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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10월 한미FTA 4차 협상을 앞두고 <오마이뉴스>와 참여정치실천연대가 공동주최한 토론에 김종훈 수석대표와 이해영 한신대 교수가 참석해 상품과 투자, 서비스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집중토론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한미FTA(자유무역협정) 협상단 김종훈 수석대표와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 정책기획단장인 한신대 이해영 교수가 장시간에 걸친 '마라톤 토론'을 가졌다.

28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참여정치실천연대 주최로 열린 토론회(사회 김태년·열린우리당 의원)에서 김종훈 대표와 이해영 교수는 3차 협상 평가를 시작으로 농업·지적재산권·투자·의약품 등 분야별 쟁점을 두고 3시간이 넘게 설전을 벌였다.

그 동안 두 사람은 방송 등에서 여러 차례 만나 토론회를 가졌지만 시간제한 없는 토론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토론회 시작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김 대표는 "(내가 이 교수와) 맞짱뜰 일 있나. 미국 사람하고 맞짱을 떠야지"라고 말하며 토론회 명을 '맞짱토론' 대신 '집중토론'으로 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협상속도] 김종훈 "화투패 7개 중 1개 뽑은 상황"

토론회는 이해영 교수의 항의성 발언으로 시작됐다. 이 교수는 최근 교육부가 시·도교육청과 대학에 보낸 한미FTA 홍보 공문 논란과 관련 "80년대 5공 시절이 연상된다, 이런 것은 비신사적 행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3차협상과 관련해 만일 국내의 강력한 반대여론과 캠페인이 없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이 우리측이 미국에 양보를 하고 협상속도도 더 빨라졌을 것이다"며 "지금까지 진행된 쟁점을 보면 기본적으로 협상을 통해 우리가 얻은 게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미국이 다른 나라와 FTA를 추진하면서 상대국의 협정문을 인정한 것은 우리가 처음이다"며 "미국이 일방적으로 협상을 주도하고 우리가 끌려가는 것은 아니다"고 맞섰다.

협상속도와 관련해서 김 대표는 "화투를 잘 치지는 않지만 7개의 패중 이제 막 1개를 뺀 상황이다"고 말해 협상기한에 구애받지 않고 협상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상품관세 철폐] 이해영 "지금도 섬유는 20억불 흑자, 2억~4억불 증가 의미없다"

▲ 김종훈 수석대표
ⓒ 오마이뉴스 남소연
상품분야 관세철폐 효과를 주제로 본격적인 토론이 이어졌다.

이 교수는 "2000년 9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서 한미FTA 이후 효과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했는데, FTA 체결 4~5년 이후 우리나라의 대미무역이 적자로 돌아선다는 전망을 내놨다"며 "우리 정부 측에서 낸 보고서를 보더라도 대미무역 흑자가 대폭 감소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가 흔히 섬유·의류·자동차·정보통신을 FTA 수혜업종으로 얘기하지만 섬유업계에서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협상을 잘했을 경우에 2억~4억달러 수출증가를 예상하고 있다"며 "현재 섬유에서 매년 20억달러의 흑자를 내고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그리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최근 자동차부품협회에서 만든 자료를 보면 현재 부품이 20억달라 수출이 되는데, FTA 이후 장기적으로 200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대응했다.

[쌀개방] 김종훈 "농업·섬유 절대 묶어서 협상 않을 것

농산품, 특히 쌀 개방 문제에 대해서도 둘은 팽팽히 맞섰다.

김 대표가 먼저 "여러 협상분야 중 가장 민감성을 느끼는 게 농업인 만큼 농산품은 매우 길게 협상과정을 가져갈 것이다"며 "쌀은 반드시 협상테이블에서 논의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쌀은 이미 지난 2004년에 2014년까지 개방을 유예하기로 양측이 합의를 봤는데, 이를 협상과정에서 논의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며 "정부에서 쌀 문제를 크게 집착하니까 결국 농산품하고 섬유를 바꾸자는 미국측 제안이 흘러나오는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 3차협상이 끝나고 일각에서는 농업과 섬유가 '패키지'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김 대표는 "절대 농업과 섬유를 묶어서 생각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외국인투자] 고용·세수 증가? 기업 인수합병?

FTA 이후 투자에 대해서도 열띤 공방이 오갔다. 이 교수는 "외국인 투자가 늘어도 공장을 설립하고 고용과 세수가 증대되기보다는 금융 중심의 포트폴리오 투자나 기업 M&A(인수합병)가 주를 이을 것이다"며 "FTA가 긍정적 효과를 가지기 위해서는 이같은 기형적 구조의 투자가 바로잡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국내 자본이 충분하면 외국자본을 유치할 필요가 없지만 국내 자본만으로 기업들이 충분한 자본 공급효과를 누릴 수 없다"며 "다만 규제장치가 제대로 작동을 안 하면서 자본이 갑자기 과다 유입되거나 과다 유출되는 교란이 있는 만큼 무엇보다 외국자본에 대한 건전성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서 "외국 자본이 기업의 자금 조달을 원활하게 하는 '정(正)'의 효과가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며 "다만 외화 송금 제한 권한 등 시장 교란을 막을 수 있는 제도를 반드시 두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서비스] 이해영 "동네 슈퍼마켓이 커져서 이마트 됐나"

서비스 분야의 경쟁력과 관련해서 이 교수는 "현재 서비스 분야의 대미 경쟁력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개방을 했을 때 어떤 매카니즘으로 경쟁력이 강화돼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냐"며 김 대표에게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서비스가 개방돼 들어오면 사람과 기술 등도 함께 들어온다"며 "여기에서 오는 학습효과는 분명 국내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이끌 것이다"고 맞섰다. 그는 특히 "월마트가 들어왔다고 우리나라 유통시장이 전부 잠식됐느냐, 오히려 이마트가 막강한 경쟁력으로 시장점유율을 늘려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이마트는 기본적으로 재벌자본이었기에 가능한 일이다"며 "동네 슈퍼마켓이 성장해서 이마트가 된 것이 아니다"고 대응했다.

[공공서비스] 이해영 "안 그래도 공기업 민영화하는데, 요금 인상될 것"

공공서비스 부문에 있어서 양측은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웠다.

김 대표는 "이미 협정문에 양측이 국가의 권한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는 독점을 지정할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며 "일부에선 FTA가 되면 전기·가스료가 오른다는 우려가 있는데, 그런 걱정은 안해도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공공서비스 부분의 민영화 이후에 대해 큰 우려감을 표시했다. 그는 "현재 FTA와 상관없이 우리 정부는 공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만일 정부의 자발적 민영화 조치와 FTA가 맞물릴 경우 공공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의약품] 김종훈 "우리 약값은 미국의 3분의 1 수준, 인상 불가피"

▲ 한미FTA 토론에 참석한 김종훈 수석대표(왼쪽)와 이해영 한신대 교수.
ⓒ 오마이뉴스 남소연
한미 양국간 주요 통상이슈 가운데 하나인 의약품 분야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오고갔다.

먼저 이 교수는 "사실상 포지티브 약가정책을 무력화시킬 만큼의 16개 조항을 미국측이 제시를 했다"며 "의약품 협상을 통해 국내 소비자가 누리게 될 수혜가 무엇이냐"며 따져 물었다.

김 대표는 "연말 전에 약가정책이 시행되는 만큼 4차협상 전인 다음달 9일 미국과 의약품 분과만 따로 협상을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우리 약값이 미국의 3분의 1 수준인데, 미국이 제값을 받게 해달라고 요구할 게 뻔한 상황에서 약값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맞섰다.

[지적재산권] 이해영 "미국은 지재권의 최대 수혜국"

지적재산권 협상과 관련해선 우리 측이 얻을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교수는 "2002년 세계은행 보고서에 다르면 우리가 지재권 보호조치를 완전 이행할 경우 매년 153억달러의 추가지출이 예상된다고 적고 있다"며 "또 미국은 이 경우 가만히 앉아서 매년 7억달러를 추가로 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관련 수치의 신빙성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면서 "지재권 위반에 대한 억지력을 제도상 만들어달라는 것이 미국측의 요구이다"며 "전체적으로 지재권 보호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그는 이어서 "이 교수도 여러가지 저술활동을 하셨는데, 남이 도용을 해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면 결국 남의 지식을 도용해도 된다는 얘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수는 "협상에서 지재권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지재권에 관한 한 미국은 세계 최대의 수혜국이고 우리는 가장 손해가 큰 나라라는 점"이라며 "관련 전문가들도 협상에서 지재권을 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맞섰다.

[양극화 해소] "차상위계층이 탈락" vs "재원 마련의 기회"

FTA 체결 이후 양극화 해소 문제에 대해서도 양측은 정반대의 입장을 보였다.

먼저 이 교수는 "현재 우리 사회 조건에서 경쟁력이 열악한 것들이 경쟁의 조건에 들어가면 탈락자가 생기게 돼 있다"며 "이 경우 극빈층 바로 위에 있는 차상위계층이 주저앉는 것이 문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서 "대부분의 차상위계층은 영세 자영업자들이 구성을 하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협상이 이뤄지면 양극화 심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 대표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반드시 FTA가 필요하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단순히 하루 세끼를 해결할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직업의 재창출·재교육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선 재정이 필요하고 이는 FTA를 통해 얻을 수 있다"고 맞섰다.

[정보통신] 김종훈 "삼성전자 후반기 채용이 만만치 않다"

"특히 FTA의 수혜 분야인 정보통신도 FTA 이후 고용창출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이 교수의 지적에 대해 김 대표는 "삼성전자 후반기 채용인원이 만만치 않다, 정보통신 분야에서 고용창출 효과가 무조건 낮다고만 볼 수 없다"고 답했다.

373개의 댓글... 네티즌, 즉석 질문·답변도

▲ 이해영 한신대 교수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날 토론회는 네티즌들의 참여도 활발했다. 토론회가 진행되는 동안 373개의 댓글이 올라오면서 한미FTA에 대한 각계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양측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했으며 사회자가 이를 받아 즉석에서 답변이 나오기도 했다.

한 네티즌이 "만약 우리가 지금 FTA를 안 하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세계 교역질서에서 우리가 설 땅이 줄어들어 왕따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반면 이 교수는 "우리가 왕따를 당하면 (FTA를 추진하지 않고 있는) 일본은 쫄딱 망하는 거 아니냐"며 "FTA를 모든 것의 만병통치약으로 보는 것이 문제이다"고 맞받아쳤다.

또 다른 네티즌의 "우리가 섬유에서 50%만 이득을 취하고 농업에서 50% 피해를 줄이는 방향으로 협상을 하면 어떤가"라는 질문에 김 대표는 "이 두개를 섞어놓고 교환을 하는 것이 참 어렵다, 계속 논의는 하겠지만 마지막 단계에서 협상은 각각의 논리로 가야 한다"고 답했다.

시간제한 없이 3시간 가량 열띤 토론이 이어진 뒤 양측의 정리 발언으로 토론회는 마무리됐다.

이 교수는 정리 발언에서 "미국과 FTA를 추진하다 중도에 결렬된 나라수는 45개에 달한다"며 "현재까지 진행된 1·2·3차 협상을 봤을 때 우리가 협상을 통해 가져온 게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무엇보다 시민사회단체의 반대의견도 귀담아 듣겠다"면서 "결국 개방과 경쟁에는 기회와 위협이 있는데, 위협을 느끼기 때문에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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