을 내렸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있는 회사야말로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있는 것 아니냐."

김경욱 이랜드일반노조 위원장은 '2003년 까르푸 인원구성 및 이직률' '2003년 파트타이머 관리지침' '2007년 임금인상 요구안' 등의 자료를 제시하며 회사 측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노조는 비정규직 보호법의 취지에 따라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시정과 고용보장을 요구했을 뿐"이라며 "오히려 회사가 교섭이 시작된 4월부터 현재까지 임금동결을 고집하며 성실한 교섭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계약 만료 기간이 다가오고 있는데다 파업으로 월급도 못 받는, 낭떠러지에 몰린 노동자들에게 아무런 약속 없이 농성을 풀라는 것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라는 이야기"라며 "그럴 수는 없다"며 "회사가 대량해고중단과 비정규직 차별 시정, 고용 보장에 대해 답변을 주지 않는 이상 농성을 풀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절대 대화없이 싸우겠다는 것이 아니다"며 "비록 체포영장이 발부되어있는 상황이지만 나도 오늘 교섭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노사가 제대로 협상할 수 있는 테이블을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권력 투입은 자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뉴코아·홈에버 대표이사와 양 노조 위원장은 10일 오후 4시부터 서울지방노동청에 모여 이번 사태해결을 위한 교섭을 진행 중이다.

태그:#이랜드, #비정규직, #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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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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