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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청와대 만찬 참석을 거부한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노무현 대통령과 대립중인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28일 오전 열린정책연구원이 주최한 전문가 초청 정책간담회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전망과 과제`에 참석해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비정상적인 상황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27일 청와대 만찬 참석을 거부한 것에 대해 그의 최측근은 격분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한나라당이 정치협상회의를 거절한 것에 대한 후속대책을 협의하기 위해 여당 비상대책위원들과 상임고문단 등 4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김 의장은 청와대가 당을 제끼고 굵직굵직한 현안에 대해 일방 통보식 '원 웨이' 정치를 하는 것에 대해 항의의 표시로 불참을 선언했다. 속된 말로 김근태 의장은 뚜껑이 열린 상태다. 이 측근은 "해도 해도 너무하지 않는가"라며 당청 관계가 더 이상 참고 넘길 수준을 넘었다고 진단했다.

김 의장측에 따르면 청와대의 '일방정치' 사례는 한두 건이 아니다. 일례로 노 대통령이 지난 26일 이병완 비서실장을 통해 한나라당에 제안한 '여야정 정치협상'도 사전협의가 없었다고 한다. 바로 전날 한명숙 국무총리, 이병완 비서실장 등과 함께 '4인 회동'을 가진 김 의장의 입장에선 배신감이 클 수밖에 없다. 김 의장측에선 정치협상회의 제안 사실을 "이병완 비서실장의 기자회견 30분 전에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일방정치'에 김 의장-당 소외감 극대화

또한 한명숙 총리가 지난 9일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밝힌 거국중립내각 수용에 대해서도 사전협의가 없었다고 한다. 한 총리는 당시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요구하는 일부 여당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지난 10월말 노 대통령과 국회 정상화를 위한 거국중립내각 구성과 관련 협의를 했던 사실을 공개했다.

노 대통령이 지난 9월말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부동산 분양원가 공개 의사를 밝힌 것도 김 의장은 사전에 알지 못했다.

최근 열린우리당이 당론으로 결정한 이라크파병 자이툰부대 철군계획서 요청에 대해서도 연장동의안 제출로 응수했다. 정부는 28일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철군계획서 첨부 없는' 파병연장동의안을 국회 제출할 예정이다.

이 같은 '엇박자'가 계속되는 틈틈이 김 의장은 노 대통령에게 개인면담을 요청했었다. 하지만 4번 모두 퇴짜를 맞았다. 김 의장의 측근에 따르면 "가타부타 아예 연락이 없었다"며 "아무리 만나기 싫어도 연락은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쾌해했다.

김 의장이 노 대통령을 단독 면담한 건 비대위원장을 맡은 직후인 지난 6월 회동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셈.

▲ 김근태 의장이 노무현 대통령을 단독 면담한 건 비대위원장을 맡은 직후인 지난 6월 회동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사진은 지난 6월 청와대가 주최한 열린우리당 지도부 초청 만찬에서 노 대통령과 김 의장이 만찬 간담회를 갖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는 모습.
ⓒ 청와대
김 의장의 작심 발언 "책임있는 당청대화 추진하겠다"

이같은 불만이 누적되자 김 의장은 27일 오전 지도부 회의에서 정책 주도권을 확실히 당으로 가져오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김 의장은 "책임 있는 당청대화를 추진하겠다"며 "앞으로 당은 정부가 방향을 정해 놓고 추진하는 당정협의에는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의장은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직접 대화가 중요하다"며 "견해차이가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당론 결집과정을 민심확인의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말해 당청 '전운'이 드리워졌었다.

정계개편 과정에서 당이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한 가운데 당 내에서도 김 의장의 손을 들어줬다. 한 핵심당직자는 "당이 국정운영에 대한 최종 책임을 지는 만큼 당의 분명한 입장이 중요하다"며 "청와대가 당을 존중해야 하다는 당의장을 면박이나 주고 그러면 되냐"고 말했다.

지난 8월 노 대통령은 여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김 의장을 향해 "보건복지부 장관 때도 내가 외국에 가 있는 동안 '계급장 떼고 맞붙자'고 홈페이지에 글을 띄우지 않았느냐"고 말해 공개 면박을 줬다고 알려졌다. 또한 이날 노 대통령이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김 의장을 앞에 놓고 '외부선장론'을 거론한 점도 감정이 섞인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김 의장측은 이날 청와대 만찬에 가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해 "의장으로서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을 방치할 수 없어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비대위원들과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위원들과 상임고문들 역시 노 대통령의 만찬 제안을 일거에 거절했다. "노 대통령의 말을 일방적으로 가는 자리라면 의미가 없다"며 김 의장과 공동보조를 맞췄다.

청와대 만찬 연기... "당이 오늘은 어렵다고 해 다음으로 미뤘다"

한편 이날 예정된 청와대 만찬은 연기됐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한나라당의 정치협상회의 거부에 대한 후속 대책을 논의하려고 한 자리였으나 당이 오늘은 어렵다고 해서 다음으로 미루기도 했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면담 요청 거부 등 김 의장의 누적된 불만에 대해 "최근 각종 상황에 대해 4인회동 등을 통해 계속 얘기해 왔다"며 상이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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