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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 7일 저녁 8시 19분]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작통권) 환수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갈등 구조는 다양하다. 작통권을 쉽게 내줄 것 같지 않았던 미국 정부는 2009년까지 한국에게 이양한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한국 정부는 "독자적인 대북 억제력 확보"가 가능한 2012년을 선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10월로 예정된 한미연례안보협의의(SCM)에서의 합의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또 하나의 갈등 구조는 국내에 있다. 정부와 일부 진보 진영은 작통권 환수에 적극적인 반면에, 보수 진영은 한국군이 작통권을 행사할 능력도 안 되고, 한미동맹만 위태롭게 할 것이라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윤광웅 국방장관의 해임까지 거론하면서 연일 이 문제를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

한국군의 능력이 아직 부족하다?

▲ '한국군은 아직 능력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은 군의 사기를 훼손하는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자료사진)
ⓒ 육군훈련소 국방화보
보수 진영에서 작통권 환수가 시기상조라고 주장하고 있는 이유는 한국군의 능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데 있다. 그러나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라고 할 수 있다.

1974년 율곡사업 이후 한국은 북한보다 7~8배 많은 군사비를 투입해왔고, 오늘날에는 북한의 GDP보다 많은 군사비를 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군이 아직 능력이 부족해 작통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거나 스스로 무능을 인정하는 것에 불과하다.

또한 능력 부족의 대표적인 분야로 거론되고 있는 정보력 역시 북한은 장님에 귀머거리 수준인 반면에, 한국군은 백두·금강 사업을 통해 꾸준히 정보력을 향상시켜왔고, 이러한 추세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한국군의 능력이 부족하다면, 이는 무기와 장비 등 '하드웨어'의 문제가 아니라 사기 등 무형전력과 독자적인 작전기획 능력 등 '소프트웨어'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직 국방장관들과 고위 장교들까지 나서서 '한국군은 아직 능력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은 군의 사기를 훼손하는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한미동맹이 결딴난다?

한국군의 능력 부족보다 더 많이 거론되는 문제는 작통권을 환수하면 한미동맹이 크게 훼손되거나 결딴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역시 근거 없는 정치 공세이다.

주지하다시피, 작통권 환수는 한국 정부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도 적극적이다. 그리고 지난 7월 27일 정전협정 기념 행사 때 딕 체니 부통령도 강조한 것처럼, 미국은 한반도 통일 이후에도 주한미군을 주둔시킨다는 방침이다.

또한 한국군이 작통권을 환수하더라도, 한미 군사협력관계가 훼손되는 것이 아니다. 작통권이 환수될 경우, 한미연합사 체제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는 '수직적인' 한미 군사지휘체계가 '수평적인' 관계로 정상화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결코 한미동맹의 와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지난 수십년간 한국군의 능력이 꾸준히 향상되어 북한을 압도할 수 있는 물리적인 기반을 갖추었고, 앞으로도 10대 군사 임무의 이양 및 대규모의 전력 증강 등을 통해 작통권 행사의 기반을 확보할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한 것이다.

기실 군사 주권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작통권을 미국에 위임하고 있는 상황은 결코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다. 독자적인 힘으로 북한을 격퇴할 수 없었던 한국전쟁 때 작통권을 넘긴 것은 불가피했다고 하더라도, 오늘날 한국은 세계 10위 이내의 군사 강국으로 성장해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2010년을 전후해 작통권을 환수하겠다는 것은 시기상조가 아니라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

작통권을 환수해야 하는 이유

한국이 전시를 포함한 작통권을 온전히 환수해야 한다는 것은 주권의 온전한 회복과 함께 전쟁과 평화의 자기 결정권을 갖는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를 통해 전시와 평시를 구분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할 수 있고, 작전계획을 독자적으로 수립하며 전쟁 발발시 자동으로 미국의 지휘 아래로 들어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작통권 환수는 향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에 있어서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데에도 필요한 요소이다. 평화체제 구축 논의가 본격화되면, 가장 핵심적인 의제는 평화협정 체결 당사자 문제와 함께 주한미군을 포함한 한반도의 군사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작통권이 없는 남한은 군사 문제 논의의 실질적 당사자가 되기 어렵다고 주장해왔다. 이는 지금처럼 작통권을 미국이 계속 갖고 있는 상황에서 평화체제 논의가 이뤄지면, 협상의 핵심 당사자는 북한과 미국이 되고 한국은 주변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이나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놓고 벌여온 남북한 사이의 해묵은 논란도 자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작통권을 보유한 주한미군 사령관은 연합권한위임사항(CODA)에 따라 평시 작통권의 핵심인 작전계획 수립 및 연합군사훈련을 주관할 권리도 갖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이 작통권을 환수하거나 이에 앞서 CODA를 환수하면, 남북관계 및 한반도 안보 정세에 따라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융통성 있게 실시할 수 있고, 작전계획도 우리의 실정과 목표에 맞게 수립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작전통제권, 어떻게 변해왔나?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작통권)은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20일 후인 1950년 7월 15일 이승만 대통령이 유엔군 사령관인 맥아더에게 넘기면서 한국의 주권에서 이탈하게 되었다. 이후 작통권 변천 과정을 보면 한국전쟁 이후부터 한미연합사 창설 이전인 1978년까지는 유엔사 사령관을 겸직한 주한미군 사령관이 보유하고 있었다.

1978년 한미연합사가 창설되면서 작통권은 한미 합참 의장을 대표로 한 군사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연합사 사령관을 겸직한 주한미군 사령관이 행사하게 되었다.

그러나 1994년 12월 1일부로 평시 작통권이 한국군 합참 의장에게 넘겨옴으로써 한미연합사의 작통권은 평시와 전시로 이분화되었다. 전쟁에 대비하는 조직인 군대의 지휘권이 전시와 평시로 나눠지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평시 작통권마저도 온전히 한국이 보유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평시 작통권의 핵심적인 사항들은 '연합권한위임사항(CODA : Combined Delegated Authority)'에 의해 주한미군 사령관에게 이양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위기 관리 및 작전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전시와 평시의 구분 권한이 미국 측에 있어 사실상 전시 평시를 막론하고 주한미군이 한국군을 지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작전계획의 수립, 군사 훈련의 기획 및 주관 등 평시의 핵심적인 권한도 주한미군 사령관이 보유하고 있다. 이는 '평시 분리, 유사시 통합'의 지휘구조인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나 병렬형 체제인 미일동맹과도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한국군에 대한 미국의 일방적인 통제체제라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 정욱식

덧붙이는 글 | (하) 편에서는 작통권 환수의 문제점을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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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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