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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 23일 저녁 8시 41분]

ⓒ 연합뉴스 이정훈
정책 실패인가, 권력형 비리인가. 사행성 성인오락게임 '바다이야기' 사태에 대한 열린우리당·민주노동당 대 한나라당·민주당의 진단은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하지만 작년 말 게임산업진흥법 처리 과정에서 보인 여야의 모습은 지금과 달랐다. 당시 국회 문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 회의록을 살펴본 결과, 정부는 사행성 게임을 따로 떼내 '도박'으로 관리, 단속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반면, 박형준 의원을 비롯해 대다수 의원들은 "사행성 게임도 게임"이라며 반대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박 의원의 경우 최근 상품권 사업의 여권실세 배후설, 일본 조폭자금 유입설 등을 제기하며 이번 사태를 '권력형 도박게이트'로 몰아가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경품용 상품권 폐지법안'이 제대로 논의도 되지 못하고 폐기된 점, 이와 맞물려 상품권 업체들이 같은 해 문광위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고액의 후원금을 낸 사실이 드러나면서 '로비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게임 진흥'에만 열 올린 국회는 책임 없나

작년 말 국회 문광위에서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안 3개(한나라당 박형준 의원안·열린우리당 정청래 의원안·정부안)와 '경품용 상품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개정 법률안(강혜숙 의원)이 병합 심의되었다.

11월 22일, 12월 5일 두 차례 열린 법안심사소위(위원장 우상호)에서 쟁점은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사행성 오락게임이었다.

배종신 당시 문화부 차관은 "사행성 부분은 게임에서 빼서 지금 하고 있는 사행 산업쪽에서 다루는 것이 맞다"는 주장을 폈다. 연타·예시가 없고, 상품권 거래가 없는 건전한 오락만 게임진흥법에 포함시키고, 스크린경마 등 사행성 오락물은 아예 '도박'으로 분류해서 규제를 강화하자는 게 문화부 입장이었다. 그렇게 되면 사행성 게임도 카지노 사업처럼 허가제가 되며, 경찰 단속도 강화된다.

반면 박형준 한나라당 의원은 "지금까지 문광부가 정책을 써왔던 것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라며 "모든 게임에는 사행성과 도박성이 일정 부분 들어가게 된다"고 '사행성 게임도 게임'이라는 입장을 폈다. 또한 박 의원은 "사행성 게임물도 창의적인 영역"이라며 "지금 이게(사행성 게임물) 골치 아프니까 덜어내는 것 아니냐"고 문화부를 겨냥했다.

이에 문화부는 "게임과에 직원이 7명인데 단속 뒤치닥거리를 하다보면 진흥 업무를 할 수 없다"며 사행성 게임업자들이 전업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두는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절충안을 내기도 했다.

묻혀버린 소수견해... 정부·여당의 뒷북과 이율배반 한나라당

ⓒ 오마이뉴스 이종호
결국 박형준 의원안이 다수견해로 현행 게임진흥법에 반영되었다. 하지만 사행성에 대한 제대로 된 정의나 기준이 제시되지 않아 다시 개정안을 낼 상황에 처했다.

손봉숙 민주당 의원은 "사행성 게임에 대한 정의조차 되어 있지 않다"며 ▲게임물 등급위원회의 사행성 게임물 결정 ▲일반 게임장과 청소년 게임장 분리 ▲등급물 분류의 세분화 등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역시 뒤늦게 당·정 협의를 거쳐 사행성 게임 관련 종합대책을 마련한 뒤, 상품권을 폐지하고 게임장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변경, 배팅액과 경품한도액을 낮추는 등의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사실 이 같은 지적은 당시 제정안 심사 과정에서 제기되었던 문제들이다. 이경숙 열린우리당 의원은 청소년 게임장과 일반 게임장의 구분을 없애는 것에 반대했지만 " 실제 현장에서는 의미 없는 구분"이라는 주장에 밀렸다.

또한 게임산업진흥위원회가 '규제'까지 함께 하는 것에 대해 이경숙 의원은 "사행성이 상당히 높은 것까지 포괄해 놓고, 진흥하는 곳에서 규제를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규제위원회를 별도로 설치할 것을 주장했다.

당시 대다수의 문광위원들은 '규제'보다는 '진흥'에 무게를, 규제를 하더라도 포괄적으로, 자율심의로 가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김재홍 열린우리당 의원은 "민관 합동으로 자율심의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은 "심사를 담당하는 게임등급위원회가 만들어지면 업계의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폈다.

결국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정부안은 통합 조정되어 단일안으로 본회의에 상정돼 처리되었고, 이 과정에서 소수견해는 묻혔다. 강혜숙 열린우리당 의원의 법안은 논의도 못해보고 자동 폐기됐다.

국회 문광위 소속의 이광철 열린우리당 의원은 당시 법안 처리 과정에 대해 "건전하게 유도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안일했다"며 "정부의 정책오류도 있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 책임도 크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규제 목소리 높인 손봉숙, 이경숙은 '왕따'

한편 경품용 상품권 업체 임원들이 여야 중진의원들에 이어 문광위 소속 의원들에게 집중적으로 고액의 후원금을 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당시 문광위원장이었던 이미경 의원 300만원을 비롯해 김재윤 200만원, 김재홍 150만원, 우상호 130만원(이하 열린우리당), 박형준 200만원, 최구식 700만원(이하 한나라당),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 150만원 등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적법한 후원금"이라며 상품권 문제와 관련성을 부인했지만 공교롭게도 사행성 게임에 관해 규제의 목소리를 높여온 의원들은 비껴나 있어 눈길을 끈다.

손봉숙 의원측은 "얼굴 한번, 전화 한통 받은 적이 없다"며 "우리는 완전히 업계에서 왕따"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강혜숙 의원은 "사람이 찾아오기는 했지만 돌려보냈다"며 "내 관심사가 '전통문화'라서 로비를 할 필요가 없었는지도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경숙 의원은 "2004년경 카지노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규제법안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한 관련업체에서 후원금 200만원을 입금한 사실을 알게 돼 돌려주었다"며 "그 뒤로는 소문이 났는지 (관련 업계에서) 일체 연락이 없다"고 말했다.

천영세 의원측은 "당시 원내대표로서 비정규직 법안 처리에 '올인'하고 있었던 때라 신경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며 후원금에 대해서는 "서점업계 사람으로만 알고 있었다, 경위를 파악중에 있다"고 말했다. 당시 천 의원은 문광위 법안심사소위원이었으나 두 차례 회의에 모두 불참했다.

"후원금, 로비 아니다"
박형준 의원 "사행성 게임 조장한 듯한 보도에 유감"

23일 '도박 진흥에 열 올린 국회는 책임 없나' 보도(상단 기사 참조)가 나간 뒤, 박형준 한나라당 의원은 <오마이뉴스>에 연락을 해서 "작년 국정감사 때 사행성 게임에 대한 문제를 선두에 서서 지적했다"며 "그런데 문화부가 갑자기 정책을 바꿔서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 전체를 빼내 책임을 면하겠다는 의도를 봐야 한다"고 해명했다.

박 의원은 사행성 게임도 진흥법 테두리 안에서 관리,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박 의원은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과 불법 변·개조된 불법 도박성 게임은 구분이 돼야 한다"며 "사행성 게임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에 대해선 현재 게임물등급위원회에서 시행령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경품용 상품권 업체 간부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것에 대해선 "이들이 후원금을 낼 때 이사를 맡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마치 로비를 받아 사행성 게임을 조장한 듯 비춰진 것에 대해서는 유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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