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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통' 경제학자와 '운동권' 부동산전문가 형제가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해 얼굴을 맞댔다. 김대중 정부 시절 초기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거친 김태동(60·형) 성균관대 교수와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 운동본부장으로 활동 중인 김헌동(52) 한국건설정보 대표가 그들이다.

형제는 정부의 분당급 신도시 발표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 <오마이뉴스> 회의실에서 만나 격정적으로 좌담을 벌였다. 두 사람 모두 한국 부동산에 거품이 심각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마침 정부의 신도시 발표를 앞두고 이들은 신도시 정책 실패가 낳은 파국적 결과를 낱낱이 거론하면서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든 이들을 '바보들'이라 부르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형제가 말하는 '바보들'이란 밑 빠진 독에 '돈' 붓고 '집' 붓는 어리석은 정책을 수립해서 집행하는 자들이다. "막 꺼져가는 부동산 거품에 바람을 다시 불어넣은 신도시 발표"(김태동)는 이들이 거론한 대표적인 '바보짓'이다. 형제가 지목한 '바보들'은 이들 뿐만이 아니다.

현 정부의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고 다음 정권에서도 똑같은 '실패'를 부르짖는 자들을 형제는 '바보들'이라고 불렀다. 개발공약에 사로잡힌 유력 대선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에 대해서도 '바보공약'이라고 깎아 내렸다. 그 동안 우리 사회의 병폐를 거리낌 없이 비판해온 이들이기에 이 처럼 과감한 단어를 사용하면서도 형제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신도시는 국민의 요구가 아니라 언론의 요구"

▲ '문제는 부동산이야, 이 바보들아'를 펴낸 김태동 교수(왼쪽)와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 형제의 좌담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결론은 "앞으로 5년, 10년 우리가 투기란 망국에서 벗어나려면 이번 대선에서 대통령을 잘 뽑아야 한다"로 모아졌다. "대선에서 또 다시 개발공약을 내걸어 표를 얻고자 하는 이들"(김헌동)은 선출금지. "개발공약에 앞서 개발이익 환수에 대해서 공약하는 후보들"(김태동)은 오케이다.

최근 형제는 <문제는 부동산이야, 이 바보들아>(궁리 간)란 책을 펴내고 "바보란 표현이 싫다면 계급장을 떼고 한판 붙어보자"며 정부 당국자와 대선 예비 후보들에게 공개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다음은 형제의 좌담을 요약한 글이다. (토론회 전체를 보기 원하는 독자는 <오마이TV> 동영상을 참고하세요.)

- 그동안 정부는 부동산 거품이 제거될 쯤이면 신도시를 발표해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켜왔다는 비판이 제기됐는데 이번 신도시 계획은 상황이 어떤가.
김헌동 "올해 초부터 집값이 최고점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은 2003년 10·29 대책 이후에도 있었고 2005년 8·31 대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있었다. 또 2006년 초 3·30 대책 당시에도 그랬다. 그때마다 언론들이 신도시가 필요하다는 식의 기사를 썼다. 공급을 늘려야 집값이 안정된다는 논리를 펴면서 신도시를 발표하라고 부추겼다. 2004년, 2005년에는 판교신도시를 개발해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했다.

하지만 누구나 알다시피 결국 신도시가 집값을 끌어올렸다. 8·31 대책 땐 송파 신도시 발표하면서 집값 폭등하고 작년 가을 추병직 전 장관이 느닷없이 검단신도시 발표하면서 부동산 광풍을 불렀다. 올해도 집값이 주춤하니까 언론들이 신도시 발표하라고 부추기고 정부는 언론의 요구를 국민의 요구로 착각하고 있다. 집값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언론과 관료들이 가로막고 있다."

- 하지만 정부는 매번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논리를 편다.
김태동 "여태까지 그래왔다. 판교 신도시 때도 강남 대체 신도시라는 이름으로 제2의 강남을 만들어서 강남 집값을 1000만원에서 700만~800만원으로 낮추겠다고 했다. 그러나 판교를 2000만원에 분양하니까 강남은 3000만~4000만원이 돼서 집값을 2~3배 키웠다. 이미 서울의 모든 구도시가 재개발되고, 뉴타운으로 개발하겠다고 구도시를 아파트화하고 있는데 왜 또 논밭을 갈아엎어서 신도시를 만들어야 하나. 신도시를 만들어서 집값이 안정됐나?"

- 정부에서 이미 신도시 발표를 했다. 예전과 달리 투기세력의 먹잇감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가 필요한가.
김헌동 "꼭 필요하면 신도시를 건설해야겠지만, 그렇다면 공공도시화를 해야 한다. 공공주택을 건설해서 투기요소를 완전히 차단시키고, 개발이익을 국가가 환수해야 한다. 그런 정책적 변화 없이 신도시를 개발한다는 건 국익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되고, 일반국민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작년 말부터 좋은 현상이 많았다. 서울시가 20년 장기 임대주택 공급, 분양원가 공개하면서 후분양된 아파트의 원가가 평당 800만원이다. 그런 뉴스를 언론들이 보도를 안 한다. 반면 신도시가 어디냐는 것은 톱뉴스로 다루고 있다. 이게 투기심리 부추기는 언론들의 행태다. 여기에 대다수 언론이 동참하고 있다. 이게 더 큰 문제다."

김태동 "동감이다. 덧붙이자면 조금이라도 서울시 정책을 유력한 대선 후보들이 따라가줬으면 하는 거다. 그러나 유력 대선후보들은 투기조장하는 발언을 한다. 서울시가 그렇게 하면, 같은 당인 경기도지사와 인천시장이 이를 알아야 하는데 거기는 다르게 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도 마찬가지다. 주택법을 개정했지만 실제 하는 것을 보면 말만 수십 번 집값을 잡겠다고 했지 실제는 부동산 투기를 가장 행복하게 해줬다. 그런 분들을 '바보들'이라고 하는 거다."

"노무현 대통령, 지금이라도 집값 잡을 의지 있다면"

▲ 김태동 교수.
ⓒ 오마이뉴스 권우성
김헌동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집값 잡을 의지가 있다면 건교부 장관을 불러서 '신도시는 전부 공공주택으로 지어서 장기 전세를 줘라'고 말해야 한다. 결혼해서 애 다 키울 때까지 공공주택에 가서 전세 보증금 싸게 해서 살고, 이런 제도를 대통령이 '즉시 하시오'라고만 하면 법개정과 상관없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러지 않는 이유가 뭔가."

김태동 "노무현 대통령은 일부러 안하는 것인지, 속아서 안 하는 것인지 둘 중 하나일텐데 아무래도 후자인 것 같다. 판교는 이미 지나갔다고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신도시만큼은 공영개발을 해라. 공영개발해도 늦지 않는다."

- 이번 대선에서도 부동산 문제가 주요한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이 이번 대선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김헌동 "8·31 대책 나오기 보름 전에 정부는 세제강화 공급확대 통한 집값 안정책을 내놨지만 시민들이 원하는 대책은 없었다. 결과적으로 집값이 또 올랐다. 2006년 3·30 대책 내놓고 가을에 집값이 뛰었고, 실효성 없는 대책이 어떤 문제를 야기했는지 지난 4년 동안 대한민국 사람들은 뼈저리게 깨달았다. 사람을 잘못 임명하고 정책을 잘못 사용해 시민들에게 어떤 해가 오는지 정리를 해서 올해 대선과 내년 총선에 정당이나 정치인이 제대로 된 정책을 제시할 수 있도록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김태동 "외환위기와 신용카드 위기 등 지난 10년 간 경제 위기를 두 번 겪고 세 번째 위기가 닥쳤다. 이 위기가 현실화하기 전에 막아야 한다. 그래야 당장 고생하는 무주택자들이 덜 고생을 한다. 앞으로 5년, 10년 우리가 투기란 망국에서 벗어나려면 이번 대선에서 대통령을 잘 뽑아야 한다."

- 두 분 모두 너무 비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보는 것 같다. 준비된 정당이나 대통령감은 없는가.
김태동 "기업이 팔 상품이 있어야 돌아가듯이 정당도 팔 정책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 정당에는 팔 정책이 없다. 여권도 특정인을 반대하느냐, 찬성하느냐는 식으로 이합집산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이라도 유권자가 원하는 경제정책 중 부동산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이든 어디든 서울시가 실천하고 있는 것을 적극적으로 가져가야 한다.

특별한 인물이 없다고 하지만 이 때가 바로 정당의 정책이 기업의 상품과 같은 것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는 기회다. 한나라당은 지금 지지율이 높다보니까 부동산 정책은 거들떠보지도 않지만, 여론의 지지가 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헌동 "누차 강조했지만 한나라당은 투기 방조당이다. 한나라당은 어떻게 하면 투기를 잘하는지에 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30~40년 개발 원조세력이 모인 투기원조당이기 때문이다. 지지세력 역시 투기세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무현 정부가 집권 기간 중에 유일하게 내세울 수 있는 종부세 정책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은 이를 입법 때부터 반대했다. 당시는 도입을 반대하고 이제는 도입된 것을 후퇴하겠다고 한다.

문제는 최근의 움직임이다. 한나라당의 문제가 아니고 이젠 재경부가 나서서 다주택자는 임대사업 등록을 하면 종부세를 면제해주겠다고 한다. 정부가 만들어놓은 정책을 스스로 후퇴하다 보니까 대권 후보들도 종부세를 후퇴하겠다고 한다."

"경부운하·열차페리 공약, 개발세력에 주는 선물"

▲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최근 정치권에서는 한반도 대운하를 놓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경제적 혹은 부동산의 관점에서 평가한다면.
김태동 "이명박씨는 과거 국회의원이나 서울시장 때의 말과 행동을 보면 개발세력과 거리가 멀지 않다. 그래서 그가 대운하를 짓겠다고 하는 것도 걱정을 더하게 만든다.

나도 청와대에서 일할 때 모 대학교 총장을 지낸 사람을 포함한 여러 사람들로부터 1998년에 대운하에 대한 사업계획서를 접한 적이 있다. 그러나 대운하를 공사하면서 건설관련 수요를 단기간 늘린다는 것 생산기여효과가 거의 없는 비효율적인 사업이라 판단해 무시했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이며 이미 한강과 낙동강도 물류의 기능을 상실했다. 부산 신항과 광양항 등 항만의 과잉투자도 심각한 현실인데, 대운하가 국민경제에 무슨 기여를 하겠는가."

김헌동 "이명박씨가 서울시장 재임 시절 추진한 청계천과 또 과거 경부고속도로 건설 등을 언론이 높이 평가해서 시민들이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다. 결국 이들은 대선에서 또 개발공약을 내세워 표를 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언론과 방송은 이미 여기저기서 검증된 고비용 저효율 구조의 개발사업의 문제점에 대해 제대로 보도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정당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김태동 "이명박씨는 서울시장으로 일할 때 언행으로 보면 대통령이 되었을 때 부동산 거품을 더 키우고 결국에는 경제를 위기에 빠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일본이 전국에 개발사업을 벌이다가 거품을 키우고 나라를 결단냈는데, 그런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 현재 거론되고 있는 대선 예비주자 가운데 가장 합리적인 부동산 문제 해법을 제시하는 후보는 누구인가.
김헌동 "지난 1년 사이 정치인 60% 이상을 만났다. 아까도 잠시 언급을 했지만 우선 정당에 정책이 없더라. 대한민국 정당은 정책이 없다. 한나라당 각 후보를 보더라도 정책이 다 다르다. 이런 당의 특징은 선거 때 개발공약을 남발하는 것이다. 이명박은 경부운하, 박근혜는 열차페리다. 이처럼 개발세력들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이를 유권자들이 알아야 한다.

말로는 민생안정, 양극화 해소를 얘기하지만 이를 해소할 구체적 안이 없다. 그래서 집권하고 대통령이 되면 관료에게만 의존한다. 평소에 준비를 안한 사람이, 그런 정치집단이 집권을 하니까 내놓을 게 없다."

김태동 "열린우리당 대선 예비주자 가운데 몇몇이 (나한테) 자문을 구하지만 이는 관심만 갖는 정도다. 설명을 해도 이를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이게 정치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 득표와 어떤 상관성을 지닌 정치적 가치인지 이해조차 못한다. 그나마 홍준표 의원이 여기에 대한 이해가 가장 빠른데, 홍 의원이 주장하는 반값아파트 역시 진정한 반값은 아니다. 정당이 결국 머리가 없다."

김헌동 "4년간 각 당을 돌아본 결과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이나 정책이 없더라. 그 당의 정책이라는 것은 당 구성원의 80~90%가 동의하는 주장을 펴는 정책이지 서로 다른 정책을 하는 것은 정책이 아니다. 한나라당은 반값 아파트를 당론으로 정했지만 아직까지 법안을 정하지 않았다. 진짜 반값을 만들 의지가 없는 공약이다. 이를 가지고 대통령 된다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행위다. 진정성이 없다. 자기 당 소속 자치단체장이 모범을 보여주는데도 이를 모른채 한다."

"올해 하반기, 경제민주화를 위한 시민 혁명이 필요하다"

- 대통령 선거가 2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유권자들에게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한 마디를 한다면.
김헌동 "4년간 아파트값거품빼기 운동을 하면서 확인한 것은 우리 사회 상위 5%가 토지나 부동산의 85%를 소유하고, 이를 소유한 자들이 토지와 주택을 통해 돈을 벌어왔고 자산을 3000조원 늘렸다는 것이다. 이 돈으로 다시 권력을 장악하고 그래서 대다수의 시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번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우리 주권자가 제대로 된 정당과 정치인을 선택하지 안는다면 또 다시 5년, 10년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올해 하반기 반드시 경제민주화운동을 이끌 시민혁명이 일어나야 한다."

김태동 "참여정부 하에서 크게 3번 투기세력과 중산, 서민층의 싸움이 있었다. 2003년 10·29, 2005년 8·31, 올해 초 주택법 개정이 그렇다. 이는 곧 정부가 항상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러나 내용으로 보면 부동산값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이 뛰고 거품이 더 커졌다. 양극화 심각해졌다는 것이다. 이는 분명 가진 자와 못가진 자 사이의 내란이다. 못가진 자는 생활이 바빠서 한숨만 쉬면서도 스스로 얼마나 피해를 입고 있는지도 모른다. 할 일이 뭔지도 모른다.

왜 5~10%가 대선을 좌지우지하고 총선을 좌지우지해야 하나? 민주주의가 좋은 게 뭔가. 시장경제와 민주주의가 같이 발전을 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1억원이 1표가 아니라 1명이 1표를 갖는 것이다. 이게 행사되는 진정한 민주주의가 이번 선거에서 이뤄져야 한다. 1인1표가 제대로 안 되고 개발공약에 현혹된다면 선거가 우리 사회의 암을 키우는 역할을 할 것이다."

▲ '문제는 부동산이야, 이 바보들아'를 펴낸 김태동 교수(왼쪽)와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
ⓒ 오마이뉴스 안홍기

태그:#김태동, #김헌동, #부동산, #대선, #대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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