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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의회 예결산특위의 추경예산 수정안 자료.
ⓒ 윤근혁
서울시의회가 서울지역 560여 개 전체 초등학교로 보낼 '학습준비물 예산'을 뭉텅이로 깎았다. 초등학생과 학부모의 기대를 모았던 '학습준비물 없는 가벼운 가방시대'가 물거품이 될 처지다.

서울시의회, '학습준비물 예산' 62%나 삭감해 의결

시울시의회는 임기를 하루 앞둔 지난 달 29일 본회의를 열어 학습준비물 예산 21억4300만원을 의결했다. 그러나 이는 서울시 교육위원회가 애초 마련했던 예산안 56억8000만원 중 62%를 '칼질'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의 추경 예산안을 의결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지난 5월 22일 서울시 교육위원회는 시내 전체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한 학습준비물 예산을 통과시켰다. 71만명의 초등학생 한 명마다 8000원 꼴로 배정된 학습준비물 예산이었다.

학습준비물 예산이 시·도 교육청 차원에서 편성되기는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학습준비물 예산은 각 학교가 학교운영비 안에서 자체 편성해왔다. 교육인적자원부와 교육청에서는 학생 1명당 2만원씩 편성하도록 권장해왔지만, 일선 학교들은 빠듯한 예산 때문에 대부분 이를 지키지 못했다.

당시 '학습준비물 없는 시대가 열린다'는 보도에 초등학생과 학부모들도 한껏 기대를 품은 바 있다.

그러나 서울시의회 소관 상임위인 교육문화위원회는 이 학습준비물 예산 중 62%를 깎아 예산결산특별위에 올렸고 이 안은 예결특위를 통과해 본회의에 상정, 의결됐다.

당시 교육문화위원장 "어떻게 다 기억하나"

게다가 서울시의회가 학습준비물 예산 등을 삭감해 새로 만든 예산도 시빗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교육위원들은 초등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한 예산이 일부 시의원 지역구 학교만을 위한 예산으로 국한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삭감된 예산 5억8000여만원을 특정 지역 9개 초·중·고 교무실 환경개선 사업(교사컴퓨터 사무기기 설치)에 쓰기로 했고, 이밖에도 특정학교 야구부를 지원한다거나 어느 중학교 교실에 빔 프로젝트시설을 설치하기 위한 예산도 새로 끼워 넣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회 의원들은 "몰랐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등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당시 서울시의회 교육문화위원장이었던 김충선 시의원은 "초등학교 학습준비물 예산과 같은 자세한 내역까지 내가 어떻게 다 기억하느냐, 나는 잘 모르니 전문위원에게 물어보라"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당시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었던 정선순 전 시의원도 "시의회 교육문화위에서 이미 예산을 삭감한 채 예결특위에 예산안을 올린 것 같다"며 "학습준비물 예산이 잘려나갔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방망이를 두드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등생 위한 예산, 지역구 지원예산으로 나눠먹어"

그러나 학습준비물 예산안을 통과시켰던 서울시 교육위원들은 예산 삭감 소식에 펄쩍 뛰었다.

안승문 교육위원은 "시의원들이 전체 초등학생에게 돌아가야 할 돈을 지역구에 있는 일부 학교를 위한 지원예산으로 나눠먹었다"면서 "이는 선심행정의 돈 잔치"라고 비판했다.

김홍렬 교육위원도 "아이들의 학습을 위해 어렵사리 마련한 혈세를 정치적 이용물로 써버린 행태에 말문이 막힌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서울시의회 교육문화위원회의 한 전문위원은 "학습준비물 예산 사용시기가 올해 2학기가 네 달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 예산을 조정하게 된 것"이라면서 "조정된 예산 가운데 상당수는 교육환경에 필요불가결한 부분에 배정한 것이지 선심성 예산배정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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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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