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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MD 시스템.
미국 MD 시스템. ⓒ Reuters
미중관계에 영향을 끼치는 변수들은 많지만, 가장 큰 변수는 역시 초강대국 미국의 대중 전략이다. 미국이 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자국 주도의 세계체제를 유지·강화하는 데 필요한 '동반자'로 볼 것인가, 아니면 미국이 주도하는 단극체제의 변화를 꾀하는 '경쟁자'로 볼 것인가라는 문제는 미국의 대중 전략을 규정할 핵심 변수일 뿐만 아니라, 중국의 대응 전략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21세기 대중전략의 근본 전제는 "중국의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인식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응 전략은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봉쇄(containment)와 포용(engagement)의 합성어인 '컨게이지먼트(congagement)'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이후 미국의 전략은 중국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양면 전략'(hedging strategy), 중국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강대국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이익상관자'(stakeholder), 그리고 중국이 군사적으로 미국과 대등해지려는 것을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는 '단념시키기 전략'(dissuasion strategy)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대중 전략의 다양한 표현들은 한편으로는 중국의 부상에 대한 미국 내부의 혼란을 반영하는 것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의 앞날에 대한 불확실성을 근거로 최소한 중국의 부상에 대비한 군사적 능력은 확보해야 한다는 군사패권주의의 관철이기도 하다. 미국이 말로는 중국과의 우호협력관계를 강조하면서도 중국에 대한 군사적 포위 및 봉쇄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기류를 잘 반영하고 있다.

"포용정책, 호랑이 새끼 끼우는 꼴"

미국의 대중전략은 공화당의 대표적인 안보통인 잘메이 칼리자드(Zalmay Khalilzad)가 1999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제안한 '컨게이지먼트'라는 개념과, 이를 정책화한 부시 행정부의 '양면 전략'에서 잘 나타난다.

우선 컨게이지먼트는 포용정책에 대한 비판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칼리자드는 아버지 부시 행정부와 클린턴 행정부의 대중 전략을 '포용'으로 규정하면서, 포용정책이 중국과의 협력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중국이 적대적이고 미국의 이익에 도전하는 국가가 될 경우에 대비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포용정책은 중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강해지는 것을 돕기 때문에 '호랑이 새끼를 키우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반면 '예방+봉쇄 전략'에는 미중관계가 협력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위축시키고 확실하지 않은 중국의 적대국화를 확실하게 만들 수 있는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의 속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칼리자드는 포용전략과 '예방+봉쇄 전략'의 단점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결합할 수 있는 컨게이지먼트 전략이 21세기 미국의 대중 전략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칼리자드가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 제시한 구체적인 정책은 세 가지다. 첫째는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은 피하고, 둘째 미국의 동맹 및 우방국을 상대로 중국의 군사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 협력을 제한하며, 셋째 미국 및 동아시아의 동맹·우방국의 능력을 강화해 중국의 도발을 억제하고 억제가 실패할 경우 중국을 제압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후술하겠지만, 부시 행정부는 이러한 세 가지 주문을 거의 그대로 이행해왔다.

이처럼 '컨게이지먼트'가 부시 행정부의 대중전략의 핵심 개념이 되고 있음에도, 미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컨게이지먼트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대신 양면 전략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미중 고위급 대화의 미국 측 수석대표를 맡았던 로버트 졸릭 국무부 부장관은 2005년 9월 21일 미중관계위원회 연설에서 "미국과 세계의 처지에서 핵심적인 질문은 중국이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할 것인가에 있다"며, 이에 대한 불확실성은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중국과의 관계에 양면 전략으로 임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 국방부도 2006년 <4개년국방정책 검토보고서>(QDR)에서 중국을 잠재적 적국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국가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양면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의 대중 전략의 무게중심이 '양면 전략'에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한 것이다

개념적으로나 정책적으로 컨게이지먼트에 뿌리를 두고 있는 양면 전략은 "한편으로는 포용과 통합 기제를 강조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아시아 국가들과의 안보 협력과 국방력을 강화해 현실주의적 균형 정책에 주안점을 두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이 이러한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은 네 가지 가정에 기초하고 있다. 첫째는 현재의 중국은 미국 주도로 만들어진 국제체제에서 지분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현상 변경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이다. 둘째는 그럼에도 중국은 미국의 대만 정책을 비롯해 단극 질서에 불만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중국에 대한 봉쇄 일변도의 정책은 중국을 적대 국가로 만들 위험이 있다는 것이고, 넷째는 이러한 맥락에서 중국에 대한 양면 전략은 미국의 이익과 목표에 가장 부합하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PAC-2 미사일 발사대와 이륙을 준비하는 A-10기. 미국은 지금도 우주의 군사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PAC-2 미사일 발사대와 이륙을 준비하는 A-10기. 미국은 지금도 우주의 군사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중국이여, 단념하라"

미국의 양면 전략 가운데 경제 분야에서는 '포용' 쪽에 무게 중심이 있다면, 군사 분야에서는 단연 '봉쇄' 쪽에 무게 중심이 있다. 9․11 테러 사건 이후 미중 관계가 "전례 없이 좋다"는 양국 정부의 정치적 수사의 이면에서 군비경쟁이 격화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기류를 잘 보여준다.

미국 전략가들의 대중 군사 전략은 이른바 '단념시키기 전략'에 잘 투영되어 있다. 이 전략은 한마디로 중국으로 하여금 미국과 대등해지려고 하거나 미국의 핵심적인 이익에 도전하는 것을 단념시키겠다는 것으로, 부시 행정부는 이를 위한 핵심적인 수단으로 압도적인 군사력의 확보와 동맹관계의 재편을 삼아왔다.

2001년 QDR에서는 중국을 직접 거명하지 않았지만, "미국의 목표가 잘 설정된 전략과 정책은 다른 국가들로 하여금 미래의 군사 경쟁을 추구할 것을 단념시킬 수 있다"는 목표를 제시했고, 2002년 <국가안보전략 보고서>(NSS)에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의 군사력은 잠재적인 적들이 미국의 힘을 능가하거나 대등해지려는 희망으로 추구하는 군사력 증강을 좌절시킬 정도로 충분한 힘을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2006년 QDR과 NSS에서는 중국을 직접 거론하면서 중국에 대한 경계심과 대응책을 한 수준 높였다.

2006년 QDR에서는 미국의 패권적 지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략적 기로에 선 국가들(Countries at Strategic Crossroads)"로 인도, 러시아, 중국 세 나라를 들면서 인도를 "핵심적인 전략적 동반자"로, 러시아를 "건설적 동반자"로 규정했다. 이에 반해 중국에 대해서는 "부상하는 강대국들 가운데, 중국은 미국과 군사적으로 경쟁하고 미국의 우위를 상쇄할 수 있는 파괴적인 군사 기술을 이용할 수 있는 가장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2006년 NSS에서도 "우리는 중국이 자신의 국민을 위해 전략적으로 올바른 선택을 하기 바라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밝혀 중국에 대한 경계심을 숨기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방부는 비공식 조사를 통해 '단념시키기 전략'의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했다. 주요 내용은 ▲중국인민해방군의 현대화 및 타이완 장악 억제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MD) 배치에 경쟁하려는 중국의 동기와 전략적, 외교적 대응 무마 ▲중국이 유라시아 대륙에서 핵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것을 차단 ▲중국 공산당 지배체제의 종식 등이다.

이러한 하위 목표들의 정점에는 중국이 미국과 주요한 군사 경쟁을 벌이고자 하는 동기를 아예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한 핵심적인 수단은 압도적인 군사력의 우위이고, 이를 통해 중국이 미국과 대등해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대등해지려는 노력이 중국에게 막대한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중국 지도부에 주지시킴으로써 미국 주도의 단극 체제를 공고화하려는 것이다. 냉전시대 군비경쟁을 통해 소련을 몰락시켰다는 자만심이 투영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해 3월 2일 인도를 방문,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고 전략적 파트너십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해 3월 2일 인도를 방문,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고 전략적 파트너십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 ⓒ 백악관 홈페이지

중국 봉쇄를 향하여

실제로 부시 행정부는 중국과의 우호협력관계 추구라는 정치적 수사의 이면에서 중국을 포위·봉쇄하려는 구상을 구체화해왔다. 먼저 미국은 이를 위해 미-일, 한-미, 미-호주 동맹 및 인도와의 동반자 관계 구축 등 아시아 국가들과의 양자 관계 강화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동쪽에서는 일본을, 서쪽에서는 인도를 파트너로 삼아 중국을 압박해 들어가고 있다.

주시하다시피 부시 행정부는 "일본을 아시아의 영국으로 만들겠다"는 목표 하에 미일 동맹을 미영 동맹 수준으로 강화하려 해왔고, 이러한 부시의 구상은 '강한 일본'과 미일동맹 강화를 추구하는 고이즈미 및 아베 정권과 찰떡궁합을 이루면서 가속도가 붙었다. 특히 미일 양국은 2005년 2월 19일 외교-국방 '2+2' 전략대화에서 양국의 공동의 전략적 목표에 "대화를 통한 대만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중국 군사 문제의 투명성 제고"를 포함시켜, 미일동맹 재편이 중국을 겨냥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미국이 인도를 "핵심적인 전략적 동반자"로 규정하면서 인도와의 관계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부시 행정부는 "인도가 세계의 주요 강대국이 되는 것을 도울 것"이라고 공언하면서 인도와의 군사 훈련을 강화하는 한편, 인도의 군사력 증강을 적극 후원하고 있다. 일례로 부시 행정부는 이스라엘이 중국에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를 판매하려는 것은 불허한 반면, 인도에 판매하는 것은 승인했다.

또한 최첨단 전투기 및 방공 미사일, 그리고 지휘통제 관련 장비를 인도에 판매하는 한편, 2005년 6월 말에는 인도와 상호 방위조약을 체결해 양국 관계를 군사동맹 수준으로 격상시켰다. 또한 2005년 7월 중순에는 인도와 원자력 협정을 체결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은 인도가 중국과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것을 차단하는 한편, 중국의 대항마를 키우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미국은 냉전 해체 이후 소원해졌던 동남아 국가들과의 군사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한편, 중앙아시아에 새로운 미군기지 건설을 추구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동남아 국가들과의 군사 협력 관계를 복원하고, 중앙아시아의 여러 국가들에 미군을 주둔시키는 등 중국에 대한 포위망 형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셋째, 중국에 대해 압도적인 군사력 우위를 공고화하기 위해 군비증강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폭적인 전력 강화를 추구하고 있다. 9․11 테러 이후 '국가안보 지상주의'를 틈타 국방비를 대폭 증액한 부시 행정부는 MD 구축, F-22와 F-35 등 차세대 전투기 개발·생산, 핵전력 현대화, 무인 장거리 폭격기 등 새로운 무기 체계 개발과 생산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공군력과 해군력을 대폭 증강하고 있다.

이러한 전력증강 가운데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역시 MD다. 미국 내 강경파들은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공격 능력을 갖춘 미국이 상대방의 보복 공격을 무력화할 수 있는 MD까지 갖춘다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군사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MD 구축에 사활을 걸어왔다.

실제로 MD는 미중 간의 군사력 균형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이 한국, 일본,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동맹국들과 MD를 구축하면 유사시 대만을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이 획기적으로 배가될 수 있고, 미국 본토를 방어할 수 있는 MD를 갖추면 양안분쟁 시 중국의 보복 능력을 약화시켜 미국의 개입이 훨씬 용이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21세기 자신의 안보를 가장 위협하는 요소로 MD를 뽑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미중 관계#MD#컨게이지먼트#양면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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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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