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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민언련이 주최한 시민언론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는 이상호 기자.
경남민언련이 주최한 시민언론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는 이상호 기자. ⓒ 오마이뉴스 윤성효
이른바 '안기부 X파일' 보도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상호 MBC 기자는 "즐거운 마음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13일 저녁 창원대에서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공동대표 김애리 강창덕) 주최로 열린 '시민언론학교'에서 강의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처음에 X파일을 보도하자고 했을 때 회사에서 부담스러워 했고, 애걸하고 협박까지 한 끝에 보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X파일은 우리 시대의 모습을 가장 극명하게 담고 있는 것이었기에 기자의 모두를 걸더라도 보도돼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X파일에는 돈으로 국회의원과 검찰을 사고, 자기들이 원하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고 설명.

그는 X파일 제보를 받은 뒤 "이제 죽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면서 "물릴 수 있다면 물리고 싶었다"고 술회했다. 이어 "그렇다고 해서 남에게 맡길 수 없었다. 나름대로 기자로서 지켜온 그 무엇이 있었기에 한편으로는 고맙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그는 "보고서를 만들어 부장께 올렸더니 한숨을 쉬면서 둘은 구속될 각오를 해야겠다는 말을 하더라"고 전하기도 했다. 또 그는 "즐거운 마음으로 재판을 받는다"는 말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한때 MBC에서 어느 종교단체의 문제를 보도했을 때 신도들이 와서 '너희들이 하느님이냐'고 말한 적이 있다. 삼성은 국부이며 세계화의 첨병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X파일을 보도하고 나면 'MBC가 나라를 말아 먹는다'는 말이 나올 것 같기도 했다. 처음에는 국민 30%만 보도를 지지해줘도 행복하다고 생각했는데, 보도 뒤 여론조사를 보니 70% 가까이 지지를 보냈더라. 우리 국민은 슬기롭고 큰 희망이 있다."

이상호 기자는 X파일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송과 재판이 진행 중이며, 무엇보다 테이프가 공개되지 않았는데, 테이프가 공개되면 X파일의 1막이 끝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바람직한 기자의 자세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기자들이 시간이 갈수록 태평이고, 고민이 없다. 요즘 주 5일제가 되면서 금요일 밤이면 중국 골프 치러 가기도 한다. 감시하라고 보낸 기자가 편해져버리면 시민이 불편해지는 것이다. 기자사회가 안온해지면 그 사회는 희망이 없다."

고 이한열 열사와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대학 1학년 때 이한열 열사는 한 해 선배였다. 1987년 6월 9일, 그 선배의 손에 이끌려 시위에 나섰다. 이전에는 뒤에서 돌을 날라 주었는데. 앞줄에 선배가 서고 그 뒷줄에 섰는데, 최루탄을 맞고 쓰러지는 모습을 봤다. 그 때 느꼈다. 앞에 선 자의 희생이 뒷사람의 안온함의 배경이 된 것이다. 기자는 있는 그대로를 전하라고 보낸 대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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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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