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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거탑>의 두 주연배우 최도영(이선균 분, 왼쪽)과 장준혁(김명민 분).
ⓒ MBC
야마자키 도요코의 원작 소설 <하얀거탑>이 한국판 드라마로 재탄생했다. <하얀거탑>은 의사들의 권력다툼이 난무하는 비열한 인간군상을 그린 작품이다. 일본은 지난 1978년 후지TV가 첫 드라마화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2003년에는 후지TV 개국 45주년 기념 <백색의 거탑(=하얀거탑)>으로 재탄생됐다.

2007년 한국판 <하얀거탑>(MBC)은 지난 2003년 일본판 <하얀거탑>과 함께 최근의 리메이크작이라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보인다. 한국판 주연배우들은 일본판 캐릭터들과 외모 및 분위기 면에서 닮은 구석이 있다. 그러나 같은 원작 소설을 기초로 한 한일 양국 드라마라 할지라도 미세한 차이가 있다. 등장인물의 버릇 등이 다르고 스토리 전개에서는 생략과 시간 배열이 다르다.

①이야기 구조

@BRI@ 이야기 전개 속도=한국판은 20부작으로 21부작의 일본판보다 이야기 전개속도가 빠르다. 최도영(이선균) 명인대 소화기 내과 조교수가 이주완(이정길) 외과 교수의 딸 이윤진(송선미)을 만난 시점은 '2부 중반'이다. 대면하게 된 계기는 이윤진의 배탈 때문.

일본판에서 사토미 슈지(에구치 요스케) 국립나니와대학 내과 조교수가 아즈마 테이조(이시자카 코지) 외과 교수의 딸 아즈마 사에코(야다 아키코)를 만난 건 '3부 중반'이다. 대면계기는 아즈마 사에코와 사토미 미치요(슈지 아내/ 미즈노 마키)의 인연을 통해서다.

비공개 수술 드러나는 과정=한국판 2부에서 장준혁(김명민) 외과 부교수는 '동기 동창' 최도영(이선균) 내과 조교수와 함께 우용길(김창완) 의대 진료 부원장 몰래 조기 췌장암 환자를 수술했다. 수술 후 장준혁은 우용길 부원장에게 이 사실을 밝힌다. 장준혁은 최도영을 거론하며 한 발 뺀 상태에서 변명으로 일관했다.

일본판 2부에서 자이젠 고로(카라시와 키요시) 외과 조교수도 '동기 동창' 사토미 슈지 내과 조교수와 함께 우카이 료이치(이부 마사토) 내과 교수 몰래 조기 암 환자를 수술했다. 하지만 자이젠 고로는 우카이 료이치 교수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우카이 료이치 내과 교수가 이 사실을 알게 된 건 조기 암 환자의 남편이 수술 성공 감사표시로 보내준 떡 때문이다. 우카이 료이치는 담당한 환자가 암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자신의 오진'으로 남게 되자, 비공개 수술을 감행한 자이젠 고로와 사토미 슈지에게 앙심을 품는다.

또 자이젠 고로의 동기 동창, 사토미 슈지는 아즈마 테이조(이시자카 코지) 외과 교수로부터 비공개 수술에 대해서 추궁을 당한다. 사토미 슈지는 특유의 청렴결백한 성품 때문에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밝힌다. "자이젠 고로가 한 수술은 훌륭했다. 오히려 공개적으로 하고 싶었다"는 게 주장의 요지다. 한국판과 달리 곤란해진 것은 자이젠 고로다.

무릎 꿇는 장소=한국판 2부에서 장준혁은 우용길 부원장의 권력에 빌붙기 위해서 수천만 원 상당의 바보 산수화를 선물한다. 전달은 아내를 통해서다. 앞서 장준혁의 아내 민수정(임성언)은 우용길 부원장의 귀부인이 바보 산수화를 좋아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장준혁에게 알려줬다.

하지만 우용길 부원장은 장준혁보다 한수 위였다. 우용길은 '2부 종반', 장준혁을 자신의 업무 공간으로 불러들여 '뇌물 혐의' 운운하며 천재 의사의 싹을 자르려고 한다. 파멸 직전으로 몰린 장준혁은 우용길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한다.

일본판에서도 자이젠 고로가 아내 자이젠 쿄코(와카무라 마유미)와 함께 우카이 료이치 내과 교수의 집에 그림을 선물했다. 우카이 료이치는 '3부 초반'에서 자이젠 고로를 자신의 업무 공간이 아닌, '단골 클럽'에서 부른다. 우카이 료이치는 자이젠을 향해 "그림은 받을 수 없다"고 못 박는다. 자이젠 고로는 엎드려 사죄하지만 우카이 료이치는 무시하고 지나친다.

한국판은 2부 종반 장준혁이 우용길의 사무 공간에서 권력 앞에 무릎을 꿇었고 일본판은 3부 초반 자이젠 고로가 불특정 다수에 노출된 클럽에서 권력 앞에 무릎을 꿇었다.

②등장인물의 차이

주역 배우의 극중 버릇=한국판 하얀거탑 주인공 장준혁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일본판 하얀거탑 주인공 자이젠 고로는 극중 스트레스가 쌓일 때마다 담배를 입에 문다. 두 주역배우의 극중 버릇이 다르다.

연륜 대 젊음=일본판 자이젠 고로 동기 동창 사토미 슈지 역을 맡은 에구치 요스케는 1967년생 답게 연륜이 묻어난다. 에구치는 아베 히로시와 함께 주연한 드라마 <도망자>(2004년 TBS 작)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연기를 펼쳐보였다. 선한 눈매 때문인지 늘 바보같이 당하는 수세적인 연기를 한다.

반면 한국판 장준혁 동기 동창 최도영(이선균)은 에구치 요스케와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1975년생의 상대적 젊음 때문인지 몰라도 가벼운 이미지다. 눈매는 여리지 않고 선명하다. 다부지고 옹골찬 눈빛이다. 물론 <하얀거탑>은 초반에서 중반, 후반으로 갈수록 복선과 반전의 연속 등 치밀한 스토리가 전개되기 때문에 지켜봐야 할 듯하다. 에구치 이상으로 연기에 몰입할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악역 배우의 이미지=일본판 자이젠 고로의 장인 자이젠 마타이치(니시다 토시유키)는 산부인과 원장이다. 한국판 장준혁의 장인 민충식은 정형외과의원 원장이다. 직업이 다르다.

한편 일본판에서 우카이 료이치 내과 교수 역을 맡은 이부 마사토는 악역이 어울리는 인물이었다. 아마미 유키 주연의 <톱캐스터>(2006 후지TV) 드라마에서도 민영방송국 산하 CNB 그룹 오너로 등장하면서 권력가의 속내를 잘 표현해냈다.

한국판 우용길 의대 진료 부원장 역은 선한 이미지의 김창완이 책임졌다. 사실 이부 마사토 만큼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러나 김창완은 1·2편을 통해서 이런 불안을 불식시켰다. 선한 이웃집 아저씨가 비열한 인간으로 변신했다.

불후의 명작 <하얀거탑>, 서열문화가 발달한(?) 한국사회에서 일본판 <하얀거탑>을 리메이크했다는 사실만으로 획기적인 일이다. 의사의 성역을 건드리는 부분이 주요 골자인 작품이기 때문이다.

리메이크라고 해도 지난 2003년 대히트했던 일본판 <백색의 거탑> 진행을 따르지 않고 있다. 원작 소설을 기초로 했기 때문에 미세한 차이가 있다. 한국 설정에 맞게 각색한 부분도 작지만 큰 변화로 이어진다. 한국만의 <하얀거탑>으로 남을만한 수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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