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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주말드라마 <하얀거탑> 안판석 PD가 9일 오후 경기도 이천 촬영장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모니터를 통해 지켜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영화 <국경의 남쪽>을 만들고 돌아온 안판석 PD가 새로 빼든 드라마는 한 마디로 '병원의 안쪽'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하얀거탑>은 "병원에서 정치하는 드라마"다. 그가 지금껏 만든 드라마 <아줌마> <장미와 콩나물>과 약간 결이 다르다.

"한 4시간 정도 잔다. 다섯 달을. 그걸 하루도 안 빼먹고 반복을 해야 완성이 된다. 드라마 시리즈 하나가. 1년을 준비해도 그렇다."

지난 9일, 경기도 이천의 <하얀거탑>촬영장에서 만난 안판석 PD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촬영은 숨 가쁘게 돌아갔다. 오전 7시에 시작한 촬영은 평균, 새벽 1시30분에 끝난다. 그때 끝나면 근처 여관에서 자고 나와 다시 촬영한다고 했다.

"다른 일, 반은 작파해야 가능하지.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건강도 챙기고 뭐도 하고, 한꺼번에 다 하는 건 안 되는 일이다. 그래서 이 일이 어렵다. 좋아서 하니까 하는 일이지. 밥벌이나 그래선 할 수가 없다. 되도 않는 일이다."

"컷"소리와 함께 담배를 빼무는 안판석 PD가 말했다. 그 옆엔 사람 머리통만한 커다란 깡통이 재떨이로 따라다녔다.

"좋은 이야기라는 덴 자신 있다"

- 드라마가 2회 나갔다. 시청률(지난 주말 평균시청률 11.4%, TNS미디어 집계)이 생각만큼 안 나왔는데?
"그렇다고 해도, 갑자기 드라마 방향을 선회해 젊은층을 겨냥해서 뭘 트렌디하게 바꾸든지, 멜로 취향을 좋아하는 관객을 생각해서 연애라인을 보강하던지, 이럴 생각은 전혀 없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될 드라마가 아니다. 원작소설이 있기 때문에 헛갈릴 이유도 없다. 원래 가졌던 생각 그대로 한 발 한 발 가겠다."

- <하얀거탑>엔 우리가 보통 흥행코드라고 하는 게, 아무것도 안 들어있다. 그래도 된다고 봤나?
"반반이었다. 어떤 형태로든 스토리를 접한 사람들은 된다고 봤고, 또 멜로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던 사람은 반대를 표했다."

- 그래도 자신 있었나보다?
"시청률? 사실 (자신이)별로 없었다. 그건 모를 일이라 생각했다. 좋은 이야기가 되냐 마냐 할 때, 그땐 자신 있다. 좋은 이야기인 게 뻔하니까. 그리고 그걸 일본에서도 참 잘 만들었다. 진정성을 바탕으로. 진짜 잘 만들었다. 이 이야기는 방향성을 잃지 않고 뚜벅뚜벅 가면 잘 된다란 어떤 전범을 보여줬다."

- 간만에 제대로 연기하는 배우들이 포진한 드라마란 이야기가 들린다.
"연기 지도할 것도 없다. 그냥 나는 찍기만 할 뿐이다. 내가 배워야지 연기를. 다 잘 하시니까."

- 김창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캐릭터다. 잡지에 나온 다른 얼굴을 보고 캐스팅 했다던데?
"그거 보고 촉발했는데, 기본적으로 연기력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사실 과감할 것도 없다. 잘하리라 너무나 확신하고 있어서."

꽃미남이면 암만 해도 인간의 누추한 면모 안 드러나

▲ MBC주말드라마 <하얀거탑> 안판석 PD가 9일 오후 경기도 이천 촬영장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모니터를 통해 지켜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장준혁을 맡은 김명민씨는 어떤가?
"주인공급 많은 배우가, 사실은 인간의 어떤 복합성을 표현하기가 참 어려운 외모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나치게 꽃미남이면, 아무리 어떤 인간의 누추한 면모를 드러내려 노력을 해도, 안 드러나는 배우도 많다.

또 어떤 배우는, 로맨틱한 어떤 연기를 펴보겠다고 해도, 외모가 가진 한계가 있어서 암만 예쁜 옷을 입고 뭘 해도 로맨스가 표현 안 되는 경우도 있고. 그런 면에서 김명민씨는 인간이 가진 복합성을 표현하기에 좋은 도구를 갖고 있다. 얼굴도 그렇고 몸도 그렇고.

더구나 평소 김명민씨가 인간의 복합성에 대한 깊이 있는 명상 같은 걸 하지 않나 싶다. 장준혁이 이렇다고도 할 수 없고 저렇다고도 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성격을 가진 인물인데, 그런 걸 잘 표현하고 있는 거 같다. 집중력도 뛰어나고."

- 일본에서 만든 드라마 <하얀거탑>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 차별성은?
"차별에 대한 부담감은 전혀 없다. 왜냐면, 똑같은 이야길 다른 사람들이 모여 하면 달라진다. 그게 드라마의 깊이고 연극의 깊이고 영화의 깊이고 크게 나아가면 소설의 깊이고 이야기의 깊이다. 이 이야기의 깊이는 깊고도 넓어서, 똑같은 이야기가 절대 나올 수가 없다. 그건 인류가 이때까지 지녀온 이야기의 넓이와 깊이를 폄하하고 무시하는, 그걸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말이다. 달라지게 돼있다. 나사 하나만 바꿔도 달라지게 돼있다.

차별화 이야기는 할 필요도 없고 있을 수도 없다. 그저 난 나대로 만들면 되니까. 그게 이 드라마, 이야기의 힘이다. 또 하나는, 난 소설을 사서 하는 거다.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하는 거다. 드라마 리메이크가 아니고.

일본 드라마를 보니까, '아, 저건 드라마만의 독특한 크리에이티브다'하고 발견되는 지점들이 있다. 소설엔 있는 게 아니고. 그런 것들은 절대로 피해간다.

그래서 대본이 나오면 검토하는 사람이 있다. 원작 소설을 다 붙여놓고, 페이지마다 그걸 분석한다. 우리 대본을 놓고 일본 드라마를 봐가면서 대조해 그걸 잡아낸다. 토시라도 하나 있으면 빼버리려고. 그걸 계속 하기 때문에 절대로 같을 수가 없다."

나대로 만든, 병원에서 정치하는 이야기

ⓒ iMBC
- 이 드라마가 "병원에서 정치하는 이야기다"라고 했더라. 그야말로 의사들이 권력관계를 놓고 치열하게 싸우는 이야기다. 의사들이 보면 참 껄끄러운 내용일 텐데. 의사들이 뭐라 하진 않나?
"여러 의사분들을 만났는데, 운이 좋아 열려있는 의사들을 만나서 그런지 모르지만. 대부분은 이 소설을 알고 있고, 좋아하더라. 이런 드라마를 만들어준다고."

- 시청자들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드라마는 <하얀거탑>이란 야마자키 도요코의 소설을 사서 드라마로 극화한 것이다. 일본 드라마 판권을 사서 그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게 아니다."

- 일본 드라마는 잊어라?
"'드라마는 잊어라'고 얘기하고 싶지만, 나도 그 드라마를 본 사람으로 드라마를 잊으라 주문할 순 없다. 워낙 명작이다. 그건 그대로 간직하고, 이건 이대로 봐 달라."

- 안판석표 새로운 <하얀거탑>이 나오는 건가?
"그건 아니고, 나 같은 놈이 추앙하는 그런 것들을, 나 나름대로 열심히 만들고 있으니까. 그냥 좋게 봐 달라. 이 드라마는 좋은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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