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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4년 5월 광화문에서 열린 안티국민연금 집회 장면.
ⓒ 오마이뉴스 김영균

공적연금 개혁과 관련된 논의가 3여년을 지나고 있지만 아직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재정안정 측면을 주장하는 측과 보편적 보장성을 주장하는 측이 대립되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재정안정과 보편적 보장성은 모두 중요하고 모두 감안돼야할 연금개혁안이다.

공적연금의 이원적 개혁방안은 기초연금을 통해서는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노후에 필요한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받도록 하고, 소득비례연금을 통해서는 각 직역의 특성에 따른 노후설계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때 기초연금은 '1인 1연금' 형태로 만들어 미래의 가족구조 변화에 대응하고, 소득비례연금은 '1소득자 1연금'의 형태로 추가적인 보험료 납입으로 노후에 필요한 자금을 보다 여유있게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현행 공적연금은 공적연금에 가입한 사람만이 엄청난 세대간 소득이전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어 있어, 소득이 없어서 연금보험료를 못내는 사람은 미래세대로부터도 소득이전을 받을 수 없게 되어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15년 미만 불입자는 최저생계비 못 미치는 수준"

이 점에서 1인 1연금의 기초연금제도는 세대별 소득이전의 공평성을 높이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초연금은 단순한 연금제도의 성격을 뛰어넘어 과거 가족단위로 이뤄지던 부모 부양부담을 근로세대가 함께 노령세대를 부양하는 사회제도로 전환하는 의미를 지닌다.

기초연금의 문제점으로 지적받는 것은 미래세대의 과중한 부담이다. 기초연금은 부과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인구고령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기 때문이다. 65세 이상 노인인구비율은 2006년 현재 9%대이지만 2050년경에는 37%대로 높아지므로 그 만큼 근로세대의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그러나 기초연금의 부담증가는 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고령사회에 직면하게 되는 미래세대의 부담증가를 나타낼 뿐이다.

현행 국민연금제도 혹은 정부의 연금개정안 하에서는 2050년이 되면, 일정한 기간 이상 보험료를 불입한 사람은 연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노인은 전체 노인의 60% 내외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15년 정도 이상을 가입하지 못한 사람은 연금을 받는다 해도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금액을 받게 될 것이다.

이 때 국민연금의 재정은 점차 15.9%의 보험료로는 유지할 수 없는 구조로 바뀌어져 간다. 30% 이상의 보험료가 필요하게 된다. 이와는 별도로 우리 사회에는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으로부터 소득보장을 못 받는 계층과 받는다 하더라도 최저생계비보다 적게 받는 계층이 존재한다.

하위계층은 알아서 노후보장?

▲ 도곡동 타워팰리스 인근의 포이동 판자촌.
ⓒ 오마이뉴스 남소연
문제는 이들 계층이 거의 대부분 하위 계층이라는 점에 있다. 공공부조 성격의 제도로 무연금자 및 저연금자 문제를 해결한다고 할 때, 역시 최소한 최저생계비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공적연금과 공공부조 비용을 합한 국가의 노인부양 부담은 기초연금 예산액보다 훨씬 높아지게 될 것이다.

공적연금제도가 현재와 같이 보험료를 납입할 수 있는 사람만을 위한 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대전제가 필요하다. 보험료를 부담한 만큼만 연금으로 받아가야 한다. 만약 공적연금이 적게 부담하고 많이 받는 제도로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면, 이 때는 보험료를 납입여부만을 소득보장의 잣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현재의 공적연금 주 목표층은 중위계층과 상위계층이다. 그러나 상위계층은 공적연금이 없어도 알아서 살아갈 수 있는 계층이다. 이들의 소득보장을 위해서 미래세대가 높은 부담을 감수하면서, 하위계층은 자기가 알아서 하고 안 되면 공공부조로 해주면 된다는 식의 사회보장제도로는 모든 국민을 운명공통체로 묶을 수 없다.

기초연금의 부담은 일반행정비 지출과 같은 비용부담과는 다르다. 기초연금의 지급은 가계의 노인 및 장애인 부양부담의 경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현재와 같이 노인과 장애인이 있는 가구에만 부담이 집중되는 불평등한 구조를 노인과 장애인의 부양부담을 사회구성원이 함께 나눔으로써 개선하는 효과를 가진다.

지속가능한 사회계약을 원한다면 국민적 합의부터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최근에 내놓은 기초노령연금은 65세 이상 노인 60%에게 7~10만원의 연금을 조세로 지급하자는 안이다. 이 안은 일견 기초연금과 유사하게 보이지만 '불량 복제품'에 지나지 않는다. 일단 기초연금의 도입 취지는 모든 노인에게 보편적인 최저소득보장을 함으로써 국민통합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있다.

그런데 당정합의안에 의하면, 공무원연금·군인연금·사학연금 등 고액연금수급자, 국민연금을 받는 저액연금수급자, 국민기초생활수급자, 그 중간에 아무것도 받지 못하는 무연금자, 기초노령연금수급자간에도 연금액이 달라서 사회보장 연금이 국민갈등을 오히려 증폭시키게 될 우려가 높다.

복지국가란 삶의 문제를 개인에게 전적으로 맡기지 않고 인간다운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문제는 국민 모두가 함께 해결하는 국가라고 정의할 때, 기초연금 시스템은 노령이나 장애와 같은 사회적 위험에 대해 국민들이 함께 대처함으로써 복지국가의 틀을 만들자는 것이다.

지금 이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고령화 시대에도 지속가능한 세대간 부양을 위해 노령세대와 근로세대가 어떠한 사회계약을 체결할 것인가에 있다. 구체적인 연금급여수준과 비용부담수준 그리고 그 방법들을 합의해 나가야 한다.

▲ 김용하 교수
현 공적연금은 정책결정과정이 정부주도로 이루어지던 시대에 사회적 합의절차 없이 만들어진 규칙이므로, 연금제도가 무엇인지 일반 국민들도 알게 된 현 시점에서 국민의 합의를 새롭게 도출해야 한다.

법정스님이 던진 화두 <나눔은 우리가 하나가 될 수 있고 나누고 받는 사람 모두 충만해진다>를 되새겨 보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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