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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희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언론단체와 시민단체들의 비난 성명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성추행이 일어난 술자리가 한나라당과 <동아일보>의 부적절한 관계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등은 27일 일제히 성명을 내고 최 의원의 행동을 강하게 성토하며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민언련은 최 의원의 사퇴 요구에 그치지 않고 성추행이 일어났던 술자리 자체를 문제삼았다. 정치인과 언론인의 술자리가 부적절한 것이었음에도 일상적인 간담회였던 것인 양 보도되고 있다는 것.

민언련은 "당의 최고위 관계자들과 신문사 간부들이 이런 술자리를 갖는 일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치부되는 현실이야말로 우려할 대목"이라며 "한나라당과 동아일보는 도대체 얼마나 가까운 사이이기에 '노래시설을 갖춘 방'에서, 당 사무총장이 '음식점 주인으로 착각했다'는 변명을 늘어놓을 만큼 많은 술을 마시는 질펀한 '간담회'를 연단 말이냐"고 따졌다.

또 민언련은 동아일보가 스스로 비판신문이라고 강조한 점을 비꼬아 "거리낌없이 제1야당과 질펀한 술자리를 갖는 '비판신문'이 어떻게 제1야당의 정책과 의정활동을 냉정하게 감시·견제하고 비판할 수 있겠느냐"라고 질타했다.

민언련은 이어 "그동안 우리 사회 주요 개혁조치들을 무력화하기 위해 한나라당과 동아일보 등 수구보수 신문들이 보여준 유착행태의 이면에는 '술자리 커넥션'이 있었던 게 아닌가"라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이번 사건을 "성범죄에 대한 일부 정치인의 천박하고 이중적인 의식을 드러냈을 뿐 아니라 수구정당과 수구언론의 일상 속에 뿌리내린 '신권언유착'의 실상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비판한 민언련은 "한나라당과 동아일보는 국민에게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민언련 사무총장 "보수신문과 한나라당의 '핑퐁식 주고받기' 아니냐"

이에 더해 최민희 민언련 사무총장은 "동아일보와 한나라당 간에 어떤 유착관계가 있길래 최연희 전 사무총장이 그렇게 '무장해제'하고 추태를 부렸겠냐"며 "그래서 그 술자리가 어느 정도까지 이뤄진 것인지 실태를 밝히는 것이 먼저"라고 주문했다.

최 사무총장은 "민언련은 그동안 지면분석을 통해 <조선>, <동아>가 기사를 쓰면 한나라당이 이를 받아 한 마디하고, 한나라당이 말한 것을 다시 <조선>, <동아>가 받아쓰는 '핑퐁식 커넥션'이 있다는 것을 지적해왔다"며 "이번 사건은 보수적 측면에서 성격이 같은 제1야당과 동아일보가 그런 친밀감을 통해 일정하게 연계된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더 짙게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밥먹고 간단하게 한두잔 하는 것을 갖고 뭐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며 "언론인과 정치인이 그렇게 성추행을 할 정도로 무장해제하고 술을 마시는 것은 분명히 정상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경진 대구 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도 동아일보와 한나라당이 함께 한 술자리 의 부적절함을 비판했다.

최 교수는 "어떤 당의 사무총장이라면 공인 중에서도 공인"이라며 "기본적으로 언론인과 그런 술자리를 같이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해관계가 깊은 정치인과 언론인의 관계이기 때문에 사적인 자리를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또 "기자는 취재대상이 되는 공인과 비공식적이고도 사적인 술자리를 하지 말아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기자들의 잘못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번 사건에 대한 <동아일보> 첫 보도에서 해당 술자리가 간담회로 표현된 것에 대해 "그것은 간담회라 불릴 수 없다고 본다"며 "간담회라면 단일 매체가 아니라 복수의 매체 기자들과 자리를 함께 해야 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정치인과 기자가 만날 수는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다만 공적인 성격을 띤 장소, 예를 들어 의원 사무실 등이나 여러 매체 기자들이 같이 있는 장소에서 만남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협회장 "술자리 자체가 문제 되진 않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됐던 기자와 정치인의 술자리 만남 자체가 문제될 게 없다는 의견도 있다.

정일용 한국기자협회장은 "어떻게 해서 그 자리가 만들어졌는지 파악이 안 됐다"는 것을 전제로 "그런 자리(기자와 정치인의 술자리)는 있을 수 있다"며 "술자리 자체가 전면에 부각돼야 할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그런 자리를 통해 취재를 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그 자리에서 그렇게(성추행) 했다는 것이 문제지 그 자리를 왜 만들었느냐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신학림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기자는 언제든지 취재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그렇다고 그것(정치인과 기자의 술자리)를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고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표시했다.

한편 민언련과 전국언론노조는 28일 오전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한나라당과 동아일보 사이에 있었던 술자리가 어떻게, 어떤 분위기에서 이뤄졌는지 등 실체를 밝힐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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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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