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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를 홍보하는 한 차관의 모습이다.
ⓒ 김대오
중국인들은 차를 즐겨 마신다. 중국의 물이 안 좋아서 라고도 하고,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어서라고도 한다. 사상적으로 풍류의 멋과 여유를 즐기던 도가의 영향이라고도 하고 또, 끊임없이 범람하는 황하의 자연재해 속에서 체념과 달관이 생활 속에서 차 문화로 굳어졌다고도 한다.

또 차의 근원을 둘러싸고도 복희씨대부터 마셨다는 설도 있고 또, 제갈공명이 피부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차나무를 사용했다는 설도 있다. 어쨌든 중국인들은 차를 즐겨 마시고, 중국 어딜 가나 차는 제일 먼저 손님을 맞이한다.

중국의 항저우(杭州)를 여행할 때 한 가이드는 '차(茶)' 라는 한자 속에는 풀 초의 열 십(十)자 두 개(20)와 그 아래의 팔십(80) 그리고, 마지막 두 획인 팔(8)을 더하면 '108'이 되는데 차 속에 인생의 모든 희로애락과 108번뇌가 모두 담겨있기 때문이며 또, 차를 꾸준히 마시면 108세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소개했었다.

흙의 기운과 새벽녘 이슬의 기운 또, 한낮의 태양과 볶을 때의 불의 기운, 여기에 정성과 시간의 숙성을 거친 찻잎은 분명 단순한 풀잎 이전에 우리에게 삶의 여유와 사색의 공간을 제공해 주고 있음이 분명하다.

중국을 'China'라고 부르는 것은 진(秦)나라가 아라비아에 알려지면서 '친(Chin)'이라고 불렸으며, 뒤에 영역(area)의 약자인 'a'가 붙어서 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보편적인 학설이지만, 혹자는 중국의 차가 너무 유명하여 '차(Cha'’에서 유래했을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한다.

아무튼 중국의 차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며 어딜 가나 차를 마실 수 있는 뜨거운 물이 준비되어 있을 정도로 차 문화는 중국인들의 삶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황제에게 바친 푸얼차 '만수융단'의 가격은?

▲ 차반에 앉아 푸얼차를 마시는 일은 바쁜 삶의 여유와 멋을 갖게 한다.
ⓒ 김대오
중국차의 종류는 그야말로 다양한데 최근 크게 각광받고 있는 것이 바로 푸얼차(普洱茶 보이차)이다. 중국 내에서 푸얼차는 1986년과 1989년 위난성의 우수상품으로 선정되었다. 그 후 유명세를 타더니 혈관 속의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분해하고, 몸 안의 찌꺼기를 씻어내며 위의 운동을 도와 소화를 촉진시켜 심근경색과 중풍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다이어트에도 좋은 차로 알려지면서 그 인기가 날로 높아져 가고 있다.

윈난(雲南)성 스마오(思茅) 시에서는 1999년 4월 8일부터 10일까지 '푸얼차의 날' 행사를 개최해오고 있는데, 올해 제 8회 대회를 맞이하면서는 도시이름을 아예 '푸얼'시로 바꾸고 더욱 다채로운 행사를 거행했다.

특히 올해는 150년 전 광서제에게 진상품으로 바쳐져 고궁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던 2급 국가유물, '만수용단(萬壽龍團)' 이란 이름의 푸얼차가 전국순회를 마치고 푸얼시에 도착했는데 그 감정가격은 무려 우리 돈 약 1억원이나 된다.

또한 최근 루쉰(魯迅)이 소장했다는 푸얼차 3g이 경매에서 우리 돈 180만원에, 2002년에는 20g이 약 2000만원에 팔려나기도 했다.

공급은 일정한데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다보니 푸얼차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 일부 상인들의 사재기까지 더해져 가격상승을 부추기고 있으니 푸얼차의 몸값이 속된 말로 장난 아니게 오르고 있다. 윈난성의 기후조건이 좋지 못해 생산량이 감소한 올해만 벌써 50-100%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시장원리에 의해 자연스러운 가격상승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왠지 과장된 효능과 상업적 광고효과에 푸얼차 몸값 부풀리기도 적지 않다. 중국인들의 지나친 상술과 욕심이 푸얼차를 검은 악취로 물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운 생각도 든다.

기승부리는 가짜 푸얼차

'엄마 빼고 다 가짜'라는 중국에서 10년산, 20년산 상인들의 말만 믿고 거액을 주고 선뜻 구입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실제로 푸얼차 인기에 편승하여 자연스럽게 발효되지 않고 증기를 이용한 급조된 푸얼차도 적지 않게 유통되고 있다고 한다.

'술은 오래 된 것을 좋은 것으로 치고 차는 새 것을 최고로 여긴다(燒酒以舊爲佳, 茶葉以新爲妙)'는 말이 있는데 푸얼차 만큼은 오래될수록 좋은 것으로 삼는다. 세상에 오래될수록 좋은 것이 얼마나 있을까.

지푸라기 냄새나는 푸얼차의 부드러움과 은은함이 세상 사람들에게 겸허함과 담백한 맛과 멋을 전해주는 것은 좋은 일이나 중국인들의 지나친 상술이 푸얼차를 사이에 두고 또 한 번 기승을 부리는 듯하여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국정브리핑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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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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