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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귀현

이동권, 시설문제 등 장애인 투쟁의 현장에는 늘 박경석씨가 있다. 장애인이동권연대 대표, 노들장애인야학 교장 등 직함만도 여러 개다. 성람재단 사태해결을 위한 종로구청앞 농성 현장에도 그는 휠체어를 끌고 어김없이 나타나 장애인들과 함께 했다.

그는 96년 에바다 농아학교 사태 당시 '에바다 정상화를 위한 연대회의 공동대표'를 맡으며 재단 측이 퍼부은 똥물을 뒤집어쓰면서까지 시설 비리와 맞서 싸웠다. 10년이 지나고 다시 성람재단 사태와 맞닥뜨린 박경석씨. 박씨는 장애인 정책에 대한 인식전환이 없으면 에바다, 성람재단 등 장애인시설 사태는 계속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 성람재단 사태로 장애인시설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성람재단과 같은 시설비리는 모두 비슷한 유형을 갖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시설이 재단 이사장의 사리사욕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사회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기 힘든 장애인을 이용하고 있다. 후원금, 국가세금을 서류만 맞춰놓고 착취하는 곳도 있다. 그 과정에서 노동착취, 성폭행 등이 자행된다."

- 끊이지 않는 시설비리의 본질은 무엇인가?
"문제는 장애인을 수용시설 내에 가둬놓고 지역사회와 그들을 격리시키는 것에서 출발한다. 국가는 시설에 국민의 세금을 지원하지만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 그래서 재단 측이 사회복지시설을 사유재산의 개념으로 생각해 재단 이사진을 친인척으로 채우고 비리를 저질러도 처벌을 제대로 받지 않는다. 이러한 구조적 모순이 시설비리의 본질이다."

- 시설 수용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 결과적으로 시설 수용에서 모든 문제가 시작된다. 시설 수용 자체가 인권유린이다.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지역사회 안에서 자립하고 싶어한다."

- 전국 단위 인권 및 장애인단체들이 성람재단 사태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성람재단 문제는 결코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시설비리는 국가 사회복지 정책의 제도적 모순에서 비롯된다. 성람재단 문제를 통해 국가 복지정책의 전환을 이끌어내려고 한다. 국가 세금은 시설 수용이 아닌 자립 지원에 쓰여야 한다. 대규모 수용시설은 폐쇄하거나 소규모로 줄여나가야 한다. 그리고 사회복지사업법의 전면개정도 생각하고 있다."

- 지난 7월 28일 성람재단 조태영 전 이사장이 징역 5년형을 구형받았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경찰수사에서 이미 27억원 횡령 혐의가 드러나지 않았나. 하지만 9억5000만원에 대해서만 징역 5년을 구형한 것은 의정부 지검이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고는 것으로 본다. 현재 의정부 지검장은 2004년에 성람재단 사건을 무혐의 처리한 검사라는 점이 우려가 된다."

-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행정처분을 할 수 없다는 종로구청의 입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이미 경찰수사에서 27억원 횡령 혐의는 밝혀진 사안 아닌가. 물증이 없다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종로구청에서는 처음엔 경찰조사를 기다리자고 하더니 이제는 재판 결과를 기다리자고 한다. 형식적인 절차를 핑계로 대충 이 문제를 마무리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현 이사진은 물증이 없다하더라도 27억원 횡령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종로구청은 비리 이사진을 즉각 해임해야 한다."

- 인권단체들이 재단의 재산을 가로채려한다고 주장하는 재단 측 입장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시설비리가 있을 때마다 재단 측은 비리나 인권유린 사실을 폭로하고 그에 대해 투쟁하는 사람들이 재단운영권을 강탈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리고 그들은 앵무새처럼 재단 산하 시설들을 사유재산이라고 주장한다. 이 또한 말도 안 된다. 국가세금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공공의 재산이다."

▲ 2002년 3월 19일 에바다 사태를 해결하고자 에바다농아원을 방문한 박래군 이사(오른쪽)와 박경석 이사가 농아원측 관계자들로부터 똥물세례를 받고 망연자실해 있는 모습.
ⓒ 박종필
- 성람재단 문제는 96년 에바다 농아원 사태와 비슷한 것 같은데?
"시설비리는 거의 모두 똑같은 유형을 보인다. 임금, 후원금, 보조금 등을 횡령하고 노동착취, 살인, 강간 등을 자행한 사례 모두 비슷하다. 당사자 몇 명만 감옥에 가고 그들이 풀려나면 다시 법인으로 돌아간다. 그 이후 인권유린과 비리 문제를 폭로했던 사람들을 내보내고 그들은 전보다 더 많은 전횡을 휘두른다. 에바다 농아원도, 이번 성람재단도 똑같다."

- 에바다 사태는 문제 해결에 7년이나 걸렸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법적인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는 관할 행정 관서(평택시청)에서 그 책임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7년이나 걸렸다. 성람재단이 에바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관할 행정관서인 종로구청에서 즉시 비리 이사진 전원을 해임하고 재단 산하 전 시설을 감사하고 관련자를 처벌해야 한다."

- 시설 문제에 대한 근본적 대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우선 국가복지정책이 '시설 지원'에서 '자립 지원'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시설 수용에서 모든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형 시설은 축소하거나 폐쇄하고 지역사회가 장애인들을 책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생활보조인 제도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사회복지사업법의 전면 개정도 필요하다. 법인 민주화를 위해 개방형 이사제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사립학교법 제정 과정을 보면 결코 만만치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하지 않다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설들은 계속해서 한 개인의 것으로 사유화 될 것이 뻔하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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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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