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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문화일보>와 <조선일보> 등의 보도로 졸지에 '빨치산 추종자'로 몰린 전북 임실 관촌중 학생들의 색다른 경력이 눈길을 끌고 있다.

@BRI@이들은 2003년에 <문화>에서 뽑은 '평화인물'과 '금주의 인물'이었던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중학생들이 거리에서 '반전 배지'를 달고 반전운동에 나서는 등 모범이 되었다는 게 그 이유다.

그 당시 이런 언론 보도가 줄을 잇는 등 사회적 관심이 커지자, 전북교육청은 이 학교에 대해 2005년부터 '통일교육시범학교'로 지정하기도 했다.

이같은 사실은 <문화>가 지난해 12월 6일 <조선> 보도에 뒤이어 '전교조 교사가 학생 동원, 빨치산 추모'란 제목의 기사를 실어 해당 교사와 학생들을 비판한 것과 배치되는 일이다.

2003년 보도 "반전운동, 해맑은 미소 그대로 받아들이면 될 뿐"

<문화>는 2003년 5월 31일자 신문에서 관촌중 학생들을 '평화인물 100인' 가운데 하나로 선정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날 1면 기사에서 평화인물을 선정한 까닭에 대해 "평화 지향의 삶과 활동을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확산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6월 12일자 신문에서도 '평화인물'인 관촌중 학생들에 대해 소개하면서 "시골 학교 학생들임에도 불구하고 전쟁에 반대한다는 평화 배지 달기 운동을 전개함. 이들은 모두 학생들의 자발적인 행동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큼"이라고 추켜세웠다.

▲ <문화일보> 2003년 3월 22일자
이에 앞서 3달 전에는 이 학생들을 '금주의 인물'로 뽑은 뒤 1면에 대문짝만 하게 반전 배지를 단 학생들의 사진을 싣었다.

<문화>는 2003년 3월 22일자 보도에서 "이들의 반전운동은 해맑은 미소 그대로 받아들이면 될 뿐 다른 해석이 필요 없었다"면서 "문화일보 편집국 부장단회의는 미래의 주역인 관촌중 학생들이 전란의 시대에 띄어 올린 평화 갈구의 메시지가 이번 주 우리 사회의 가장 주요한 가치를 대변한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같은 날 보도에서 다음처럼 적기도 했다.

"일부 몰지각한 어른들은 학생들의 동심에 상처를 주고 있다. … 학교 홈페이지에는 '정부도 찬성한 전쟁을 빨갱이 학교가 반대한다', '전교조 교사의 선동에 아이들이 물들고 있다'는 비난 글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은 당당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문화> 스스로 '동심에 상처를 준 일부 몰지각한 어른' 반열에 서게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12월 6일 같은 학생들을 놓고 다음처럼 사설을 썼기 때문이다.

"현직 전교조 교사가 중학생 180여명을 '빨치산 추모제'에 데리고 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은 그 단적인 사례(전교조 소속 일부 교사의 친북 반미 교육)의 하나가 아닐 수 없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무너뜨리고 적화통일을 이루기 위해 앞장섰던 빨치산의 정신을 이어받으라고 가르칠 의도가 아니라면, 학생들을 그런 자리로 이끌지는 않았을 것이다."

<문화> 고위 간부 "사안 자체가 다른 것" 반박

▲ <문화일보> 2006년 12월 6일자
이에 대해 문제의 전교조 교사로 지목된 김형근 교사는 "<문화일보>가 같은 반전평화활동에 대해 노무현 정부 초기엔 학생들에게 상을 주더니 대선을 앞둔 이번엔 몽둥이를 들었다"면서 "시류에 편승한 보수언론의 기획된 보도 태도"라고 비판했다. 김 교사는 2003년에도 이 학교 학생들을 지도했다.

2003년 당시 '이달의 인물' 선정 책임자였던 <문화일보> 현 고위 간부는 3일 전화통화에서 "반전 배지를 만들어 단 2003년과 빨치산 추모제에 참석한 2005년의 문제는 그 사안 자체가 다른 것"이라면서 "상식적으로 판단해서 문제가 된 것이지 전교조 교사이기 때문에 문제를 삼은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덧붙이는 글 | '시민기자 기획취재단' 기자가 쓴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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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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