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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에 거주하거나 일시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생체정보 제공을 요구하는 정부 방침을 소개한 일간 <가디언>지.

"불법 이민과 테러 발생을 크게 줄일 수 있다."(토니 블레어 총리)
"개인의 사생활을 감시할뿐, 테러방지에도 별 효과가 없을 것이다."(보수당, 자유민주당)

영국 정부가 자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에게 지문과 얼굴 사진 등 생체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내무부는 지난 19일 자국을 방문하거나 거주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새로운 비자 및 신분확인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6개월 이상 체류땐 생체식별 ID카드 소지해야

이 방안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오는 2008년부터 외국인들이 자국을 방문할 경우에 지문과 얼굴 사진 등의 생체식별 정보를 담은 비자를 의무적으로 발급받도록 했다.

@BRI@영국은 이미 세계 42곳에서 이 비자를 발급하고 있고, 이를 위해 내년에는 이 장소를 15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 비자는 유럽경제지역(EEA) 국가 28개국 국민을 제외한 그 외의 모든 외국인에게 적용된다.

영국 정부는 외국인이 자국에서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부터 이 비자의 소지 여부를 확인, 이를 소지하지 않은 자는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입국 자체를 사전에 차단할 방침이다. 여기에는 방문의 목적에 상관없이 여행, 유학, 비즈니스 등 모든 경우에 적용된다.

학업, 취업 등의 목적으로 영국에 6개월 이상 체류하는 외국인에게도 새로운 신분확인시스템이 적용될 예정이다. 오는 2008년부터 외국인들은 지문과 얼굴 안면 외에도 눈의 홍채 정보 등의 생체 식별 정보를 담은 전자신분증명(ID) 카드를 의무적으로 소지해야 한다.

이 카드는 신용카드 크기로 우리나라의 주민등록증처럼 얼굴 사진과 이름 등이 기록된다. 영국 정부는 이 카드에 내장된 칩을 통해 운전면허증, 국민보험(NI) 번호, 무료병원(NHS) 번호, 은행계좌, 각종 공과금 등의 정보를 포함시켜 개인정보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정부 "불법이민-테러 방지 큰 효과"

▲ 지난 8월 10일 영국에서 테러 음모가 적발돼 보안이 강화된 후 맨체스터 공항에서 승객들이 보안 검색을 받기 위해 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 AP=연합뉴스
그러나, 이 같은 방안은 영국 내에서도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이를 통해서 불법이민 및 신분위조를 효과적으로 적발해 낼 수 있고, 나아가서는 범죄와 테러 방지에도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적극 홍보하고 있다.

토니 블레어 총리는 지난 달 6일 <데일리 텔레그라프>에 기고한 글에서 "이 시스템은 우리나라를 더욱 안전하게 하고 불법 이민을 막는 등의 직접적인 이익이 있다"며 "50개국 이상이 이미 생체식별 여권을 개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정부는 외국인에게 먼저 적용한 경험을 바탕으로 2009년부터 영국 국민 중에서 전자신분증명(ID) 카드를 자발적으로 신청하는 사람에게도 이를 발급할 예정이다. 2011년께는 전 국민이 의무적으로 이 카드를 발급, 소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관련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다.

영국 정부는 수년 전부터 이 정책을 추진하려 했지만 다수 국민들의 반발 등으로 보류했다가 다시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야 "사생활 감시"... 유학생 "우리가 범죄자냐?"

특히, 영국 국민들도 반대했던 정책을 먼저 외국인에게만 차별적으로 실시하는 것에 대해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영국에서 7년째 유학 중인 전홍석씨는 "영국 정부가 다른 나라 국민의 생체정보까지 관리하겠다는 것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며 "외국인의 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어떻게 담보할 수 있냐"고 말했다.

그는 "현재 영국에서 지문 채취는 주로 범죄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면 우리를 준범죄자로 취급하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카드의 도난과 발전된 복제 기술 등으로 인해 불법이민 및 테러방지에도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보수당의 데이비드 데이비스 의원은 "불법 이민자가 이 비자를 신청하려고 자신의 생체식별 정보를 제공할 리 만무하다"며 "테러리스트도 자신의 신분카드를 소지하고 거리를 활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나아가 이 카드를 통해 개인의 은행, 병원, 보험 등 각종 사생활을 감시하는 등 정보의 오용 및 유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미국 적극 지지... 한국 정부도 실시 움직임

그럼에도 불구하고, 런던 테러 등을 경험하면서 테러의 위험성을 한층 강조해온 영국 정부가 이 정책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 더욱이 9.11테러의 쓴 맛을 본 미국이 이같은 정책을 강력히 지지, 세계에 적극 확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 등의 국가가 비자면제프로그램(VWP) 참여를 위한 필수 전제조건으로 생체식별 전자여권 카드의 발급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이에 적극 동조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보통신부와 외교통상부 등은 내년 하반기부터 이같이 생체식별 정보 등을 담은 전자여권 발급을 외교관을 시작으로 일반 국민에게 단계적으로 확대 실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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