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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문제는 '뜨거운 감자'다. 문제점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해법은 제각각이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돌에 맞아 죽는 한이 있어도 국민연금 개혁은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여야의 시각 차는 크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보건복지부쪽의 막판 거부로 인해 무산된,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한 생중계 토론에서 다루고자 했던 내용을 지상중계로 전하고자 한다. 4명의 전문가로부터 정부 안, 한나라당 안, 민주노동당 안, 시민단체 안을 들어본다. <편집자주>
▲ 서울시 신천동에 위치한 국민연금관리공단 본부 입구에 '국민복지의 요람'이라는 머릿돌이 세워져있다.
ⓒ 남소연

국민연금을 지금처럼 그냥 유지하자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문제는 왜 개혁을 해야하는지, 개혁의 방향을 어디에 맞춰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의 차이이다. 정부안을 비롯해 국민연금의 재정안정화를 위해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류적인 담론의 문제점은 이미 여러 곳에서 제기되어 반복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몇 가지 지점에서 현재의 연금개혁 논의에 대해 좀 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

노인부양 부담, 갈취가 아닌 역사적 부채

국민연금의 재정안정화를 위해 보험료를 더 내고, 연금을 덜 받자는 것이 국민연금의 개혁을 주장하는 가장 중요한 논거이다. 여기서 말하는 재정안정화는 보험수리적 의미의 재정안정화이다. 즉, 낸 보험료보다 받아가는 연금액이 많아 2040년대 후반에 기금이 고갈되므로 기금고갈시점을 '연장'하자는 것이다.

그럴 듯해 보이는 이 논리 때문에 국민연금의 개혁방향이 처음부터 잘못 잡혔다. 동시에 이 논리는 개혁이 가져올 여러 가지 심각한 부작용을 종합적으로 보지 못하는 매우 단순한 시각이다.

공적연금의 재정안정화의 진정한 의미는 보험수리적 수지균형이 아니라 향후 국민연금의 총 지출규모를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가에 있다. 보험수리적 재정안정화가 개혁의 목적이라면 낸 것 만큼만 받아가는 사보험적인 개혁을 해야 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정부 공식보고서에 따르면 연금을 깎지 않고 현행 보험료 9%를 유지해도 2050년에 국민연금의 총지출규모는 GDP 대비 7%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2000년대 초반 OECD 국가들의 연금지출 규모는 GDP 대비 평균 10% 내외이다.

무려 44년 뒤에 국민연금의 지출규모가 현재의 OECD 국가의 평균에도 미달하는데 왜 국민연금 재정이 불안정하다는 것인가? 기금이 고갈되면 보험료 인상과 조세를 통해 연금을 지급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으며 선진국도 다 그렇게 해왔다.

더 내고 덜 받아서는 안 된다

후세대의 보험료 부담 완화 역시 더 내고 덜 받자는 연금개혁의 중요한 근거이다. 하지만 이 논리도 조금만 다른 각도에서 생각하면 설득력이 없다.

지금의 30대에서 50대 대부분은 자신들의 월급에서 일부를 떼어 부모의 생활비를 부담하고 있으며 동시에 자신의 노후를 대비하여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다. 이것을 '이중부담'이라 한다.

하지만 아직 태어나지 않은 세대와 현재의 10대 이하의 세대들은 현재의 30대~50대 세대의 상당수가 국민연금을 받게되므로 30~50세대가 노인들을 부양한 만큼의 부모부양비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즉 후세대는 '이중부담'의 딜레마가 없으므로 현 세대보다 노인부양비로 지출되는 금액이 절대적으로 적다.

현재의 경제활동인구가 겪고 있는 이중부담 문제를 생각하면 후세대의 보험료가 인상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이것은 후세대를 '갈취'하는 것이 아니라 후세대가 당연지 짊어져야 할 노인부양에 대한 역사적 부채이다.

'더 내고 덜 받는' 식의 개혁은 세대간의 노인부양의 공평성을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현세대에게 과중한 부담을 강요하는 불공평한 개혁이다. 물론 후세대가 부담할 노인부양비의 총량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면 문제는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향후 수십년간 노인부양비의 총량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증거는 없다.

재정안정화를 위해 연금을 깎을 경우 공적연금의 근본적인 목적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 연금의 본질적 목적은 노후소득보장에 있다.

물론 연금제도에 따라 최저한의 소득보장이 목적일 수 있고, 은퇴 이전의 생활유지가 목적일 수 있다. 하지만 연금액을 50%, 심지어는 40%로 깎을 경우 대부분의 노인이 최저생계비에도 미달하는 연금을 받게 되는 것은 확실하다.

연금이 최소한의 노후빈곤을 막지 못한다면 연금 재정이 아무리 안정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노후빈곤 예방이라는 연금의 고유목적을 훼손한다면 그 어떠한 연금개혁도 정당화될 수 없다.

연금펀드를 현금화할 때의 충격, 상상조차 어렵다

정부의 개정안의 또 다른 약점은 제도 개선 우선순위의 잘못된 설정이다.

대규모 연금 사각지대와 과도하게 적립되는 연금기금이 기금고갈보다 시기적으로 훨씬 앞선 본질적 개혁과제라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특히 적정한 연금기금 적립규모에 대한 문제의식이 전혀 없다는 것이 치명적이다. 정부안대로 연금을 깎을 경우 연금적립금의 총량이 GDP 대비 80%를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가 이 막대한 돈을 어떻게 하나의 펀드로 관리할 것이며 더욱이 주식·채권·부동산에 묶여있는 천문학적인 돈을 연금지급을 위해 현금화해야 할 경우 도대체 어떤 경제적 충격이 나타날지 상상조차 어렵다.

기금투자를 경제·산업정책과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경제의 생산 잠재력을 높일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미흡하다. 국민연금기금의 적립규모를 대폭 낮춰야 한다면 연금개혁은 완전히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 더 내고 덜 받자는 일차원적 논리로는 근본적 접근을 할 수 없다.

▲ 김연명
기초연금제도는 고용불안 등 삶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현대사회에서 사회구성원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노후 안전망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재원이다. 일반 조세로 충당이 어려우면 연금기금의 일부를 사용해야 한다. 공적 연금제도의 본질이 경제활동인구가 생산한 부의 일부를 노인세대에게 배당하는 것으로 이해한다면 현재의 적립금 일부를 기초연금 재원으로 사용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이상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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