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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주시 측 인사에 반발한 안희성씨가 시청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 공무원노조 상주시지부
경북지역의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단행한 인사가 객관성,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살생부에 의한 보복인사'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북 상주시(시장 이정백)는 지난 9월 6일 5·6급 공무원 73명에 대한 전보,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6급 담당(예전명칭 계장) 10명에 대해 담당직위를 박탈해 평직원으로 발령하고, 1명은 부면장직을 박탈해 담당으로 발령을 냈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문제가 되고 있는 것.

@BRI@상주시 측의 인사발령에 반발한 안희성(상주시청 도시과)씨는 경북도청에 소청을 제기해 지난달 24일 소청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안씨는 피소청인(상주시) 측에 이번 인사가 타당할 경우 소청을 취하할 것을 전제로 인사 이유를 물었지만 전혀 밝히지 못했다고 전했다. 소청심사 결과는 행정상 신청을 배척하는 처분인 '각하' 결정이 내려진 상태다.

1999년 1월 8일 6급으로 승진해 8년여간 담당직위를 수행하다 이번 인사에서 담당직위가 박탈된 안씨의 사례를 통해 논란의 쟁점을 들여다봤다.

공무원 길들이기식 인사

2005년 10월 3일 MBC '가요콘서트' 공개 녹화가 예정됐던 상주시민운동장에서 관중이 한꺼번에 몰려 11명이 숨지고 145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을 당시 안씨는 시청홈페이지를 담당하는 실무책임자였다.

그 당시 사고에 분노한 사상자 가족과 누리꾼들의 시정비판 글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이 도배됐다. 비판 글에 대해 시장 측과 상급자는 삭제할 것을 지시했지만 안씨는 부당한 지시라 생각해 따르지 않았다.

비판 글을 삭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안씨는 "관련법규에도 어긋나거니와 사상자 가족들과 누리꾼들의 마음을 겸허히 받아 드려야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히고 "국민들의 알권리도 중요하고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기 위한 행동 이었다"며 그 당시를 회고했다.

이번 인사가 부당한 인사발령이라고 생각한 안씨는 시장 면담을 하는 과정에서 총무과장이 자신을 시장에게 소개하며 '상주교회성도'라는 메모를 건넸다고 전했다.

상주교회는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현 시장과 경쟁관계에 있던 정모 후보가 다니는 교회였다. "같은 교회를 다닌다는 이유를 들어 시장에게 정적임을 암시시키기 위한 메모를 전달한 것은 목적이 분명한 것이 아니냐"고 안씨는 분석했다.

담당 직위 박탈대상자 10명을 추려낸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부서장들과 읍면동장들이 함께 근무하고 싶은 담당들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37명의 살생부가 만들어졌다는 것. 안씨는 "이들 모두의 담당직위를 박탈할 경우 집단반발을 우려해 '읍면동 4명 본청 6명으로 자르라'는 현 시장의 지시에 따라 전보인사를 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안씨는 이번인사가 살생부에 의한 보복인사라는 증거를 두 가지 더 제시했다. 시측의 주장대로 능력위주의 인사를 단행했다면 2006년 상반기 근무성적평정점수 60점 만점을 획득한 자신이 무능력자로 낙인찍혀 담당보직 박탈 대상자가 된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또한 안씨는 인사이동 당시 통계업무를 담당한지 1년 정도가 경과했지만 시측은 법을 위반해가며 전보시켰다고 밝혔다. 지방공무원법 제27조(전보 및 전출의 제한)는 통계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1년 6개월이 경과해야 자리이동을 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번 인사결과에 대해 안씨는 "현 시장이 취임 후 밝힌 공무원에 대한 인사 철학을 '모든 인사는 철저한 능력 위주의 인사가 될 것'이라고 말한 내용과는 전혀 앞뒤가 안 맞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송을 통해서라도 명예 회복을 위해 맞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청 측 "법을 위반하지 않은 정당한 인사였다"

이와 관련 상주시청 이 아무개 총무과장은 5일 전화통화에서 "관련법을 위반하지 않은 능력위주의 인사였다"고 강조하고 "불이익을 당한 사람의 입장에서 본다면 불평과 불만이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능력위주의 인사였다면 근무성적이 우수한 사람에 대한 담당직위 박탈이 정당한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인사를 할 때 근무성적 뿐만이 아니라 교육점수, 경력 등 다양한 요소가 접목된다"며 "평상시 가까이에서 지켜본 부서장들이 잘 알 것이라 판단해 추천을 받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부서장 한사람이 직원을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 사례냐"고 묻자 "우리시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며 "옥에 티가 있을 수 있어 다른 자치단체를 견학하는 등 인사제도를 보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총무과장은 이어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로 조직을 전환시키기 위해 내년부터 팀제로 전환한다"며 "평상시 직원들을 평가하기 위한 전담부서가 만들어지고 평가관리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상주교회성도'라는 메모를 전달하게 된 경위에 대해 질문하자 "시장을 면담할 당시 직원의 기본적인 인적사항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참고사항으로 건넸을 뿐 다른 뜻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전보기간이 경과하지 않은 공무원의 전보에 대해 총무과장은 "전보제한을 해제하기 위해 시인사위원회를 거친 후 인사를 단행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어 "처음에 37명이 선정됐지만 단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최종적으로 10명이 선정됐으며 이는 인사권자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왕준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상주시지부장은 "인사담당부서에서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인사를 했어야 하는데 부서장들의 추천을 받아 인사를 단행한 것은 큰 잘못"이라며 "이는 양심적으로 일하는 공무원들은 불이익을 주고, 상급자 말 잘 듣고 아부하는 공무원들을 발탁하겠다 말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왕 지부장은 이어 "이번 인사는 문제를 제기하는 양심 있는 공무원들에 대한 복성 인사"라며 "위에서 시키는 대로 순종하는 공무원을 양산하기 위한 길들이기식 인사의 대표적 사례"라고 덧붙였다.

공무원노조 상주시지부 측은 시장의 공식적인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불이익을 당한 공무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끝까지 싸워 나가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지방자치단체 소속 담당은 어떤 위치?
기관측 담당에게 이중적 잣대 적용

98년 9월경 정부의 지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단위부서 업무를 총괄하던 계장 호칭을 담당으로 교체했다. 이는 총괄지위를 없애고 평직원인 담당자와 같은 위치를 부여해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취지에서 공무원직제가 개편된 것이다.

이에 따라 전결선상에서도 결재권자가 아닌 협조자로 전락한 상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간관리자로서 예전 계장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단위부서의 업무를 총괄하고 있고 책상배치도 예전과 동일하다. 또한 상급기관 감사에서 담당 소속부서 직원의 업무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지휘책임을 물어 징계를 하기도 한다.

2005년 10월 발생한 'MBC 가요콘서트 상주 참사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선고에서 6급 담당에 대한 직위책임을 물어 징역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기관 측에서는 업무 또는 직원들을 통솔할 상황에선 계장 대우를 해주지만, 이번과 같은 인사이동 상황이면 담당은 평직원과 같은 위치이기 때문에 좌천인사가 아니라 수평이동인 전보인사라는 이중적 잣대를 적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 이화영

덧붙이는 글 | 이화영 기자는 공무원노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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